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명암
저금리의 명암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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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북한 사람들이 우리 경제를 보러 내려 왔을 때 이해시키기 어려웠던 말이 금리였다. 노동만을 가치 창조의 원천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기에 자본의 대가인 금리라는 개념을 납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장경제 아래서는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게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고 더욱이 공장을 짓거나 장사를 해 돈을 더 벌 수 있으니 이를 빌리는 데는 적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이다.

외환위기 직후 우리는 30%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경험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고 실업자가 양산됐으나 한편으로 돈 많은 부자들은 높은 이자 덕분에 더 잘 살게 되는 모순도 겪었다.

최근 은행 금리는 건국 이래 최초라고 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은행 대출 금리는 한 자리수를 유지하고, 정기 예금금리는 4% 선인데 앞으로 더 내릴 거라는 소문이다. 금리가 낮으면 기업 하는 사람들이 쉽게 돈을 빌려 기계·원료를 사기가 편하며 소비 생활도 활발해지는 게 경제 원리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북핵·사스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금리를 낮추었고, 세계적으로도 불황 타개를 위해 각국이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이자가 0% 에 가깝고 미국과 유럽도 우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 생기는 문제도 적지 않다. 퇴직금을 은행에 맡기고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수입이 크게 줄어 생계가 어려워졌다. 사회복지 사업 중에는 기금수익을 가지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낮아져 사업을 대폭 줄이는 일이 불가피해 졌다. 장학사업도 지장을 받아 장학생 수를 줄이거나 추가 선발을 미루고 있다. 여성들 권익향상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만든 여성발전기금으로 추진하는 사업들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저금리 시대 재테크 수단으로 저축은행 예금이나 은행의 후순위 채권 같은 고수익 금융 상품을 권하는 이가 있다. 수익이 높으므로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낮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여유 돈이 있을 때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금리가 낮다고 무작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잘못이다. 돈을 빌려서까지 소위 ‘묻지마’ 부동산투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정부 제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실제로 경제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본에서 1980 년대 부동산 값이 뛸 때 돈을 빌려 땅을 산 기업이나 개인이 많았는데 그 후 땅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그 기업이나 개인이 망했으며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를 떠 안았다.

저금리 시대에도 대출할 때는 높은 금리를 무는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사 현금서비스는 이자가 거의 20%가 되며 짧은 기일을 넘기면 거기에 추가로 연체료를 내야한다. 법정 상한선인 연 66% 고금리의 대금업도 성황 중이며 그 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는 음성적인 사채시장도 있다. 그런데 고리 대금을 쓰는 것은 대부분 은행 대출과 같은 낮은 자금을 이미 써 버렸거나 신용을 잃은 경우다.

평소 수입과 신용관리를 철저히 한 사람이라면 꼭 필요할 때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길은 열려 있다. 저금리 시대의 혜택은 신용을 축적한 사람과 기업이라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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