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2일 중구 동아빌딩 금융노조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이 지난 10월 2일 서울 중구 동아빌딩 금융노조사무실에서 "은행권에서 2~3만명 정도 인력이 부족하다"라며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눈치보지 않고 쓰는 이 청년실업과 저출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지난해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지원자 중 여성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 과정에서 떨어뜨린 성차별 사실이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드러나 공분을 자아냈다. KB국민은행은 2015년 공채에서 남성 지원자 100명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고 KEB하나은행은 남성4:여성1의 비율로 남성을 4배 내 더 뽑는 차등 채용 비율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여성의 서류전형 커트라인이 남성보다 48점이나 높아졌다. 금융권의 뿌리 깊은 성차별이 채용부터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권(55) 금융노조 위원장은 공정한 채용과 여성CEO 경력개발, 여성 30% 임원 할당제를 노조 차원에서 요구하고 나섰다. 2017년 금융노조 여성위원회를 30년 만에 공식기구로 만들기도 했던 그는 “내년 1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채용과 처우 개선 및 승진 등에서 여성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선에 도전하며 여성 이슈에 주목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성위원회 출범 후에도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에서 차별이 존재한다. 차별철폐에 성과가 있었나.

“금융권에서 저임금 직군, 2차 정규직 등에 여성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분들을 정규직화하는 정책 제안 등을 했다. 임신 여성 노동자에 대한 단축근무로 하루 2시간 단축근무를 하도록 지난해 단체협상에서 사측과 합의했다. 성희롱 피해자 구제제도, 난임 휴가 3일 신설(1일 유급), 초등학교 입학기 자녀 둔 직원, 3월 한달 간 10시 출근, 배우자 출산 시 유급휴가 10일로 연장, 만10세 이하 자녀 육아 여성 노동자, 인사 시 집과 가까운 지역에 최우선 배치 노력, 성희롱 담당기구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 등 노사가 합의했다. 여성위원회가 평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른 연구단체에서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이 많이 온다.”

최근 7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했다. 여성 정책이나 제도 관련해 요구할 사항은.

“여성들이 해야 할 업무를 특화시킨 것이 차별이다. 여성 CEO 양성을 위해 경력 개발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여성들이 직장 내 보상과 승진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정부 방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내 경력개발 프로그램에 여성들이 집중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기 계약직에는 여성이 절반 이상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이 있다. 여성을 무기계약직으로, 2차 정규직으로 처음부터 분류한다. 2차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차별이다. 실제로 어느 직급에 못 올라가도록 막는 승진 차별도 있다. 채용단계에서 차별을 막기 위해 일반직으로 정규직 전환하고 있으며 승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단순히 정규직이 몇 % 올라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여성들이 기존 직급에서 하위직급에 포함돼, 정책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노사간 합의했다.”

제1금융권, 제2금융권 모두 여성 고위직이 극소수다. 특히 제2금융권은 임원 중 여성이 4.3%에 그친다.

“금융권 전반에서 여성CEO나 리더 육성을 위한 여성들의 경력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순히 수신, 예금, 고객응대 등 개인금융에 집중돼 있고 여성CEO 육성을 위한 경력개발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사측은 승진 시 여성 대상자가 없다고 뻔뻔하게 얘기한다. 여성들에게 업무적, 실제적인 교육적 투자를 안 했다는 얘기다. 여성과 남성 CEO 비율을 같이 가기 위해 매년 인력을 늘릴 계획을 가지고 가야 한다. 올해 안 됐을 경우 2020년 몇 명 여성 임원 목표를 만들어 집중적인 교육을 시키고 인재 육성을 해야 한다. 여성 임원 육성은 사측, CEO 생각만 바뀌면 충분히 가능하다. 경력개발, 집중개발을 통해 여성 책임자분들이 현재 많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순히 숫자만 채운다고 유리천장을 극복하기 어렵다. 여성도 행장, 부행장을 할 수 있고 대관업무를 할 수 있도록 사측이 제도적인 뒷받침해야 한다.”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 리더들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무엇으로 보는가.

“어느 회사에서 여성이 임원이나 대표가 되는 것이 뉴스가 아니다. 그만큼 여성이 CEO나 리더급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제적인 여성 임원 30% 할당 제도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여성 노동자들은 생애 주기에 따라 개인적 커리어보다 육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육아가 여성들만의 일이라는 틀을 깨야 한다. 금융노조는 남성 육아 휴직을 의결했다. 사측도 입사 초부터 차별적 인사 관리를 하다가 임원 승진 직전에 여성 책임자가 없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채용부터 여성을 남성과 평등하게 대우하고 여성을 육성하는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금융노조나 여성위원회 차원에서 준비 중인 안건은.

“금융노조는 여성 노동자 실태 조사를 매년 실시해 왔다. 제도가 현장의 현실을 자동적으로 바꿔주지 못했다. 금융노조 차원에서 실태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계획이다. 노조 내 인적구성과 업무 체계도 성평등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실천할 시점이라고 본다.”

산별교섭이 타결된 지 한 달이 됐다. 합의한 내용 어디까지 진행됐나.

“최근 합의를 각 지부별로 보충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저임금 직군 처우 개선과 관련해 산별교섭 합의에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노조는 단순히 임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근본적 대책은 저임금 직군과 일반 직군 간 임금 격차가 해소되야 한다는 차원이다. 파견, 용역 노동자 처우개선도 사내 근로복지기금 사용을 통해 처우개선할 수 있도록 이번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도록 긴밀히 지원하고 협조할 계획이다.”

내년 노조 창립 60주년이다.

“금융노조가 박정희정권부터 시작돼 노동자를 대표하는 산별노조로 자리매김했다. 산별노조로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선배님들의 헌신과 조합원 동지들의 단결과 믿음 때문이다. 얼마 전 노조 60년사를 편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뜻깊은 일이다. 금융노조 60년사가 군사독재정부와 싸워 온 현대사인 만큼,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허 위원장은 금융권에 만연된 성과주의 폐해를 지적했는데 무슨 말인가.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DLS, DLF도 과당 경쟁 때문이다. 결국 경영진의 과도한 성과주의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 실제로 직원이 출근해 전날 실적으로 이름과 1등부터 900등까지 등수가 매일 공개된다.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에서도 한 직원은 아침에 출근하기 힘들다고 한다. 전날 실적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적 평가가 인격에 대한 평가가 되고 있다. 펀드, 예금, 대출 등 몇 건을 했다는 것이 사람에 대한 평가로, 승진과 연결돼 가장 큰 폐단으로 지적되고 있다. CEO들, 은행장들이 단기 실적주의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임기 내 최대 실적을 내 단기실적을 내려 한다. CEO들은 현장 직원들을 잡게 되고 과당 경쟁이 벌어진다.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간다. 과당 경쟁, 지나친 성과주의 문화는 근절되어야 한다. 사람에 대한 평가가 실적 하나로 평가된다는 것은 극단적인 천민자본주의다. 노조는 과당경쟁방지 TF팀을 구성해 활동 중이다. 성과주의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을 폐지하기로 노사간 합의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해 ‘노동감찰단’을 추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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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55) 금융노조 위원장 프로필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 학,석사

2011~2017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위원장

2012~2017 (사)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대표

2012.09~2012.12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선거(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담쟁이캠프 노동부문 부위원장

2017~ 현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사)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 (재)공공상생연대기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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