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작가
성폭력을 당한 한 여성의 삶
일기 형식으로 담아내
세상으로부터 소외받지만
살아내기 위한 끈기 보여주는
주인공 제야의 이야기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저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 제야에 대해 “현실 세계에 가장 많을 것 같은 인물일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책을 읽고 서로 마음을 나누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거의 매일 뉴스를 봐야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착잡함을 느낄 때가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성범죄 기사를 볼 때다. 특히 여성을 향한 성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사회에서 불안과 위험은 멀리 있지 않다.

『이제야 언니에게』(창비)를 펴낸 최진영 작가가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던 여고생 제야는 자신에게 항상 친절했던 당숙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세상은 피해자에게 더 가혹하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서에 찾아가지만 외면 받는 건 기본. 가장 따뜻하게 보듬어줘야 할 부모는 제야의 버팀목이 되어 주지 않는다. 제야의 삶은 온전하지 못하다. 아니,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8일 마주한 최 작가는 자주 접하는 성범죄 기사를 보며 “참담했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성범죄 기사가 올라오잖아요. 성폭력 사건에 대해 (글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기사가 또 올라왔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참담했어요.”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지음/1만4000원 ⓒ창비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지음/1만4000원 ⓒ창비

성범죄 관련 기사가 나오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대중들은 주목한다. 하지만 사건의 이후 피해자의 삶과 인생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잘 모른다. 이 소설은 성폭행 이후의 제야가 세상과 마주하기를 버거운지 담아낸다. 사람을 죽이는 생각을 하거나 밖을 다닐 때는 과도(果刀)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니기도 한다. 살기 위해, 버거운 자신을 마주하고 세상과 싸운다. 소설은 때로는 제야의 1인칭 시점의 일기로, 제야의 감정이 극한 상황에서는 3인칭으로 담아낸다.

“어떤 사건이던 사건이 터졌을 때는 주목하지만 금방 잊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온전히 혼자서 겪어야하는 기나긴 시간이 남아 있죠. 저는 성범죄를 당한 인물을 중심에 두고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소설은 ‘어른다운 어른’이 현실에 존재하는지 묻는다.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목소리가 큰 당숙과 대체에 소극적인 부모, “너도 잘못이 있지 않느냐”고 오히려 지적하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어른들이 등장한다. 반면 제야는 오랫동안 만난 적 없던 이모에게 위로를 받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저자가 8일 충정로 여성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저자가 8일 충정로 여성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가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의 부조리함을 보려고 했어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접하고는 바뀌었어요. 내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것 같더라도 (어른을) 소설에 넣자고 생각했어요. ‘어른다운 어른’은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탓하지 않는 사람이죠. 미숙한 존재를 보호해야 되는데 그들의 탓으로 돌리는 걸 보면서 부조리하다고 느꼈어요.”

하루아침에 무너진 인생. 하지만 살아내려고 전진하는 제야의 한걸음에서 용기를 본다. 그는 살아내려고 한다. 제야는 잘 살고 있을까.

“열린 결말이라 독자 분들이 각자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성범죄를 당한 여성이 행복하게 살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피해자들이 움츠렸다면, 제야가 꿋꿋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현실의 공기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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