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연구 회사 ‘딥트레이스’ 보고서
포르노 영상에 유명인 얼굴 합성하는
‘딥페이크’ 포르노 작년보다 두배 증가
인공지능 기술로 포르노 영상에 유명 여자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포르노가 급증한 가운데 피해자의 25%가 한국 여자 연예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의 사이버 보안 연구 회사 ‘딥트레이스’의 지난 9월 딥페이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이 올해 현재 1만4798개로 지난해 12월 7964개에 비해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 중 96%가 포르노로 소비되고 있었다. 얼굴 합성 피해자 중에는 미국·영국 여배우(46%) 다음으로 뮤지션 K(케이)팝 가수 등 한국 여성 연예인(25%)이 많았다. 딥트레이스의 연구진들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대중문화전문지인 롤링스톤은 한국 여자 연예인들이 딥페이크 영상 주인공의 25%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케이팝이 50억달러(약 5조9740억) 규모의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케이팝 스타들이 딥페이크 영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여자 연예인들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은 대부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제작됐다”며 “이는 중국이 케이팝 주 소비국 중 하나인 만큼 관심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을 원하는 영상에 붙이는 합성 영상이다.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하면 어떤 영상에든 원하는 인물에 얼굴을 붙일 수 있다. 또한 가짜 동영상도 만들 수 있다. 표정이나 이목구비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제스처와 목소리까지 구현한다.
헨리 아이더 연구 분석 책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딥페이크에 대한 기존 논의가 많이 빗나갔다”며 “처음 딥페이크 기술 등장 당시 사람들은 정치적 문제나 사기 범죄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해, 정작 여성을 다치게 하는 딥페이크 포르노가 문제가 될 것을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딥트레이스에 따르면 다양한 각도에서 얼굴을 담은 사진 250장만 있으면 이틀 안에 딥페이크 포르노를 맞춤 제작할 수 있다. 이런 영상을 판매하는 업체도 생겨났으며 앱·온라인 등으로 쉽게 접근 가능하다. 또한 영상의 제작 최소 가격은 2.99달러(약 3572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딥페이크 기술 발전과 달리 규제 속도는 더뎠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불법 음란 동영상을 인공지능으로 걸러내는 기술 개방에 나섰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미국의 경우 각종 법안을 통해 딥페이크를 규제하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7월부터 딥페이크를 보복성 음란물에 포함한다는 법안을 발효했다. 이에 따라 딥페이크 제작은 1등급 경범죄로 취급돼 최대 12개월 징역 또는 벌금 2500달러(약 298만원)가 부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