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DGs 이행 현황 하위권
성평등·기후변화대응은 낙제점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는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 날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글로벌 약속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지난 4년 동안의 이행 현황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SDGs 정상회의’가 처음 열리는 날이다.

국제민간연구기관인 지속가능발전 해법네트워크(SDSN)가 올해 발표한 ‘2019 지속가능발전보고서(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2019)’에 따르면, 한국의 유엔 SDGs 이행 현황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평등(SDG5), 기후변화대응(SDG13), 이행수단 및 파트너십(SDG17) 등 3개 목표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심지어 기후변화대응(SDG13), 육상생태계 보전(SDG15) 목표의 경우, 후퇴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나, 환경 분야 목표 달성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경제·사회·환경 통합적인 SDGs 이행을 위한 법 체계 개편, K-SDGs 토론회 및 열린 SDGs 포럼 등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참여 논의 공간 마련 등 나름 노력해 왔으나, SDGs에 대한 정권의 낮은 관심으로 SDGs 이행이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다행히 최근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현재 환경부 소속으로 있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시키는 법 개정에 동의하면서, 경제·사회·환경 통합 조정기구의 설립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으나, 과연 SDGs가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되기는 해도, 여전히 정책에 대한 자문 기능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구속력 있는 의사결정과 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위원회’가 아닌 바에야, 사실상 SDGs에 부합하는 경제·사회·환경 분야 정책의 이행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한편, 지속가능발전법 개정안을 보면, 국가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수립(매 5년) 및 평가(매 2년)시 유엔 SDGs 이행원칙인 ‘포용적이고 참여적인 이행·점검체계’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유엔은 SDGs를 통합적이고 포용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참여 숙의․공론화 장인 ‘고위급 정치포럼(High Level Political Forum)’을 매년 개최하고,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참여메커니즘을 구축했는데, 이는, 상향식 의견수렴, 회원국의 SDGs 이행 촉진, 보다 많은 사회주체들의 동참을 추동하기 위한 정치적·행정적 장치라는 시사점이 있다. 그런데, 포용과 시민참여를 부르짖고 있는 한국 정부는 여전히 소수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와 부정기적인 공청회·토론회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의사결정과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을 견인하는데 구조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지속가능발전 포럼’ 등 정기적인 참여 숙의·공론화 장 마련과 다양한 사회주체그룹의 참여메커니즘을 법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국제협력의 틀인 유엔 SDGs가 채택된 지 4년이 지났고, 현재 전 세계 경제·사회·환경 논의가 SDGs로 수렴되고 있는 상황이다. SDGs가 공정, 포용, 소통, 한반도 평화 및 국제협력 등 현 정권의 국정기조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무관심으로 인해 국제적인 지속가능발전 흐름과 적절히 연계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엔 SDGs는 5대 기본요소 중 하나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북한은 2020년에 SDGs 국가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전 세계가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남북협력을 위한 가이드라인이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소프트 외교의 장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SDGs와 연계해 SDGs 이행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분명히 표명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진정한 21세기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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