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 토크] 남성 페미니스트 여기 있다
[히포시 토크] 남성 페미니스트 여기 있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10.21 20:01
  • 수정 2019-10-2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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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오마이뉴스 기자)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저자
서한영교 『두 번째 페미니스트』 저자
이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
최주헌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회원

“가부장적 구조
남성들의 완전한 인격체 방해”

“20대 남성들 지금은 안티이지만
페미니스트 될 가능성 있다”
히포시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있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운영진 이한,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참석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히포시(HeForShe) 토크가 8일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박정훈(오마이뉴스 기자)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저자, 최주헌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회원, 이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 서한영교『두 번째 페미니스트』저자가 참석해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은 10월 8일 히포시(HeForShe) 토크를 열었다. 히포시는 성불평등 문제에 남성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유엔 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이다.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와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을 경험하면서 성평등 사회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성평등을 위한 남성들의 참여가 절실해지고 있다. 이날 좌담회는 신준철 여성신문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박정훈(오마이뉴스 기자) 『친절하게 웃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저자, 서한영교 『두 번째 페미니스트』 저자, 이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 최주헌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회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네 명은 페미니스트이다. 남성들의 페미니즘 수다, 히포시 토크는 유튜브 채널 '여성신문TV'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사회자 페미니즘을 만나고 행복해졌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이한 저는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전에는 남성성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쿨한’ 남성성에 대한 강박관념과 ‘맨박스’(Man Box·남성들이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틀)가 있었다. (페미니즘을 접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내 남성성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서한영교 어릴 때 아버지가 노동운동을 하셔서 노동상담소를 개설하느라 매해 이사를 다녔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였다. 한 여학생과 전학을 갔는데 저는 남성 어린이 무리에게 처음 들었던 말이 “축구할 줄 알아?”였다. 그런데 여성 전학생 무리에서는 “너 어디서 왔어?”, “어젯밤 잘 잤어?” 이런 이야기를 했다. 굉장히 섬세한 정서적 교류를 하는 거다. 저도 전학을 다니면서 불안하고 긴장했는데 그 광경을 보고 놀랐다. 정서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정훈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 엉망으로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보게 됐다. 여성이든 약자든 나와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어떤 사건을 보게 되고, 세상을 보게 됐다. 더불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누리고 있고 경계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불편할 수 있지만 내가 비뚤어진 길로 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 대해서 점점 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주헌 저는 학창시절 남자애들 사회와 잘 맞지 않았다. ‘맨박스’와 항상 불화하면서 살았고 페미니즘을 접하고 스스로를 일관성 있게 바라 볼 수 있게 됐다. 저에게는 페미니즘을 보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행복도 있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더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길로 받아들인 것 같다.

히포시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있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운영진 이한,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참석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히포시 토크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저자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가 말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회자 ‘20세기 페미니즘의 얼굴’이라 불리는 미국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불평등한 결혼이 남성이 완전한 인격체가 되는 걸 방해한다고 했다. 가부장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한 ‘우리집 아재’라는 웹툰이 있다. 집안의 가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되게 밖에서도 선망하고 되게 괜찮은 지위에 있는 아저씨가 집에만 오면 꼰대가 되는 모습이다. 집에 돌아오면 양말 벗어던지고, 김치볶음밥을 1주일에 한 번 하면서 가부장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완전한 인격체가 아닌 게 이런 모습이라는 걸 알았다. 가족과 대화도 잘 못하고 이야기를 하면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이야기한다. 가부장적 구조가 남성들을 완전한 인격체로 만들지 못한다.

최주헌 가부장적인 결혼이 노예제와 많이 비교됐다. 노예제도에서 우리의 주인이 되는 사람도, 인격이 파괴된 인간으로써 지배권을 행사하면서 온전한 인격을 실현할 수 없다. 가부장적인 권력을 인지하지도 않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인격적으로 멀쩡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한영교 결혼을 하고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머리에 아버지라는 이미지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근대의 남성은 생계부양 모델로의 아버지의 역할이 내려오는 모델이라는 것이었다. 그 틀이 산업시대 이후로 너무 고정화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결혼을 ‘3D’라고 부르기도 한다. 독박 육아, 독박 가사노동, 독박 효도이다. 가부장 프레임 안에서는 아버지라서 안 했던 것 중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돌봄 노동을 통해 황홀한 감각을 느꼈다. 동시대 어머니들이 사회적 압력과 어떤 사회적 굴레 속에서 지내고 있는지도 알게 됐다.

사회자 그렇다면 ‘한남’(한국남자)을 만드는 기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남성의 변화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경험이나 정책에 대해서 말해주면 좋겠다.

이한 교육이 중요하다. 사회가 다양해지는 것과 별개로 저희는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못 받았고 성평등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빠르게 변하게 나갔다. 저는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컸다. 이후에 들었던 성폭력 예방 교육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계기가 됐고 그때 만난 좋은 친구들과 주변에서 책을 읽어보라는 권유도 해주고 경험담도 해줬다. 다른 사람도 비슷했을 것 같다. 사회에서 배워보지 못했던 남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주고 작은 만남들과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면 페미니즘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정훈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교육과 미디어다. 저는 예전에 라디오에서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을 들으면서 또래 친구들과 온라인 카페에서 이야기를 했다. 운이 좋게도 그때 친구들이 페미니즘은 필요하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호주제 폐지를 조롱하는 학교 선생님과 붙어본 적 있었다. 친구들에게 혐오스러운 욕을 엄청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저를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넘길 수 있었다. 나를 지지하는 집단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누가 만들어주느냐면 교육이 만들어주고 미디어가 만들어준다.

서한영교 저는 한국의 남성성이라고 특정 지을 수 있는 건 시점은 식민지 시절의 조선이라고 본다. 일본군인들에 의해서 조선의 남성들은 자신을 남성으로서의 어떤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었다. 이전에 익혀왔던 방식으로는 살수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여성을 착취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취했다. 이후 산업화와 IMF를 만나면서 자신의 박탈감이나 결핍을 가부장제 남성 모델에 기대서 이어오고 있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만나면서 정치적 서사가 자기의 삶에 들어온 거다.

최주헌 40~50대 윗세대의 남성은 ‘여성과 남성은 현재 평등하지 않다’는 건 받아들인다. 아래 세대는 평등해야 한다고 받아들이는데, 지금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가 되려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성차별이 더 교묘해지고 더 스며들어 있고 여성의 삶을 억압하고 있다는 걸 설득시키려면 더 세련된 언어가 필요하다.

히포시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있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운영진 이한,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참석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
히포시 토크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말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

사회자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있다. 여성을 혐오하기도 한다. 적극적인 해결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최주헌 지금 여성들 사이에서는 페미니즘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남성들 집단 내에서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성들과 깊은 교류를 많이 할수록 페미니즘이 말하는 여성이 겪는 억압과 차별을 더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모르는 남성들은 인터넷이나 커뮤니티에 고립되어 있는데 이들을 끌어내려면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정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까지 2030 남성들의 미투 운동 지지가 40%였다. 미투를 지지한다고 혹은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최소한 40%에게는 페미니즘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타인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주류 집단인 ‘안티 페미니즘’이 균열이 날 수 있다고 본다.

서한영교 책이 나오고 나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 제 책에서 ‘왜  남학생들은 운동장에 있었던 걸까?’ 이 문장만 따온 어떤 학원 강사가 댓글을 남겼다. 학교 선생님을 해보니 여학생들은 운동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이다. 각자의 진실을 진실이라고 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소통이 가능할지...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이한 페미니즘 교육을 받지 못한 남성들 중에서 안티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성차별에 친화적이지 않은 남성들이 많은 건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많다고 해도 그들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져 계속 성차별적 세상이 되자는 건 아니지 않나.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 각각 이슈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더라. 언론과 정치권 미디어가 페미니즘의 친화적인 사람들을 좀 더 주목해야 한다.

히포시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있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운영진 이한,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참석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히포시 토크가 8일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 이한 씨가 말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주헌 20대 남성들은 지금 굉장히 안티 페미니스트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오히려 페미니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불안전한 지형에서 혼란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야 한다는 건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왜 운동장을 여자애들이 쓰지 않느냐.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한 스텝만 더 나가면 되는데 거기까지 닿으려면 감동이 있어야 하고 동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자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 내가 남자들의 할 일은 무엇일까

박정훈 저는 남성으로서 자기가 누린 혹은 부당이득과 권력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폭력적인 지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변화를 위해서 페미니즘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최주헌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할 때 자기가 잘못 살아왔던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이 확산될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옳은 주장은 설득하기 더 쉽다. 페미니즘에 대한 말은 많아졌다. 진전해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한 페미니즘은 백신이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가 병이 낫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큰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백신을 맞으면 뻐근하기도 하다. 페미니즘을 알고 나면 내 삶은 불편해진다. 그럼에도 더 바르게 살 수 있게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백신은 함께 맞아야 한다고 한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같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한영교 페미니즘은 여기가 지옥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은 지옥의 문을 깨부술 수 있게 경합하는 담론이라고 본다. 세 번째로는 페미니즘은 이 지옥에서도 나름 아름다운 공동체를 가꿔나갈 수 있는 상상력이다. 페미니즘에 대해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비비면 정전기가 생기는 것처럼.

히포시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있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운영진 이한,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참석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히포시 토크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최주헌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회원이 말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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