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동북아코리안여성평화회의
‘코리안·디아스포라·여성·평화’

9월 27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한 2019 동북아코리안여성평화회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여성.평화'를 서울 중구 문학의집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9월 27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한 2019 동북아코리안여성평화회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여성.평화'를 서울 중구 문학의집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디아스포라(Diaspora)는 특정 민족이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1864년 연해주 방면으로 이주한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강제 징용, 전쟁, 남북 분단 등 다양한 이유로 디아스포라가 발생했다. 2017년 외교부의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약 333만명에 이르는 동포가 동북아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디아스포라(동포)가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와 한인 여성들의 미래를 위한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조각보(공동대표 김옥연, 박연희)가 9월27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2019 동북아코리안여성평화회의 ‘코리안·디아스포라·여성·평화’를 개최했다. 

김숙임 이사장은 “한국사회는 아직 동포와 여성에 관한 관심과 성찰이 깊지 않다. 성과 인종, 민족과 국가, 이주와 정주 등의 경계를 넘나든 정체성, ‘우리는 누구인가’에 우리는 생각이 집중되어 있고 마음으로 연결됐다”며 “어려운 삶을 살아온 동포,  아래로부터 통일을 위한 평화 네트워크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한반도 안팎의 동포의 목소리를 모으면 동북아 서로를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더 아름다워 지는 데에 역할을 할 것이다. 민간 공공외교의 사명을 수행하는 조각보가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 “우리나라의 이산은 1864년 연해주로 이주한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크게 세차례 역사적 격변으로 발생했다”며 “이산과 이주, 이민과 난민, 탈북 등 다양한 삶과 세계를 이해하고 사회적·정치적 측면에서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철 아시아발전재단 상임이사는 “근대 초기 우리 민족은 가혹한 역사와 만나 삶의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 고통스러운 민초들의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여성과 평화라는 의미 있는 조각보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며 “고통스러운 역사의 터널을 거쳐왔지만 그 고통의 역사를 통해 평화를 위한 치유로 바꾸는 일, 그것이 2019 동북아여성평화회의를 통해 조각보가 꿈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조 발제로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나섰다. 김 교수는 “디아스포라 한인의 미래 비전은 편견 극복과 한민족간의 연대 수행 이상으로 사유되어야 한다”며 디아스포라 한인들이 한국사회에서 ‘주변부 소수자’의 위치로 고립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국은 남북한 인구의 10%인 740만 명이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한반도 밖으로 나갔던 디아스포라(동포)들은 다시 다중적 기원과 소속감, 언어, 정체성을 갖고 영구귀국, 이주 노동, 결혼, 유학 등의 형태로 한국에 정착한다. 이들은 모든 소수자, 이민자, 동포 등을 하나의 집단적 대상으로 규정하고 위계화 하는 한국사회의 균질화를 거부하고 대항적인 정치적 관점을 추구한다. 

김 교수는 “한국 미디어는 디아스포라 한인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다양하게 보여주지 않고 이들이 사회 문제를 일으켰을 때만 주목한다”고 지적하고 “한국 사회는 이들을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힘을 지닌 사회적 행위자로서 한반도 역사에서 복수적 주체로 행동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27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한 2019 동북아코리안여성평화회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여성.평화'를 서울 중구 문학의집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이란 전국애심여성네트웍 중국대표가 '동북아시아 전환기, 평화를 위한 중국 조선족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9월 27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한 2019 동북아코리안여성평화회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여성.평화'를 서울 중구 문학의집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이란 전국애심여성네트웍 중국대표가 '동북아시아 전환기, 평화를 위한 중국 조선족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어 1부에서 한인 동포 여성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이주 정착지에서의 다중적인 정체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연대를 통해 새로운 활동 영역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국적 문제 해결의 시급함을 말했다. 

중국 동포인 이란 전국애심여성네트워크 명예회장은 코리안 여성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공공외교로 “여성 민간단체들을 이끌며 구체적인 자선 공익실천을 꾸준히 한다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우리말과 글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살고 있는 김숙진 전 알마티 한인신문 편집장 또한 한인 여성끼리 연대해 활동의 범주를 넓히며 현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회장은 “서로 네트워크가 없어 어려움을 겪던 일도 교류하고 연대하다 보면 해결 되기 마련”이라며 “현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연계를 통해 서로의 활동 내역을 살피다 보면 활동의 폭과 내용을 확장할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순옥 사할린 한인협회 회장의 글을 이진선 프로나이스크 이산가족회 회장이 대독했다. 

박 회장은 사할린 동포에 대한 관심이 한국 사회에서 부족해 현재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사할린 동포는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으로 모집 및 징용된 후 한국 전쟁 후에도 사할린에 잔류하게 된 한국인과 그 자손을 말한다. 박 회장은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인 국적 선택권이 사할린 동포에게는 없었다”며 “2014년 6월 대법원이 사할린 한인에 대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다고 판결은 하였으나 2019년 현재까지 무국적을 유지하는 사할린은 극소수며 대부분은 러시아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희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재외동포들에게는 국적과 관계없이 조상의 나라에 대한 역사적 유대가 있다는 사실을 통해 국제법적으로 고국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이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재외동포 전체에 있어 가장 기본적 인권”이라고 말했다. 

9월 27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한 2019 동북아코리안여성평화회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여성.평화'를 서울 중구 문학의집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9월 27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한 2019 동북아코리안여성평화회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여성.평화'를 서울 중구 문학의집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2부에서는 ‘코리안 사회의 소통자, 이주동포여성들의 역할’을 주제로 여러 지역의 한인 동포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진 발표자들은 입을 모아 상호 이해를 위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연희 조각보 공동대표이자 서울시 서남권글로벌센터 전문상담사는 외국인주민종합지원기관인 서남권글로벌센터에서 상담활동을 하며 함께 지역 내외 재한중국동포 및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다가치 포럼을 진행했다. 그는 “평화를 만드는 길은 서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대화, 존중하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화의 장을 자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학교를 다니고 취업과 결혼을 통해 한국에 거주 중인 조미수 풀올림 이사는 한-일 통번역과 시민교류, 평화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이사는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이면서 주민등록이 없는 재일동포로서 한국사회에서 제도적 문제, 생활 문화적 차이, 언어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포 여성들이 가진 저마다의 작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엮으면 큰 역사의 흐름이 보이고 누가 어떤 폭력과 억압의 피해자가 됐고 배제 당했는지 보인다. 이를 주의 깊게 살피며 서로를 받아들이고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인 마순희 전 남북하나재단 상담사는 조각보의 ‘삶 이야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다른 동포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용기를 얻은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조각보 어리버리 중창단과 북향민 가수 김향의 공연이 마련됐다. 어리버리 중창단은 과거 1세대 동포들의 사진 기록을 배경으로 흰 옷을 입고 춤을 춰 박수갈채를 받았다. 가수 김향은 ‘푸른 버드나무’를 애틋한 목소리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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