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사물’인 반려동물
사체 처리 규정은 폐기물관리법 따라
동물장묘시설 턱없이 부족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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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을 함께 하며 가족으로 지내던 반려동물이 숨을 거두었을 때 사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행법을 따르자면 사체를 일반 폐기물 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의 죽음도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러나 반려동물 사체 처리 규정과 턱없이 부족한 동물장묘시설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민법상 동물은 사물로 분류된다. 생명이 아니기 때문에 반려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되며 처리는 폐기물관리법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땅에 묻는 행위는 불법이다. 일반 폐기물 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죽었을 경우에는 장소 특성이 적용돼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폐기물처리업자 또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운영업자 등에게 위탁 처리 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동물장묘업 등록을 한 동물장묘시설에서 화장을 하면 된다. 긴 시간 반려동물과 함께 하며 폐기물 봉투에 버릴 수 없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한 화장뿐이다. 

그러나 농림축산부에 동물장묘시설로 등록돼있는 업체는 2019년 9월 현재 전국적으로 총 39곳이다. 이 가운데 16곳은 경기 지역에 밀집돼 있다. 동물장묘시설이 단 한 곳도 없는 지역 또한 부지기수다. 농림축산식품부 ‘2018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를 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비율은 23.7%다. 네 집 건너 한 집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지만 장묘업체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동물 장묘업체 관계자들은 지역 이기주의 님비(NIMBY)현상도 부족한 장묘업체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일 진주시 지역주민 230여명은 대곡면 사무소 앞에 집결해 동물화장장 건립 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동물사체 소각행위가 지역주민의 건강권이 침해받을 우려가 있고 동물화장장이 혐오시설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지역의 한 업체는 건립을 위해 2년에 걸쳐 지역 주민에게 혐오시설이 아님을 설득하고 지역 봉사 등에 나서기도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동물 또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사람들도 애도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혀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펫사료협회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견 사체를 ‘직접 땅에 묻었다’는 응답자가 47.1%, ‘동물병원에 의뢰해 처리했다’는 응답자가 27.9%, ‘장묘업체 이용’ 24.3%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문화의 발전에 따른 적절한 사체 처리 규정의 신설을 위해 민법상 동물에 제3의 지위 등을 부여해 인간에 준하는 동등한 생명체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장묘업체가 아니더라도 동물 관련 시설 건립 때  지역에서 혐오시설이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동물 자체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라며 “님비현상은 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비롯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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