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관련 공식 통계도 없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여성살해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탄하는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남편들의 손에 살해된 여성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프랑스 파리 등 전국 30여개 도시에서 열렸다. ⓒ뉴시스·여성신문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여성살해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탄하는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남편들의 손에 살해된 여성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프랑스 파리 등 전국 30여개 도시에서 열렸다. ⓒ뉴시스·여성신문

유럽에서 가정폭력으로 인한 살인사건 발생률이 가장 높은 편인 프랑스가 배우자에게 살해되는 여성을 줄이기 위해 3억6000만 유로(4665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내는 프랑스의 약7% 수준에 이르는 예산으로 대응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프랑스 정부는 11월 25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혔다.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프랑스 정부는 폭력적인 배우자들에게서 무기류를 압수하고 경찰에 가정 폭력에 대비한 훈련을 강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했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은 11월 25일로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날이다.

1999년 UN 총회에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공식 지정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매년 11월 25일을 전후로 여성과 여성 청소년에 대한 폭력 근절과 여성 인권을 위한 여러 행사를 진행 중이다.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은 매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는 가정폭력에 의한 여성들의 사망사건은 전 세계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너무나 흔한 사건이란 이유로 무시돼 왔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정폭력 사건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것은 “프랑스의 수치”라고 밝혔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이 날 가정폭력 대책으로 수십가지의 구체적 대책을 밝혔다. 그 가운데 가정폭력범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고 전국에 매 맞는 여성들을 위해 1000개의 대피 쉼터를 추가로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필리프 총리의 이번 발표로 두 달 넘게 가정 폭력에 대한 정부의 무능과 기능 장애가 지적돼 온 시위사태는 종결됐다. 총리는 이에 “침묵의 사슬을 끊기 위한 노력의 최초의 성공”이라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새로운 가정폭력 살인 근절 대책을 위해서 내년부터 3억6000만 유로(4665억 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필리프 총리는 “이는 프랑스 사회에 전기충격을 주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은 2019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 운영지침에 따라 ‘가정폭력성폭력 재방방지사업’의 14억7700만원과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의 316억8300만원을 합친 총 331억6000만원이었다. 이는 프랑스의 가정폭력 살인 근절 대책 예산의 약 7%에 불과하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여성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이 예산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앞으로 봐야할 문제다. 다만 국 예산 규모로만 봤을 때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친밀한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만 국내에서는 여성들이 가정 폭력에 의해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등 실태 파악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조 활동가는 “여성단체 등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개선의 움직임이 있지만 가정폭력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그때마다 정부는 사후 전 부처 합동으로 대책 발표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가정폭력 근절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그는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 폭력 문제를 범죄가 아니라 가정 보호나 관계회복을 목적을 중심에 두고 있다”며 “신고를 해도 기소되고 가해자가 처벌되는 일도 드물지만 이는 가정폭력 문제를 범죄로 보는 것이 아닌 개인의 가정문제와 같이 사적인 일로 보는 시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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