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나눔, 더불어 행복] 박은숙 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실장
암 진단 이후 삶에 대한 태도 달라져
다행히 건강 되찾으며 나눔 결심
월급 차곡차곡 모은 1억 기부
1997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나눔은 상생의 선순환”

박은숙 한국지역난방 감사실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은숙 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실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고액 기부자’하면 흔히 사장님이나 전문직 종사자를 떠올리곤 한다. 기부는 돈 있는 사람이 가진 것 중 일부를 나누는 것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 탓이다. 하지만 꾸준히 모은 돈을 기부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고액 기부자도 적지 않다. 박은숙(51) 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실장은 지난 1월 직장생활 28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1억원을 기부하며 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1997호 회원으로 가입했다.

“평소 남편과 기부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몸이 아프고 나서 더 늦지 않게 기부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죠. 특히 50세가 되면서 인생 후반 레이스를 시작하며 의미있는 일을 하나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억은 제게도 큰 돈이라 기부를 결정하기까지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는 생각이 컸어요. 사실 기부 전까지는 이 돈이면 뭘 살 수 있고,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어요. 그런데 막상 기부를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박 실장은 2년 전 암 진단을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초기였다. 암 선고부터 투병과 회복 과정을 거치며 그는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초기라고는 하지만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가슴이 철컹 내려 앉더라고요. 큰 병은 아니라고 하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감사함을 되갚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부를 결심했죠.”

박 실장은 당시 군대에 있던 아들(22)에게 기부 소식을 전하며 “너 장가갈 때 쓰려던 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농담을 건네자, 아들은 “제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셔도 된다. 의미있는 데 쓰시라”고 했단다. 박 실장은 “아들의 말 한 마디가 기부를 결정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지난 1991년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입사한 이후 28년 간 한 직장에 몸 담고 있다. 그는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는 것도, 회사를 통해 자연스레 나눔을 실천하는 것도 혜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도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 감면이나 저소득층 난방설비 개선사업 등 복지 사업을 하지만 많은 직원들도 십시일반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금을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위치한 성남시와 지사가 있는 일산 지역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써달라고 지정기탁했다. 지정기탁은 기부자가 지원 대상과 지역 등을 지정해 기부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박 실장은 “넉넉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이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사회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공동체로서 기능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이 쓰이길 원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나눔은 상생의 선순환”이라며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시 사회로 되돌려 주면 결국 자신에게 그 혜택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남 탓이 아닌 남 덕이라고 생각하면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도 나눔에 많이 참여해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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