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임산부 조차 낯설고 모르는 임신 증상
논문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

'아기말고 내몸이 궁금해서' 우아영 작가가 1일 서울 이태원 한 카페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아기말고 내몸이 궁금해서' 우아영 작가가 1일 서울 이태원 한 카페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극초기 유산 때 병원에서 들은 것과 달리 큰 고통을 겪은 것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됐어요.”

10월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여성의 생애주기에 ‘임신’은 항상 언급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 여성조차도 낯설고 어려운 것이 임신이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임신을 한다를 넘어서지 못하는 초·중·고교 성교육의 미비함과 ‘엄마라면’ 임신 기간 모든 고통을 당연히 홀로 조용히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임신에 대한 정보로부터 여성을 멀어지게 한다.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우아영, 휴머니스트)는 과학기자인 우아영씨가 임신 기간 동안 겪은 온갖 종류의 증상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우 기자는 생애 첫 임신 때 극초기 유산경험 한다.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는 의사의 말과 달리 밤새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저자는 임신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여성에게 멀리 있는지 알게 된다. 

“불임, 난임 환자가 늘면서 보조생식기술에 자원이 집중되고 있어서, 과학기자로서 첨단 생식기술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임신을 하고 보니 내가 겪는 변화는 첨단 생식기술들과는 너무 먼 일들이 많았어요. 과학기자를 하며 들어보지 못한, 의료계나 과학계에서 연구되지 않는 일들이었어요.”

입덧, 임신 중 소양증, 비염, 꼬리뼈 통증 등 수많은 증상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임신 중 정상증상’으로 설명됐다. 병원의 의사가 내린 해결책은 출산. 일부 ‘임신 중 정상증상’은 정말 출산 후 씻은 듯이 사라졌지만 일부 증상은 출산 후까지도 우 기자를 힘들게 했다. 소양증이 그랬다. 

“임신 중 정상 증상, 사실상 태아에게 큰 해가 가지 않는 한 치료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꼬리뼈 통증 등은 치료제가 없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어요. 입덧과 같은 증상은 고칠 약이 있지만, 임신 중 정상증상으로 병중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증상을 치료할 약이 있어도 비보험이에요. 많은 임산부가 겪는 고통이지만 사실상 고통으로 치지 않는 셈이에요.”

한정열 산부인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임산부 중 80%가 입덧을 경험하고 10%는 14주 이후에도 지속되는 입덧으로 고통받는다. 그러나 디클렉틴 등 입덧을 방지하는 약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이다. 디클렉틴 기준 1일 최대 용량을 한 달간 복용하면 17만여원이 든다. 이러한 배경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치우쳐진 성비가 있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임기인 6기 건정심의 성비는 24명 중 4명이 여성으로 16% 수준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당사자로 겪는 거잖아요. 온전히 여성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체적인 선택을 발휘하려면 충분한 정보가 주어져야 해요.”

우 기자는 임신 전과 임신 중, 임신 증상에 관한 특별한 성교육 등을 따로 듣지 못했다고 한다. 임신에 관한 책은 대체로 태아의 발육에 따른 내용이 중심이 되고 임신 당사자가 겪는 수많은 증상에 관한 내용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그 탓에 육아카페에는 임신 중 증상에 관해 묻고 답하는 글이 넘쳐난다. 우 기자의 바람은 더 많은 임산부에 관한 책이 나오며 여성이 겪는 임신에 관한 사실들이 알려지는 것이다. 

“이번해부터 임신 자체에 대한 책이 조금씩 나오게 됐어요. 제가 겪은 증상은 책에 나온 것들이지만 임신 증상은 사람마다 달라요. 더 많은 책들이 나온다면 지식이 더 풍부해질 거고, 임산부에 대한 배려도 익숙한 사회가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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