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 수신지
“며느리로써 수행가는 것에 대한 물음표”
‘아 지갑 놓고 나왔다’ 미역의효능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수신지 작가의 웹툰 ‘며느라기’의 민사린(두 명 중 왼쪽) 미역의효능 작가의 ‘아 지갑 놓고 나왔다’의 노루(왼쪽부터).
수신지 작가의 웹툰 ‘며느라기’의 민사린(두 명 중 왼쪽) 미역의효능 작가의 ‘아 지갑 놓고 나왔다’의 노루(왼쪽부터).

여성 서사를 다룬 두 여성 만화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웹툰 ‘며느라기’ 수신지(필명) 작가와 ‘아 지갑놓고 나왔다’의 미역의효능(필명) 작가다. 이날 두 작가의 대담은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의 페미니즘 만화 전시 ‘노라를 놓아라_부수는 여성들’ 개최 기념으로 지난달 29일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지하 1층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진행됐다.

수신지 작가의 ‘며느라기’는 지금으로부터 15년전 단편 만화 ‘시금치’를 블로그에 올린 것이 시작이다. ‘며느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짧은 만화다. 장기 연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어떤 메시지를 담기에는 부족했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을 하고 난 뒤 메시지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결혼을 하고 나서 제가 품었던 의문은 ‘왜’였어요. 며느리라는 한 자리가 되었을 때 거기에 걸맞은 것들을 저도 모르게 수행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생겼죠. 그래서 저를 돌아보게 됐고 제가 보아왔던 것들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그렸던 만화가 떠올랐어요. 이걸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며느라기’는 수신지 작가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2017년 5월 시작해 2018년 1월까지 1년 6개월 간 약 100회에 걸쳐 연재한 만화다. 평범한 며느리가 평범한 시댁에서 겪은 고충을 담아낸 동시에 가부장제의 존재 방식과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만화는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해당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30만 명이 넘었다.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몇 번이고 만화 연재를 거절당했기 때문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직접 연재할 수밖에 없었다. 수신지 작가는 “몇 번의 거절을 당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은, 만약 연재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결정권자가 남성이라고 하면 이 만화에 공감하기 힘들겠다는 것이었요. 계속 시도를 하면 똑같은 결과를 받게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해서 SNS에 연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만화박물관의 페미니즘 만화 전시 ‘노라를 놓아라_부수는 여성들’이 전시가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내년 4월 26일까지 열린다.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박물관의 페미니즘 만화 전시 ‘노라를 놓아라_부수는 여성들’이 전시가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내년 4월 26일까지 열린다. ⓒ한국만화박물관

 

수신지 작가는 연재 중에 두려움을 느꼈다고도 털어놨다. 이 만화를 읽고 분노한 남편이나 비혼을 결심하는 여성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반응이 터졌기 때문에 중간 그만 두려고도(했다). SNS는 제가 접으면 끝나니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더라고요.”

수신지 작가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냐는 질문에는 “한 두 장만 읽고 덮었다”고 했다. 가부장적인 배경이나 힘든 고부 살이 등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이 겪는 불합리한 삶이 아무렇지 않게 그려지는 점도 비슷하고, 빙의라는 설정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 소설을 끝까지 못 읽었다”고 했다“고 했다. 최근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봤다고 했다.

최근 연재를 시작한 만화 ‘곤’에 대해서는 “‘며느라기’ 이후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낙태죄 문제가 이슈였는데 그 이슈를 통해 여성들이 아이를 재생산 하는 문제에 대해 의무감을 지니는지 엄마뿐 아니라 할머니, 아이를 돌봐주는 시터 분, 어린이집 선생님까지 실내에 모여서 아이를 돌보는 광경들을 보면서 낙태죄랑 연관시키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미역의효능 작가가 그린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9살 때 교통사고로 숨진 딸 노루와 홀로 남겨진 엄마 선희의 이별 이야기를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전개한 만화다. 성폭력과 낙태, 민호 등 사회 이슈를 다뤘다. 다음에서 웹툰으로 연재됐다.

그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생각대로 그린 것이라고 했다. 미역의효능 작가는 “사회학과라서 그런지 소수자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만화박물관의 페미니즘 만화 전시 ‘노라를 놓아라_부수는 여성들’이 전시가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내년 4월 26일까지 열린다.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박물관의 페미니즘 만화 전시 ‘노라를 놓아라_부수는 여성들’이 전시가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내년 4월 26일까지 열린다. ⓒ한국만화박물관

만화 속 노선희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들어가더라”라며 “약간 성에 헤픈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는데, 그러면 내가 그런 쪽으로 들어가는 피해자들을 확대해서 그리는 것일까 고민도 했다. 결국은 밀고 싶은 대로 그리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했다.

그는 “모성에 대해 가볍게 다루다보면 어머니가 사랑을 해주셔서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그런 식으로 뻔할 수 있다”며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분명히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데 그게 폭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딸은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엄마에게 또 폭력이 되고 그렇게 연쇄되는 그런 관계로 지내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미역의효능 작가는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닭과 고양이가 나온다. 머리 스타일인 엉망진창인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섞었는데 이야기가 잘 나와서 그래서 차기작을 연재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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