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겨울왕국2’
전편 이어 강화된 페미니즘 서사
남성 캐릭터 비중 작아지고
에너지 넘치는 엘사·안나
사건 해결에 완전히 주도적

‘겨울왕국2’의 엘사는 전편보다 한층 더 강력해진 모습이다. 자유자재로 마법을 쓰면서 어떤 위험도 감수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겨울왕국2’의 엘사는 전편보다 한층 더 강력해진 모습이다. 자유자재로 마법을 쓰면서 어떤 위험도 감수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금까지 이런 공주는 없었다. 힘이 세고 젠틀한 왕자의 품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공주 캐릭터가 등장했다. 2014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에서였다. 언니 엘사와 동생 안나. 아렌델 왕국의 여왕에 오른 엘사는 손에 닿는 것을 모두 얼어버리게 하는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닌 채 도망친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에 맞서 싸운다. ‘렛 잇 고’(Let's it go)에서 부른다. “내색해선 안 돼/ 드러내선 안 돼/ 넌 늘 착한 아이로 보여야 해/네 감정을 숨겨 들켜선 절대 안 돼(중략) 이젠 상관 없어/ 그들이 뭐라고 애기하든!”

동생 안나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 거친 눈보라를 헤친다. ‘겨울왕국’에서는 남성 캐릭터들도 기존 애니메이션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중간에 나타난 크리스토퍼가 나타나지만 사건을 풀어나가는 부분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기존 디즈니에서 강하고 멋있는 왕자 캐릭터와도 달랐다. 심지어 한 캐릭터는 왕이 되려는 악한 사기꾼이었다. 이에 반해 엘사와 안나, 두 여성 캐릭터가 남성의 도움 없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여기에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드물었던 진한 자매애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겨울왕국’은 강렬한 페미니즘적 애니메이션이었다.

5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겨울왕국2’도 전편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엘사는 전편보다 자유자재로 마법을 부리고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한 안나의 밝은 모습도 한결같다. 전편에 이어 남성 캐릭터의 비중이 줄고 여성 캐릭터의 선이 더 굵어졌다. 엘사·안나 자매의 힘은 그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

'겨울왕국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겨울왕국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엘사는 아렌델 왕국에서 안나와 눈사람 올라프, 안나의 남자친구 크리스토프, 순록 스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엘사는 어느 순간 자신을 부르는 의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아렌델 왕국은 위험에 빠진다. 엘사는 자신이 가진 마법의 힘이 과거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목소리가 마법의 숲으로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안나와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과 마법의 숲을 향해 떠난다.

페미니즘적 요소는 강해졌다. 마법의 숲에서 엘사와 안나는 부모님이 만나게 된 사연과 죽게 된 이유, 마법의 숲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위험에 홀로 맞서려고 하는 엘사와 그런 언니를 끝까지 따라가려고 하는 안나의 모습에서 전편보다 더 진한 자매애가 느껴진다. 극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엘사의 액션신도 빼놓을 수 없다. 멋지고 화려하게 얼음을 쏘는 장면에서는 넘치는 에너지가 스크린 전면에 펼쳐진다. 전편에서 안나보다 비중이 작었던 엘사는 이번 작품에서는 전면에 나서 위험을 감수하고 전진한다.

애니메이션에 집중하다 보면 남성 캐릭터 존재 자체도 순간 잊을 정도로 두 여성 캐릭터를 위한 무대가 펼쳐진다. 여성 서사만으로도 애니메이션에서 감동과 액션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겨울왕국2’가 또 한 번 보여줬다.

최근 애니메이션에 다양한 인종 캐릭터를 추가하면서 형평성을 맞추고 있는 디즈니는 이번 작품에서는 흑인․유색 인종 캐릭터를 포함했다. 백인인 엘사․안나 자매까지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킨 의도가 엿보인다. 자연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도 눈길을 끈다. 103분. 전체관람가.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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