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창립된 지 60주년이 되었다. 부침의 세월 동안 한국여성운동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여성운동을 이끌어 왔으며, 여성의 권익신장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과 제도를 구현해 왔다. 여협의 의미있는 여성운동의 60년 역사를 돌아보고, 향후 60년을 향해 내딛게 될 여성운동의 바람직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기관지 『여성』 1990년 10월호 ‘북한여성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기관지 『여성』 1990년 10월호 ‘북한여성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는 창립 초기부터 남북여성교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1962년 제1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하면서 남북한 여성이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담아 “친애하는 북한여성 동포에게 보내는 멧세지”를 보냈고, 1964년~1965년 제2회~제3회와 1968년 제6회 전국여성대회에서는 남북한 여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을 염원하는 “북한여성에게 보내는 멧세지”를 보냈다. 여협은 7·4남북공동성명이 합의된 1972년 성명 지지 및 남북적십자회담 촉구 범국민궐기대회에 참여했고, 그해 9월 “민족통일을 향한 여성의 자세”라는 주제로 제10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해 통일이라는 대과업을 이룩하는 데 여성들이 일익을 담당할 것을 결의했다. 1979년에는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안보강연회 개최 및 ‘평화통일촉진대회’참가 등의 통일운동을 펼쳤다. 이 외에도 여협은 통일연수교육(1976년)을 실시했고, ‘북한여성의 생활실태’강연(1987년, 강연자: 김만철씨 부인 최봉례), ‘북한여성의 지위와 통일을 위한 여성의 역할’통일세미나(1989년), ‘여성과 함께하는 통일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1990년대는 동서독의 통일로 인해 남북한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커져가던 시기였다. 1990년 분단 45년 만에 남북의 총리가 처음으로 만나 통일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는 등 통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991년 남북한은 UN에 동시 가입했고(9.18.), 남북기본합의서(정식 명칭: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12.13.)를 채택했다. 
 

여협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기도 전인 1990년 9월 “민족동질성회복을 위한 남북여성교류”를 주제로 제27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해 정부고위직 및 학계 인사의 남북여성교류 실천방안 관련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대회에서는‘남북여성교류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의했으며, “북한여성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듬해 전국여성대회에 북한여성 대표단을 초청하고, 남북여성교류 추진위원회에 상응하는 조직을 북한에서도 구성해줄 것을 제안했다. 여협은 1991년 제28회 전국여성대회에서도 “북한여성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해 남북여성교류가 속히 이루어질 것을 희망했다. 1990년대 여협은 통일여성안보회(1990년) 및 한국통일여성협의회(1993년)를 회원단체로 가입시키고, 통일위원회(1999년)를 구성하는 등 안팎으로 통일관련 조직을 체계화했다.
 

특히 여협은 북측에 남북여성교류를 제안함으로써 남북여성단체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1990년~1991년 전국여성대회를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여성대표(당시 조선민주여성동맹 김성애 위원장)를 공식 초청하기 위해 통일원에 ‘남북여성 교류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한국부인회,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 등 다른 여성단체들도 북측에 여성교류를 제의하기 시작했다. 여협을 비롯한 여성계가 노력한 결과, 1991년~1993년 서울, 평양, 도쿄에서 4차례에 걸쳐 남북한의 여성들이 함께 모여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토론회를 열었다. 이후 ‘2002 남북여성통일대회’가 2002년 10월 15-17일에 걸쳐 금강산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는 남측의 여협을 비롯한 민화협, 여연, 7대 종단, 통일연대 등과, 북측의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여성협회, 민족화해협의회여성부 등의 남북한 여성들이 참여했고, 공동의장으로 참석한 은방희 여협 회장이 축하연설을 했다.  

2007년 금강산에서 주최한 남북여성정책토론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2007년 금강산에서 주최한 남북여성정책토론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남북정상회담이 4차례나 이뤄진 2000년대에도 여협은 남북여성교류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는데,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환영’성명서·건의문을 발표하고, ‘여성통일문화 한마당’을 개최했다. 2005년 ‘평화번영정책의 현주소는?’주제의 여성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여협은 2006년 ‘북한수재민돕기 쌀모금운동’을 펼쳐 북한에 쌀을 보냈고, 2007년 금강산에서 “남북화해협력과 여성지도자의 역할”주제로 여성정책토론회를, 2008년 서울에서 “사회문화분야의 남북교류에서 여성지도자의 역할”주제로 여성정책토론회를 주최했다. 여협은 남북정상회담(2007), 6·15공동선언 및 금강산관광 기념식 등 각종 남북간 행사에 민간대표로 참여해왔다. 

2008년 서울에서 주최한 남북여성정책토론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2008년 서울에서 주최한 남북여성정책토론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협은 2014년에 중국 심양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해외여성토론회를 참석했고, 여성들의 통일에너지 결집과 안보의식 확산을 위해 ‘통일안보위원회’를 구성해 발대식에서 ‘한반도 안보정세’주제 특강을 진행했다. 2015년에는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여성의제 개발 및 역량 강화 교육’을 위한 여성지도자 워크숍을 개최했고, 그해 10월 “여성, 사회변혁을 이끌다! 한반도 평화통일, 여성의 힘으로”를 주제로 제50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2018년 여협은 “평화와 번영, 양성평등으로!”를 주제로 제53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2018년은 특히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정도로 남북관계가 호전돼, 최금숙 여협 회장은 평양에서 열린 10월 남북공동행사와 11월 금강산 공동행사에 참석했다. 최회장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시절 ‘양성평등기본법’전부개정시 “통일 추진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제41조) 조항을 넣어 통일정책 수립시 의사결정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가능케 했다.
 

2015년 '통일관련 여성의제 개발' 여성지도자 워크숍 ⓒ한국여성단체협의회
2015년 '통일관련 여성의제 개발' 여성지도자 워크숍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협은 평화통일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남북여성들이 함께 통일시대를 위한 ‘남북여성권리’를 선언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남북여성교류활동에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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