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개봉 소식에
페미니즘 이슈로 온라인 시끌
‘평점 테러’ 일어나지만
실제 영향 크진 않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관련 기사에는 상당한 악플이 달린다. 지난달 말에는 관객들이 고의로 평점을 주지 않는 '평점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관련 기사에는 상당한 악플이 달린다. 지난달 말에는 관객들이 고의로 평점을 주지 않는 '평점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용기 있는 배우들과 감독님 꼭 보겠습니다!”, “80년생들이 무슨 성차별을 당했나?” 영화 ‘82년생 김지영’ 제작보고회를 다룬 한 기사에 달린 상반된 의미의 댓글들이다. 이번 달 개봉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댓글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이 영화의 평점은 3.7점에 그쳤다. 별점을 0점에 몰아주는 ‘평점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직장과 가정에서 한 여성이 겪은 성차별을 그렸다. 한국에 페미니즘 이슈를 불러일으켜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반대로 남성들에게는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영화에서도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 등에서 겪은 차별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공감을 샀다. 지난해 100만부 판매를 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일본판으로도 출간돼 지금까지 13만부 이상 팔렸다.

영화가 페미니즘과 연관되면 어김없이 악플이 달리고 ‘평점 테러’에 시달린다. 지난 3월 개봉한 ‘캡틴 마블’은 주연 배우 브리 라슨이 “위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게 알려지며 남성 관객들의 반감을 샀다. 5월 개봉한 ‘걸캅스’는 두 여성 형사가 콤비를 이뤄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요소가 포함됐다. 그러면서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캡틴 마블’은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 브리 라슨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서 일부 관객들에게 ‘평점 테러’를 당했다. 하지만 후속편과 이어진다는 점이 관객들은 영화를 찾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캡틴 마블’은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 브리 라슨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서 일부 관객들에게 ‘평점 테러’를 당했다. 하지만 후속편과 이어진다는 점이 관객들은 영화를 찾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하지만 ‘평점 테러’가 영화의 흥행을 저지하지는 못한다. ‘캡틴 마블’은 580만 명의 관객이 찾았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남성 관객은 45.5%로 여성(54.5%)과 큰 차이가 없었다. 페미니즘 이슈는 있었지만 ‘캡틴 마블’은 속편인 ‘어벤져스:엔드게임’과 이어지는 점에서 관객들은 영화를 찾았다. ‘걸캅스’의 경우 남성 관객은 27.3%로 여성(72.7%)에 비해 크게 적었으나 ‘영혼 보내기’(특정 영화 지지를 위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표를 예매하는 것)의 힘입어 162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140만 명)을 넘어섰다.

성상민 대중문화 평론가는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개봉하진 않았지만 일부 남성들은 소설과 뭐가 다르겠냐는 정서적 요소가 있는 것”이라며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증가한 상태에서 원하던 원치 않던 대결하는 구도는 어떤식으로든 배치돼 있다”고 했다. 이어 “영화를 볼 때 평점을 보는 비율은 줄어든다고 본다. (여성서사가) 영화로 나온다는 것은 이런 작품을 보고 싶다는 부류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