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요리·게임 리뷰 등
거침없이 새로운 도전
‘대충 비빔국수’ 조회 수 550만

장수·효도 프로그램 ‘객체’로
소비되던 70대 여성의 삶
‘막례쓰’가 주체로 바꿔 놓아

박막례 할머니 인스타그램
©박막례 할머니 인스타그램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국내 유튜버 120여 명 중 70대는 박막례(72) 할머니가 유일하다.

유튜브 채널 ‘코리아 그랜마(Korea Grandma)’를 이끄는 ‘막례쓰’는 유튜버 데뷔 1년여 만인 지난 8월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다. 국제적인 유명세도 굳히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에 한국 대표로 초대받아 구글 CEO 선다 피차이와 만났고,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에게 “나 같음 이마빡에 내가 유튜브 만들었다고 딱 써불고 다닐텐디 왜 가만히 다녀요?” 묻기도 했다.

 막례쓰의 유튜브 영향력이 커지며 지난달에는 영국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 공동창업자 로웨나 버드(60)의 초대로 영국 런던에 다녀왔다. 버드는 동물실험반대‧플라스틱 그랩(1년에 1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줍기) 같은 사회운동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여성 창업자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현상은 인터넷 시대에 70대 여성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내세웠다는데서 큰 의미를 갖는다. 막례쓰는 유튜브에서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외치며 메이크업, 요리, 여행, 게임 리뷰 등 젊은 유튜버들이 하는 일에 거침없이 도전하고, 속 시원하게 웃는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때로는 막말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는 그에게 많은 사람들이 환호한다. ‘막 대충 만드는 비빔국수 레시피’는 조회 수 550만회를 기록했다. 미디어에서 주로 장수-효도 프로그램의 ‘객체’로 소비되는 노년 여성의 삶을 막례쓰는 주체로 확 바꿔놓았다.

박막례 유튜브 채널은 사회적 이슈와 노년 여성의 삶을 연결한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는 “구독자들도 단순히 유머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할머니와 구독자가 자연스럽게 채널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도전과 과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노년 여성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그의 채널은 20대인 손녀(김유라PD)가 기획하고 운영한다. 박막례 유튜브 자체가 ‘할머니의 치매 예방을 위해 떠난 호주 여행’ 이었다.

©박막례 할머니 인스타그램
©박막례 할머니 인스타그램

 

황진미 문화 평론가는 박막례 할머니의 “평범하지만 솔직하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이 인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쟁보다는 ‘네 삶을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이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계발서보다 더 해방적인 메시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막례쓰가 살아온 삶이 인생 도전기 그 자체다. 쌈밥집을 운영하던 그는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패를 맛보며 또 다른 인생을 맞고 있다.

젊은 세대들도 박막례 할머니를 통해 노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기기도 한다. 이지영씨(26)는 “박막례 할머니의 채널을 보면서 ‘내 스스로 노인에 대한 이미지를 박제시켜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할머니랑 같이 있는 시간이 없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어르신들은 보수적이고 고지식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서보윤씨(23)는 “얼마 전 할머니랑 단둘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 할머니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했다”며 “젊은 시절의 이야기와 현재의 고민들을 대화했는데 그러다 보니 문득 박막례 할머니가 떠올랐다. 평범하다고만 생각한 우리 할머니도 늦은 나이지만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것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박막례 할머니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넘어 더욱 다양한 채널들이 나올 수 있는 롤 모델로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수아 교수는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 내에서 다양한 여성들이 나올 수 있는 교훈적인 사례여야 한다”고 했다. 황 평론가는 “‘노인을 공적 관계에 놓았을 때 살갑게 컨트롤할 수 있는 매체가 있는지, 손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노인과 협업을 할 때 과연 핸들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박막례 할머니 인스타그램
©박막례 할머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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