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인권 상황
모니터링 결과 발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언어폭력과 성희롱 등 인권 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전국체전에서의 육상, 축구, 농구, 배구, 야구 등 14개 주요 종목에서 고등학교 학생 운동선수를 중심으로 인권상황을 모니터링 해 28일 발표했다.
인권위 조사관과 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20여명의 인권상황 모니터링단원이 경기장 내외부를 점검하고 경기 내용 관찰, 선수 인터뷰 등을 통해 점검했다.
일부 지도자는 경기에서 진 선수들에게 욕설과 고성, 폭언, 인격 모욕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남자 지도자는 여자 선수들에게 “야 이 XX야, XXX야, XX XX야, 죽을래, 그 따위로 할 거야? 미쳤어? 나가! 너 뭐 하는 거야? 장난해”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종목에서는 지도자가 경기장 복도 한 쪽에 남자 고교 선수들을 열중 쉬어 상태로 세워두고 “야 ㅇㅇ 너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왜 그 따위로 한 거야”라고 소리치며 공포분위기 속에서 혼낸 것으로 확인됐다.
성희롱이나 성차별적인 의전 장면도 빈번하게 목격됐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한 종목에서는 심판이 경기장 안내 여성 직원에게 “야 딱 내가 좋아하는 몸매야, 저런 스타일은 내가 들고 업을 수 있지”라고 발언하는 장면을 목격됐고, 일부 종목에서 작전 타임에 남자 코치가 여자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르고 만지는 장면도 목격됐다.
일부 여성 선수나 자원봉사자들은 단상에 마련된 좌석의 종목단체 임원 등에게 다과 수발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또 대부분의 종목에서 학생 선수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경기장 입구 등에서 무분별하게 흡연하는 장면이 목격됐으며, 경기장 내부까지 담배 냄새가 유입돼 학생선수들이 간접흡연을 하게 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일부 관중들의 도 넘은 비난이나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발언도 있었다. 일부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지역감정에 기반을 둔 비난을 하거나, 여성 선수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했다. 한 남자 관중은 여자 선수에게 “나한테 시집와라, 시집와”라고 발언을 했다.
한편, 모니터링을 했던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탈의실·대기실·훈련실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일부 선수들은 관중석이나 복도, 본인들이 가지고 온 간이 매트 위에서 관중들과 섞인 채로 쉬고 훈련하고 몸을 풀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특별조사단은 “앞으로도 대규모 스포츠 경기가 인권친화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포츠경기에서 인권침해와 권위주의적 문화가 완전히 근절될 수 있도록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각 이해당사자들에게 개선을 촉구하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협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