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배제한 검찰개혁… ‘성평등’ 중심으로 짜라
‘여성’ 배제한 검찰개혁… ‘성평등’ 중심으로 짜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11.14 08:46
  • 수정 2019-11-14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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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수사권 조정 등
구체적 개혁안 쏟아지지만
상명하복·남성중심 조직문화
고치지 않는 한 “희망 없다”
일반인 사건 기소율 40%인데
검사가 저지른 사건은 0.13%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여성·시민 사회단체 기자회견‘이 5월 3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려 검찰과 법무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여성·시민 사회단체 기자회견‘이 5월 3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려 검찰과 법무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검찰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안과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개혁안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스폰서’와 어울려 성매매를 하고, 회식 자리에서 여성검사에게 성희롱하며, 이를 문제 삼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상명하복·남성 중심 조직문화를 바꾸라는 요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있다. 여성이 보이지 않고 젠더 관점 없는 검찰개혁안을 비판하며 성평등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법무부는 지난달 8일 발표한 ‘신속 추진 검찰개혁 과제’ 중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축소를 위한 직제 개정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 지침 제정 △법무부 감찰규정 개정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정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을 10월 말 완료했다.

법무부는 올해 말까지 △형사·공판부 강화 △수사관행 개선 법령의 실효성 확보 △국민 중심 검찰 조직문화 정립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검찰 조직문화를 고치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어렵다는 것이 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의 말이다. 검찰개혁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이 변호사는 11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젠더 관점에서 본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미투’가 제일 처음 나온 곳이 검찰”이라며 “검찰이 인권을 보장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보면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검사는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한다고 하는데 정작 검찰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본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며 “내부 감찰, 인사문제, 상명하복·남성 중심 문화까지 손대지 않으면 않으면 검찰은 정말 희망이 없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검찰 스스로 검찰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 공정성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

‘상명하복’ 문화로 점철된 검찰의 수직적 구조는 불공정·불투명한 인사로도 이어진다. 이 변호사는 “상관에 불복한 임은정 검사가 검사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마의 삼각지대’라 불리는 지검들을 돌고 있는 것을 보라”고 말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지난 2012년 과거사사건 재심에서 ‘백지 구형’ 하라는 상부 지시를 거역하고 무죄 구형을 해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퇴출 위기까지 겪었다.

여성단체 대표들이 지난 5월 24일 고 장자연씨 사건의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항의하며 대검찰청 로비를 점거하고 벌인 항의농성 해제 후 검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대검찰청을 나오고 있다. ©여성신문
여성단체 대표들이 지난 5월 24일 고 장자연씨 사건의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항의하며 대검찰청 로비를 점거하고 벌인 항의농성 해제 후 검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대검찰청을 나오고 있다. ©여성신문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검사들의 범죄 혐의를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하는 범죄로도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신고, 접수된 검사 범죄는 1만1000여 건에 달한다. 일반인 사건 기소율은 40%인데 반해 검사가 검사의 범죄 혐의를 검찰이 재판에 넘긴 기소율은 0.13%(14건)에 불과했다. 실제로 2010년 ‘안태근 성폭력사건’, ‘법무연수원 손모 교수 성폭력 사건’, 2013년 ‘김학의 성폭력 사건’ 등 언론에 보도된 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 중 제대로 처벌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여성 구성원을 차별하고 성폭력이 일상화된 남성 중심 조직 문화도 적폐로 꼽힌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2018년 3~4월 법무부·검찰청 근무 여성 819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성 구성원의 61.6%가 성희롱,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검사는 70.6%로 가장 많았다. 또 여성검사의 82.3%가 여성에게 불리한 조직문화가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 상급자가 “여자는 남자검사의 0.5”라거나 “여자니까 너는 성폭력 사건이나 담당하라”는 등의 수시로 차별 발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공수처 설치로 검찰조직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며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검찰조직 문화, 무수한 남성연대를 깨지 않으면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형사·공판부 강화도 여성폭력범죄에 대해 성인지적 수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할 때 의미 있다”면서 “검찰조직이 성평등해져야 여성폭력범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있고 검찰 본연의 책무인 사회적 정의 실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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