유통업계에 따르면, 2003년 국내 처음 플래너 증정 행사를 도입한 스타벅스는 지난달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와 리저브 음료 중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하고 e-스티커를 모은 고객들에게 다이어리(플래너)와 펜 세트 중 하나를 선착순으로 교환하고 있다. ⓒ스타벅스

요즘 연말 유통가에서 굿즈(goods, 상품) 열풍이 불고 있다. 굿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팬을 대상을 디자인한 기획상품을 뜻한다. 굿즈를 얻기 위해 커피 17잔을 마시고 커피를 7만원 이상 구매하는 등 굿즈에 열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가 선보인 굿즈가 연말 문화로 굳어져 일반화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03년 국내 처음 플래너 증정 행사를 도입한 스타벅스는 지난달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와 리저브 음료 중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하고 e-스티커를 모은 고객들에게 다이어리(플래너)와 펜 세트 중 하나를 선착순으로 교환하고 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으려면 17개 적립 스티커를 모아야 하는데 7만원 이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플래너 가격이 3만원대로 이 제품을 얻기 위해 사실상 2배 이상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과 같음에도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일부 지점에선 플래너가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미국 본사를 제외한 전세계 스타벅스 가운데 다이어리와 텀플러 등 굿즈 제작을 위한 별도의 디자인팀을 둬 9~10개월 전부터 다음해 다이어리 기획에 들어간다. 16년째 굿즈 디자인과 기획이 연례 행사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할리스, 엔젤리너스, 커피빈 등도 다이어리를 앞다퉈 출시했다. 이들은 구매 스티커를 적립하는 스타벅스와 달리 음료 쿠폰이 탑재된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대기업 직장인 A씨는 한 커뮤니티에서 “스타벅스 다이어리 받고 싶어서 모아보려고 한다”라며 “e-프리퀀시 주고 받고 할 수 있다는데, 내가 뭐를 알려줘야 하나요”라고 적었다. e-프리퀀시나 다이어리를 중고거래에서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SPC삼립

굿즈가 웃돈을 더해 거래되고 있다. SPC삼립은 최근 호빵 찜기를 형상화한 미니 가습기를 한정판으로 출시, 인터넷에서 판매하자마자 1시간 만에 3만개가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호빵 12개와 미니 가습기로 구성된 ‘삼립호빵 스페셜 에디션’은 찜기 위쪽에 호빵 캐릭터 모형이 올라가 있는 모습이다. 가격은 1만8900원인 이 굿즈가 최근 맘카페,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만5000~3만원에 팔리고 있다. 중고가가 권장 소비자가보다 비싸게 팔리며 품귀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로 이례적이다.

커피 이어 치킨업체도 다이어리 마케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은 지난달 24일부터 재고 소진 시까지 ‘블랙올리브’ 치킨과 ‘윙시리즈’ 구매 고객에게 다이어리를 무료로 증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제품에 열광하는 트렌드로 다이어리 인기가 높아 가맹점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잘 만든 굿즈가 충성 소비자들을 모으고 구매욕을 자극해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한해 마무리 입장에서 고객에게 감사 취지로 다이어리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굿즈가 연말 마케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의점 업계도 굿즈 출시에 적잖은 신경을 쏟는 분위기다. 씨유(CU)는 10일 펭수 팬의 강력한 요청으로 최근 전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EBS 인기 캐릭터 펭수 다이어리를 1만 부 가량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펭수 다이어리는 펭수 어록, 펭수 자작곡 등이 담겼으며 오는 26일부터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매장과 날짜를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1만5300원이다. 편의점 업계서 펭수 굿즈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비자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웃돈을 주면서 굿즈에 열광하는 소비심리는 뭘까. 업체들이 굿즈 제작과 판매에 집중하는 것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던킨도너츠는 ‘토이스토리4’에 나오는 버즈 캐릭터 소품을 주는 ‘버즈 먼치킨’ 행사 후 5만 개에 달하는 판매 수량이 3일 만에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0%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이 갖는 희소성에 투자한 것”이라며 “고객 충성도를 높여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인 굿즈가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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