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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대사였던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인호 이사장과 김경임 대사가 두 손을 마주잡고 정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지난 1978년 외무고시(12기)에 합격, 최초의 직업여성외교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김경임(57)대사. 그가 지난 2001년 외교통상부 문화예술국장에 취임하면서 최초의 여성국장으로 주목을 받은 데 이어 한국 외교사상 두 번째 여성대사로서 ‘튀니지공화국 대사’로 역사에 기록됐다.

첫 여성대사였던 이인호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학계 발탁케이스. 김경임 대사는 외무공무원 출신으로 차곡차곡 승진을 거듭해 외교관에 임명된 첫 케이스가 됨으로써 한국 외교가도 여성들의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지인들이 마련한 환송파티에 참석, 17일 출국을 앞두고 담담히 자신의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 김경임 대사를 만났다.

김 대사는 “20년 동안 일해오면서 늘 여성으로서 ‘1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소감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그만큼 여성 외교관의 진출이 더딘 것이라 생각하면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연다.

그는 그러면서도 “외교부에서 여러 일을 맡으면서 ‘언젠가는 대사가 돼야지’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되고 보니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덧붙인다. 그가 오랫동안 바라온 꿈인 만큼 ‘준비된 대사’로 튀니지와 한국과의 교류에 대한 계획을 바로 털어놓는다.

“튀니지는 아랍권 나라로 남성중심적인 국가지만 장관 20명 중 8명이 여성이고 현재 외무부 차관도 여성입니다. 오히려 아랍권 국가 여성들의 정치진출이 많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죠. 튀니지는 관광산업이 발달했고 날씨가 좋아 농업도 활성화 돼 있습니다. 경제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만든 제품이 많이 수입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접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사로서 한국과 튀니지가 경제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다리역할을 할 계획”이라며 “튀니지가 회교관련 유학 환경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 유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외교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사는 외교관으로서의 자세를 가지면서도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깨달았던 ‘주변부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의연하게 밝힌다. 그는 “여성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소수와 약자’, 즉 마이너리티의 입장에서 사회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다”며 “마이너리티가 역사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으며 외교관을 희망하는 여성후배들에게도 자신이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튀니지에 가서 한국을 잘 소개하고 한국에 튀니지의 좋은 점을 전파하겠다”며 “문화인은 문화행사를 통해 경제인은 경제교류를 통해 한국과 튀니지의 관계가 돈독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편 이날 첫 여성대사였던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인호 이사장은 “1996년 초 대사로 임명받은 지 거의 8년이 지나서야 두 번째 여성 대사가 탄생했다”며 “항상 열정적인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경임 대사가 문화외교를 실천하면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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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걸스카우트 아·태지역 변주선 위원장 자택에서 치러진 김경임 대사의 환송연에 외교계, 문화계, 여성계인사들이 참석 했다. <사진·민원기 기자>

“내 일같이 기쁜 날 여성대사 탄생 축하”

서울사대부고 동창회 환송파티 열어

지난 10일 오후 성북동 한 저택. 어스름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걸스카우트 아·태지역 변주선 위원장 자택 뒷마당에서 치러진 김경임(57) 대사의 환송연은 그가 졸업한 서울사대부고 동창들과 외교계, 문화계, 여성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를 맘껏 축하하고 환송하는 자리였다.

변주선 위원장은 “김경임 대사가 여성 외교관으로서 훌륭한 몫을 해내리라 믿는다”며 “17일 떠나는 김 대사에게 많은 격려와 힘이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파티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인호(69) 이사장은 “외교관은 보통 의지와 노력으로는 힘든 자리”라며 “열정적이고 리더십 강한 김 대사는 이 어려운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믿고 있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또한 “직업외교관으로서 텃세가 센 외교부에서 살아남아 대사가 됐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라며 “여성이기 때문에 강요당할 수 있는 ‘양보’를 하지 않는 당당한 여성외교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과 김 대사는 서울사대부고 출신으로 12년 차이가 나는 선후배 사이. 이날 참석한 사대부고 동창들은 김 대사에게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환송연에 참석한 디자이너 앙드레 김씨는 “7년 전 김 대사가 인도 참사관으로 활동할 때 패션쇼를 제안, 인연을 맺게 됐다”며 “외교분야에서도 한국이 세계적으로 격상돼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여성외교관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날 무용가 홍신자씨, 화가 홍정희씨,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주영숙 전 덕성여대 총장 등 환송연에 참석한 지인들은 김경임 대사에게 격려의 말을 하며 또 한 명의 여성대사 탄생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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