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서 터진 첫 미투 사건
부하 추행·강간 혐의 간부 2인
‘무죄’ 선고한 2심 재판부
강간죄의 ‘폭행, 협박’을
가장 좁은 의미로 해석

지난해 11월, 해군 직속상관 2인이 성소수자 부하를 성폭행한 사건이 징역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2심 판결의 문제를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가 15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벌써 1년, 그 사건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 2017년 해군에서 터져나온 첫 #미투였던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해군 성폭력 사건은 군사법원으로 넘겨져 1심에서 가해자 A소령(당시 직급)에 10년, 가해자 B중령에 8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심에서 두 가해자 모두 무죄로 판결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재 해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A 소령을 무죄로 판결한 지난 2심의 쟁점을 살펴보고 성 인지적 관점에서 새롭게 판결문을 써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A 소령은 피해자의 직속상관으로서 피해자의 성 지향성을 알고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가해 임신에까지 이르게 했다.

활동가는 “한 번 출항하면 40여일 이상을 바다에 떠있는 해군 함정에서 혼자만 여성인 피해자가 성폭력을 거부하고 피하고자 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판결에서 이는 고려되지 않았다”며 “군대 내 성폭력의 대부분은 임관 5년 미만의 여군을 상대로 일어난다. 이번 사건 피해자가 그러하다”고 말했다. 

2심에서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와 피해자 진술 신빙성 △피고인 행위의 강제추행죄 요건 충족 여부 △피고인 행위의 강간죄 요건 충족 여부가 쟁점이 됐다. 

A 소령은 피해자의 직속상관으로서 피해자는 진술에서 “A가 어디로 와라 지시를 내리면 거절할 수 없었다” 등 일관적으로 A 소령에 위력을 느끼는 정황이 있었다. 일부 진술이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법원은(중략) 그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08.3.14선고 2007도10728판결).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용카드 인출 내역 등 일부 요소가 진술과 다르다는 이유와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A 소령 부인의 진술을 받아들이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상관과 부하가 아닌 매우 친밀한 관계로 판단했다. 

해당 사건에서는 강제추행죄와 강간죄의 요건 충족 여부가 판결을 뒤집는 방아쇠가 됐다. 재판부는 ‘최협의설’을 적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성폭력 상황에 있었는가를 주요하게 살폈다. 박 소령 측은 재판 당시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가 항거 불능에 이를 만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피해자는 “나중에 협박이나 보복이 두려워 거부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에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 있는 위계에 관하여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2014.9.25. 선고 2013도7838판결). 또한 행위에 수반되는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 여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는 “상대방의 몸을 누르거나 팔을 잡는 행위는 성관계를 시작하면서 수반되는 일반적인 동작이어서 위와 같은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강간의 수단인 폭행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으며 또 “피고인은 피해자의 태도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므로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추행행위를 한다는 추행행위의 범의가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당시 피해자는 싫어하는 내색을 보이면 업무적 보복이 따라왔다고 진술했다. 

새롭게 판결문을 쓴 참가자는 “판결문은 피해자의 고통과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해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소수자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연인관계였다고 하는 것은 진술신빙성이 없으며 상황에서 체중을 싣어 눌렀다는 행위만으로도 강제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는 “피고인은 성소수자인 피해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력을 이용해 수차례 성관계를 요구하며 강제력을 행사했다”라고 판결문을 고쳐 쓰고 유죄를 판결 내렸다. 

이날 작성된 새로 쓴 판결문은 공대위에서 탄원서로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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