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를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
15일 기자회견
“성폭력 사건의 심리에 있어서
재판부가 성인지감수성을 충분한 고려했는지 의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포함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를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이 1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포함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를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이 1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연관된 이른바 ‘김학의 성폭력 사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58) 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성폭행 등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혹은 공소 기각을 판결 받은 것을 두고 여성단체가 재판부를 규탄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포함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를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은 1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재판부는, 사법부는 사실상 오늘 죽었다. 사실상 여성에 대한 성폭력 판결을 회피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은 이렇게 철저히 짓밟혀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5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 위반(강간 등 치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총 5년 6개월과 추징금 14억 8000여 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사기 등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지만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된 성폭행 등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면소 혹은 공소 기각으로 판결했다.

윤씨는 피해여성 A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 등 유력 인사들과 성관계를 맺게 하고 2006년 겨울께부터 세 차례 걸쳐 A씨를 성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고 상임대표는 “이 사건은 김학의, 윤중천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라며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세상의 잘못된 통념을 뚫고 용기 있게 증언했으며 본 사건의 진상 규명을 끊임없이 요청해왔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증언과 성폭력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바라는 수많은 국민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조사 과정과 재판 과정 자체도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사회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폭력을 여전히 용인하고 있다”며 “법무부 차관이었고 검사였던 김학의를 비호하는 공범인 검찰은 본 사건을 성폭력이 아닌 뇌물죄로 기소하였고, 윤중천이 자행한 성폭력의 일부만을 기소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사실상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처해 있는 상황은 전혀 고려도 하지 않았고, 성폭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결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포함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를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이 1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포함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를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이 1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윤중천 성폭력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피해자 변호인단의 이찬진 변호사는 “강간의 경우 고소가 없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단했고, 강간치상 관련된 부분에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관련해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해서 면소 판결을 했다”며 “근본적으로 성폭력 사건의 심리에 있어서 재판부가 성인지감수성을 충분한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인과 관계 판단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의심이 있다 하더라도 이 부분에 관해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 그리고 가해자들이 표현한 ‘성접대’라는 그런 프레임과 또 다른 피해자로서 겪었던 성폭력 피해를 구분해서 판단해야 될 부분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판단이 소홀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변호인단은 판결문을 입수하는 대로 항소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검찰은 2013년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김학의와 윤중천 모두 구속되었지만 (검찰은) 김학의는 뇌물죄로, 윤중천은 성범죄 혐의에 대해 극히 일부만 기소했다”며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고 도구화하여 자신들의 유흥과 이익을 위해 거래하고 착취한 가해자에게 오늘 법원은 오늘 면죄부를 줬다. 수십여 명의 여성들에게 추행, 폭행, 상해, 협박, 불법촬영, 강요 등의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것이 죄가 아니라면 무엇이 죄인가”라고 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정리 발언에서 “판사는 판결 중 가해자는 시골, 고졸 출신으로 ‘장벽’을 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눈앞에 두고 있는 장벽은 가해자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가해자끼리의 연대, 검찰과 경찰, 법원의 연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같은 장벽을 결국 넘어서는 것이 누구인지 저희는 끝까지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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