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촉발한 할리우드의 추악한 권력 ‘와인스타인’
#미투 촉발한 할리우드의 추악한 권력 ‘와인스타인’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9.17 14:17
  • 수정 2019-09-17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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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큐멘터리 ‘와인스타인’
30년간 배우·비서 여성 100여명
성 착취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민낯 고발
미국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자로 명성을 날린 하비 와인스타인(왼쪽에서 두 번째)은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으켰다. ⓒ스톰픽쳐스코리아
미국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자로 명성을 날린 하비 와인스타인(왼쪽에서 두 번째)은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으켰다. ⓒ스톰픽쳐스코리아

견제할 수 없는 권력 뒤에는 이토록 추악한 어둠이 깔려 있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와인스타인’(감독 우르술라 맥팔레인)은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7)이 지난 30여 년간 100여명의 여성배우를 상대로 자행한 성범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다루고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인터뷰해 완성한 BBC 다큐멘터리이다. 어렵게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선 피해 여성 배우들과 와인스타인의 회사 전 직원, 와인스타인의 행적을 추적한 기자들까지 10여 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와인스타인이 할리우드의 거물로 부상하게 된 과거를 시작으로 2017년 10월 뉴욕타임즈가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의혹 보도를 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피해자들이 카메라에 서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와인스타인에게 봤던 피해 상황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거나 표정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면 피해자들이 거대 악으로부터 쉽게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관객은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와인스타인은 27세이던 1979년 남동생 밥 와인스타인과 영화 배급사 ‘미라맥스’를 설립했다. 영화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알아보는 눈이 탁월했던 그는 자신들이 배급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와 ‘시네마 천국’, ‘펄프 픽션’을 히트시키며 유명해졌다. 2005년 ‘와인스타인 컴퍼니’를 설립한 와인스타인은 이후 ‘킹스 스피치’, ‘실버 라이닝플레이북’, ‘장고:분노의 추격자’,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을 배출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자가 됐다.

다큐멘터리 '와인스타인'의 한 장면. ⓒ스톰픽쳐스코리아
다큐멘터리 '와인스타인'의 한 장면. 왼쪽에서 세 번째가 와인스타인. ⓒ스톰픽쳐스코리아

다큐멘터리는 외부와 언론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와인스타인의 사생활에는 온갖 성범죄가 연관돼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예약 실수로 호텔 방을 한 개 밖에 잡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호텔 방에서 미팅을 하자는 와인스타인의 행동은 계획적이고 습관이었다. 별 생각 없이 와인스타인을 따라 방으로 왔던 젊은 여성들은 성범죄의 그늘에 놓였다. 말할 수 없는 정신적인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자이자 권력가의 눈 밖으로 나면 할리우드에서의 ‘꿈’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계와 정치권에 로비까지 한 거대 권력 앞에 힘없는 한 개인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 원제인 ‘언터쳐블’(Untouchable, 건드릴 수 없는)은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배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폭주하는 권력은 언젠가는 막을 내리기 마련이다. 와인스타인의 행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추적한 기자들이 있었다. 기자들의 보도에 이어 여성들은 하나둘씩 용기를 내고 마침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여성들의 연대가 거대한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순간이다.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여성들의 고발은 2018년 전 세계에 요동친 거대한 물결인 ‘미투(#나도 말한다)’ 운동의 탄생을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여성들에게 진실을 말할 힘과 용기를 줬다는 점에서 와인스타인 사건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영화 끝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묵직하다. “이건 혁명이에요.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고 해요. 우린 절대로 입 다물지 않을 테니까요.”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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