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판단을 믿습니다
국회의 판단을 믿습니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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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언/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간사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국회의안과에서 이미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의원 52명의 서명을 받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공식 접수됐습니다. 이번 민법개정안의 주요골자는 제4편 친족편 중 호주와 관련된 전 조항과 처의 부가입적을 규정한 제826조 제3항을 삭제하고, 자의 성과 본을 부모 협의 하에 선택할 수 있도록 제865조의 2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1년 3개월 전 여성신문과 호주제폐지시민연대에서 국회의원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주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설문조사 결과에서 의원님들은 분명히 호주제가 잘못된 제도라는 것은 알고 계셨습니다. 특히 부가입적 문제, 자식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한 민법조항이 ‘부당하다’고 말씀하신 분이 절반이 넘었습니다.



의원님들을 믿습니다. 보편적인 양심에 기초한 의원님들의 상식을 믿습니다. 적어도 1년 3개월 전의 설문조사 결과를 본다면 의원님들은 호주제가 무엇이 문제인지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계십니다. 이대로만 통과시켜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발의된 민법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혹시 하는 생각에 옛날얘기를 또 한번 꺼내야겠습니다.(필자가 굉장히 속이 좁습니다. 이해해주세요.) 지난 90년 민법개정 때처럼 의원님들이 또 실수를 하실까 해서 말입니다. 그때도 여성계, 학계, 법조계에서는 호주제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의원님들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원래 가족법 개정안을 수정하셨습니다. 의원님들은 호주상속을 호주승계로 바꾸셨고, 호주승계포기(민법 제991조), 일가창립규정(민법 제787조) 신설이라는 미봉책으로 호주제를 존치시키셨지요.



이제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의원님들이 나서주셔야겠습니다. 혹시 아직도 (왜곡된) 국민정서 운운하신다면 필자는 이렇게 고언을 드리겠습니다.



“그 국민정서와 양성평등은 결코 화해하거나 타협할 수 없습니다. ‘양성 평등’한 신분등기제도를 원한다면 그 ‘국민 정서’따위는 고려할 필요도 없이 ‘가족’의 범위를 일방적으로 감히 규정하는 제도(호주제)는 마땅히 폐지돼야 합니다. 오히려 이런 비뚤어진 관념을 지지하는 그 국민정서야말로 비정상적인 국민정서이며 그 국민정서를 제대로 고치는 데 의원님들이 나서야 할 것입니다”라구요.



다시 한번 의원님들에게 호소합니다. 의원님들이 1년 3개월 전에 보여주셨던 생각대로, 그 뜻대로 하시면 호주제는 폐지됩니다. 의원님들의 교양(분별력)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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