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니나 내나’ 감독 이동은
세월호 사건 접하고 쓴 시나리오
피 안 섞인 가족·성소수자 담아내
“가족은 기쁨이자 상처”
10월 30일 개봉

이동은 감독의 영화의 주 배경은 지역 소도시이다. “제 영화가 대도시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지역의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필름
이동은 감독의 영화의 주 배경은 지역 소도시이다. “제 영화가 대도시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지역의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필름

세상에 똑같은 사람 없듯이, 사연 없는 가족도 하나 없다. 때로는 친한 친구처럼 든든하지만 때로는 누구보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게 가족이다. 30일 개봉한 독립 영화 ‘니나 내나’의 이동은(41) 감독이 가족을 주제로 연달아 영화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29일 만난 이 감독은 “가족이라는 게 저의 기쁨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고 상처이기도 했다. 다른 문제보다 더 무겁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보편적인 가족의 의미를 확장한다. 혈연관계나 사회가 바라보는 ‘정상적’ 가족의 개념을 넘어선다. 첫 장편영화인 ‘환절기’(2018)에서는 주인공 엄마와 아들, 그리고 아들의 연인인 남자친구가 겪는 상황을 담았다. ‘당신의 부탁’(2018)에서는 한 엄마가 죽은 남편의 전 부인이 낳은 16살 아들과 산다. ‘니나 내나’에 등장하는 가족은 평범하지만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성소수자다. 이 감독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느슨했으면 한다. 가족이라는 문턱이 낮아지면 가족에 대한 무게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족 구성원들의 개별성을 존중하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영화 ‘니나 내나’는 오래전 가족을 떠난 엄마의 편지를 받은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삼 남매의 첫째인 미정(장혜진)은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둘째 경환(태인호)은 곧 아빠가 된다는 것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막내 재윤(이가섭)은 가족들과 살며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이들은 엄마를 만나러 진주에서 파주로 여정을 떠난다.

영화 '니나 내나'의 한 장면. ⓒ리틀빅픽처스
영화 '니나 내나'의 한 장면. ⓒ리틀빅픽처스

이 이야기의 기본이 된 시나리오는 이 감독이 2014년 세월호 사건을 접한 뒤 썼다. 그해 여름 심리외상센터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을 보살펴주는 한 사람을 만났다. “유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하루하루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는 일에 힘을 보탠다고 하더라고요. 비슷한 아픔을 가진 분들이 새로운 기억, 좋은 미래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썼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발표한 세 작품 모두 엄마나 엄마 역할을 하려는 누나가 주인공이다. “엄마가 역할로 보면 양육자예요. 그 역할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어요. 엄마라는 역할에 한정 짓지는 않았어요. 한 개인의 자아가 있고, 양육자로써 역할을 이야기 하다보니 가장 삶에 와 닿아 있는 게 엄마였던 거예요. 반면 한국 사회에서 부성은 부재함으로써 존재하는 느낌이에요. 가족사진에는 있지만 마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감독은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가족은 다른 데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영화 속 대사의 ”니나 내나“(너나 나나의 사투리)처럼 누구나 사는 게 비슷하지만 또 다르기도 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영화 제작의 꿈을 안고 학부 시절 혼자서 20분짜리 단편 영화 ‘외계에서 온 17호 계획’을 만들었다. 광고회사와 영화사에서 일하다 2010년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이때 쓴 ‘환절기’, ‘당신의 부탁’, ‘니나 내나’는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로 영화보다 세상에 나왔다. ‘당신의 부탁’은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작인 ‘당부’가 원작이다. 올해 2월에는 『요요』라는 그래픽 노블을 출간했다. 이번엔 남녀 간의 로맨스이다. “운이 좋으면 영화로도 만들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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