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이병주 교수팀
한·미 영화 40편 성별 분석
남성은 분노·싫음 등 능동적
여성은 슬픔·공포 등 수동적

이 연구는 영화에서의 성별 묘사의 편향성을 자동적으로 측정하는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제안한다. 시스템은 총 세 가지의 모듈로 구성된다. (1)Preprocessing module로 효율적인 분석을 위해 영화의 프레임을 낮춘다. (2)Frame analysis module에서는 Microsoft Face API와 YOLO 9000을 통해 각 프레임의 물체와 캐릭터의 얼굴을 추적한다. (3)Gender representation analysis module은 각 성별 묘사에 대한 여덟 가지의 지수를 계산한다. ⓒ카이스트
카이스트 이병주 교수 연구팀은 미국과 한국 영화 총 40편의 영화 캐릭터의 젠더, 감정, 나이, 크기, 위치 등을 분석했다. ⓒKAIST

영화 속에서 여성은 슬프거나 공포를 느끼거나 놀라는 일이 많다. 미국과 한국 영화 속의 여성들 모두 비슷했다.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병주 교수 연구팀이 2017~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 각각 20편씩 총 40편을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여성 캐릭터는 슬픔이나 공포, 놀람 등의 수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한 반면, 남성 캐릭터는 분노, 싫음 등의 능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40편의 영화 중 절반이 성평등 수준을 평가하는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이었다. 연구팀은 한국 영화 ‘공작’, ‘1987’, ‘곤지암’, ‘안시성’,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메이즈 러너: 데스큐어’, ‘맘마미아2’,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 등을 분석했다.

화면에 여성 얼굴이 나오는 비중은 남성의 56% 밖에 안 됐다. 남성이 10분 나올 때 여성은 5분6초 나왔다는 의미다. 나이도 여성이 남자보다 평균 80% 가량 낮게 나왔다. 남성보다 젊은 여성이 나온다는 뜻이다. 두 지표는 한국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성별에 따라 화면에 함께 등장하는 사물도 달랐다. 여성은 주로 가구와 화면에 등장했다. 남성보다 1.2배 높았다. 주로 집안에서 묘사된다는 의미다. 반면 남성과 같이 나오는 사물은 자동차로, 여성보다 2배가량 더 많았다.

이병주 교수는 “이 연구의 핵심은 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영화에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고 영화 산업도 더 흥행할 수 있다. 여성 주연의 영화가 매출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젠더의 고정 관념을 깨뜨린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의 주연 배우 지나 데이비스가 2005년 설립한 ‘젠더 미디어 연구’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9월부터 2009년 9월 사이에 개봉한 영화에서 등장하는 직업 있는 여성은 31.6%로 남성(57.8%)보다 낮았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여성 감독의 숫자가 늘어났지만 영화 산업은 남성 중심적인 곳이기 때문에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반영된 모습이 나오는 것”이라며 “창작하는 사람의 성별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여성에 대한 표현이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한국영화성평등 소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한국영화산업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개봉한 1433편의 영화 중 여성 제작자 비율은 11.2%, 프로듀서는 18.4%, 감독은 9.7%, 각본은 17.4%, 촬영은 2.7%에 그쳤다.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직종은 의상(83.1%)과 분장(89.3%) 뿐이었다.

이 기간 흥행 순위 50위 영화 총 468편 중 여성 주연 영화는 24.4%였다. 엔딩 크레디트에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여성 이름이 올라간 영화는 8.3%에 그쳤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박현진 감독은 한국 사회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할리우드는 한국보다 더 나은 환경인데도 여성 감독의 비율이 적다. 한국도 비슷한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여자가 메가폰이나 카메라를 잡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 금기는 깨졌다. 여성 인력이 늘어나는 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여성 감독들도 남성들처럼 성공이나 실패를 하는 기회가 주어지고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전 세계적인 미투 이슈가 나오고 나서 영화 산업도 바뀌고 있다. 올해만 해도 독립영화에서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있었고 상업영화에서도 성공한 여성 감독들이 나왔다”며 “할리우드에서는 디즈니가 의도적으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는 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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