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한국 영페미니스트들과 ‘페미니즘’ 대화
미러링·탈코르셋·트랜스젠더 등 의견 나눠
이견, 논란에 맞닥드릴 때는 ‘경청’ 부터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영페미니스트와 대화모임에서 미러링 전략에 대해 “남성들에게 교육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미러링이나 모방을 통해 그들의 통제에 놓이는 형식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영페미니스트와 대화모임에서 미러링 전략에 대해 “남성들에게 교육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미러링이나 모방을 통해 그들의 통제에 놓이는 형식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영페미니스트와 대화모임에서 미러링 전략에 대해 “남성들에게 교육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미러링이나 모방을 통해 그들의 통제에 놓이는 형식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영페미니스트와 대화모임에서 미러링 전략에 대해 “남성들에게 교육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미러링이나 모방을 통해 그들의 통제에 놓이는 형식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미국 여성운동가, ‘20세기 페미니즘의 얼굴’이라 불리는 글로리아 스타이넘(85)이 한국의 영페미니스트들과 마주했다. 1960~70년대 미국의 여성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그는 2019년 각자의 자리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한국 여성들과 만나 서로의 고민과 의견을 공유했다.

스타이넘은 1972년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Ms.)’를 공동 창간해 15년간 편집장을 지냈고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등을 펴낸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이자 위민크로스(Women Cross) 캠페인에 참여하며 한반도 평화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평화운동가다. 여든이 넘었지만 여전히 운동 현장을 찾는 영원한 ‘현역’이다.

9월 20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페미니스트 대화모임은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가 주최하고 한국YWCA연합회가 주관했다. 사전 신청을 한 90여명의 참가자들은 페미니스트 간 차이부터 탈코르셋 운동, 미러링 전략, 트랜스젠더 이슈 등 현재 가장 첨예한 페미니즘 주제에 대해 스타이넘의 의견을 구했다. 스타이넘은 선배로서 “조언”하기 보다는 한 명의 페미니스트로 “의견”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페미니즘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페미니즘은 사전적 정의 그대로 입니다. 신념, 팩트라고 볼 수 있는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것이죠.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이를 규정하는 단어가 필요한가 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없어질 것이라고도 생각해요. 과거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없을 때는 여성의 자유라고 표현했어요. 그 이후 페미니즘으로 바뀌었죠. 여성의 해방 또는 자유라는 것을 남성이 표현하기 어려워 페미니즘으로 바꿔 말하기 시작했어요.”

-‘미즈’ 창간 당시에 반대가 있었나요.

“‘미즈’는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최초의 미국 잡지였어요. 이전에는 여성 잡지임에도 남성이 편집하고 광고주들이 좌지우지 했습니다. 광고주 입맛에 맞는 기사들이 실릴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픽션이든 기사이든 독자들이 원하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 ‘미즈’를 창간하기로 한 것이죠. 그래서 광고를 따기 힘들었어요. 광고는 콘텐츠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지금 미국 백악관에 있는 트럼프라는 남성은 TV쇼가 만들어낸 캐릭터죠. 그가 출연한 TV 방송프로그램에 많은 광고가 붙었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며 그의 인지도 높아졌어요.”

20일 글로리아 스타이넘 여성운동가가 ‘영페미니스트, Gloria Steinnem에게 묻다’대화모임을 명동 한국YMCA 연합회에서 가졌다.
20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글로리아 스타이넘 여성운동가와 한국 영페미니스트 대화 모임에는 사전 신청을 한 여성 90여명이 참석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페미니스트 간에도 세대 격차가 있는데, 후배 활동가들과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함께 조직을 하는 게 중요하죠. 물론 항상 그럴 필요 없습니다. 선배 페미니스트는 어려웠던 시절을 겪었기에 희망을 갖고 있어요. 후배 페미니스트는 분노를 품고 있죠.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항상 모든 의견에 동의할 필요는 없어요. 이견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견이 다르더라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해요.”

-페미니즘 운동을 지속해나가면서 이견이나 논란을 맞닥드릴 때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선배로서 메시지를 주신다면.

“‘미즈’를 펴낼 때도 여성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거나 반동성애 등 인권 침해를 하는 글이 아니라면 게재하려고 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고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당시에는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경청하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말하는 만큼 경청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러링(mirroring·남성들의 여성 혐오 표현을 거울에 반사하듯 반격하는 방식)’ 전략이 남성들을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원본이 끔찍하다보니 미러링 결과물도 끔찍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미러링은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한 남성들에게 교육적인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네가 내뱉은 말을 똑같이 들으니 어떻냐’고 되묻는 거죠. 남성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외모를 칭찬하는 말에도 쇼크를 받기도 합니다. 이와 동시에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미러링하거나 모방하는 방식을 통해 그들의 통제에 놓이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행동에 통제되선 안되겠죠.”

한국 영페미니스트들의 질문에 답하는 글로리아 스타이넘.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한국 영페미니스트들의 질문에 답하는 글로리아 스타이넘. ©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미디어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를 전형적이다 못해 과잉 여성성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그려냅니다. 여성성을 추구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비극적으로 그려내기도 합니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그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젠더도 우리가 만든 개념입니다. 자유롭게 성 정체성에 대해 밝히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성적 지향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분위기인데, 과거 거부됐던 개념들이 수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백인이 ‘난 흑인이다’라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성에 있어선 다릅니다. 내면으로 생물학적인 성과 다른 성적지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탈코르셋(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한 화장, 긴 머리 등 외모 꾸미기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탈코르셋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신은 ‘여성이 화장하고 꾸밀 수 있다’고 말했는데 탈코르셋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저는 친 코르셋 주의자는 아닙니다. 치장하지 않아도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회사에서 치마 입기를 강요하거나 복장을 규제하는 곳이 있나요. (그런 직장도 있다는 답변이 나오자) 로비 활동이나 시민운동을 통해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화장을 하던, 하지 않던 여성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모를 꾸미는 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