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4차산업혁명 인재 확보가 관건
여학생에게 친근한 과학교육 필요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AI) 시대에 살고 있다. AI 시대에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사라진 것 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에서 국가발전전략 과제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젠더 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 분야에서 젠더 갭을 극복하기 위해 설립된 지원단체인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소장 안혜연, 이하 WISET)이 그 중심에 섰다.

위셋은 2013년 기관으로 정립됐고, 2017년 과학기술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주요 사업으로 여성과학기술인 법·제도 운영 지원, 정책연구 조사 및 포럼, 여성과학기술인 일자리 지원, 여성과학기술인 교육, 경력 지원, 이공계 인재 육성 등이 있다. 안혜연 소장은 컴퓨터 보안 전문가로 삼성SDS에서 일했고 시큐어소프트 부사장과 파수닷컴 부사장을 지낸 산업 현장에서 성장한 커리어우먼이다.

-과학기술계 여성들의 현실은 어떤가?

“4차 산업 혁명에서는 공학 전공자가 많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학계이 여성인력이 많아졌다. 그동안 정책적인 성과가 있어서 이학계통 연구기관에서는 여성 인력 비율이 50% 넘었다. 2002부터 5개년 계획으로 네 번의 기본 계획이 수립된 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차 기본계획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화학, 생물, 제약 등 이학계통에 여성이 편중되고 IT·컴퓨터·소프트웨어·전자공학·건축·항공 등 공학 분야에서는 여성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이학대학 여성 비율이 30~40%대라면 공학대학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적은 여성들이 연구직에 몰려있고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적은 것도 문제다. 앞으로 IT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이 모두 IT 인력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신산업 분야에 뛰어들 공학 인력의 활약이 성패를 좌우한다. 신산업분야로 여성 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 시대가 여성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분야보다는 여성들이 시대 흐름에 맞는 분야를 넓혀나가야 한다. 이것이 위셋의 기본 방향이기도 하다.”

안혜연 소장이 지난 8월 31일 싱가폴에서 열린 ‘위민 후 코드 커넥트 아시아(Women Who Code Connect Asia)’에 참여한 모습. 위민 후 코드는 개발자 등 IT 업계 여성 전문가를 돕기 위해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단체다. ©WISET
안혜연 소장이 지난 8월 31일 싱가폴에서 열린 ‘위민 후 코드 커넥트 아시아(Women Who Code Connect Asia)’에 참여한 모습. 위민 후 코드는 개발자 등 IT 업계 여성 전문가를 돕기 위해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단체다. ©WISET

 

과학교육, 고정관념 벗어나야

-최근 과학기술계의 젠더 혁신을 주제로 다루는 2019 아태젠더서밋 회의에  최근 참석하고 오셨다. 그곳에서 받은 인사이트는 어떤 것이었나.

"실제로 기술 분야 등 여성과학기술인력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국가별로 여성과학기술인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이슈뿐만 아니라 기술적 이슈를 얘기한 행사였다. 예를 들어 AI와 환경적 분야, 기술적 분야에서 젠더이슈에 관한 이야기다. (제가) 여성과학기술인력을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정책 이슈를 설명하자,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반응이 여성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정책과 관련해 호의적이었다.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 우리가 진행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 직접 와서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보를 얘기해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이들 국가들이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하고 활용하기 위해 우리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 중에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여성과학기술인 양성을 위해 한국을 벤치마킹하는 것인가.

"그렇다. 인도는 기술적 분야가 발달해 진도가 나간 편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여성 과학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 등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WISET의 대표적인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여성과학기술인 일자리 지원과 중고등학교 여학생이 이공계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진출할 수 있도록 이공계전공 체험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미취업, 경력단절, 비정규직 여성 과학기술인이 전문성을 살려 취업하거나 과학기술 분야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취·창업 교육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기관은 '여성 인력 및 여성 과학기술의 육성 및 활용'에 관한 프로그램을 가져가는 것이 목적이다. 육성은 여성 인력을 키우고 그분들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언제부터 여성 인력을 키워야 할까.

“대학생부터 인력 육성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유아기부터 과학 교육을 해서 여성 인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여성과 과학을 매치시키는 데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한 예로, 여자 아이가 기계를 만지고 (기계를) 좋아하면, 어른들은 이상하다고 인식한다. 그것이 문화적으로 갭이 있다는 말이다. 여학생들에게 과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문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여성 아이들이 기계를 뜯고 만지는 것을 재미로 느끼지만 어른들이 ‘저 애 이상해’ 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과학이) 내 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한다.”

-임기 동안 주력하고 싶은 사업은.

“취임한 지 4개월 넘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더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첫째로 IT나 BT 등 Innovative Area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새 분야로 여성 인력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여학생들을 과학 분야에 유입하기 위한 활동이다. 초중고교생들에게 신기술과 진로 교육을 활성화해서 여학생들을 유도하기 위해 매진하겠다. 마지막으로 2030대 여성 인력들이 중간을 넘지 못해 리더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여성 리더를 만드는 데 투자할 생각이다. 이번 ‘우먼&IT’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10년 이상된 시니어 임원급 사람들이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이다. 센터에서 산업 쪽과 신기술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교육을 마이크로소프트와 진행 중이다. 아울러 AI교육을 인텔과 하는 등 새로 시작했다. 그 외 여가부와 신기술 교육을 마련하고 있다. 3가지 프로그램에 주력할 방침이다.”

-여성과학계 리더로서 현재의 과학교육에 대한 생각은?

“과학 교육이 고정관념에 갇혀 있다. 지금 보다 훨씬 유연하고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기계나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경우 예제가 로봇, 자동차 등 모두 기계다. 하지만 요즘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로봇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여행, 쇼핑 등 생활의 모든 범위에 적용된다. 교육 콘텐츠 자체가 여학생들이 흥미를 일으키지 않도록 구성된 것도 문제다. 소프트웨어 수업에서 9명이 남성이고 혼자 여성이라고 해보자. 여학생은 보통 ‘이 수업은 내가 들을 것이 아니구나’라고 지레 포기하게 될 것이다. 여학생들에게 과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학원생과 중고생이 프로젝트 함께

-초·중·고교생이 참여하는 위셋 프로그램은?

“아직 많지 않다. 공학 연구 팀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대학원생이 리서치 프로젝트를 구성해 대학생과 중고생을 팀을 참여시킨다. 대학원생은 리서치를 주도하면서 리더십을 키울 수 있고 대학생들은 리서치 경험, 중고생들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팀제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아직 전부다. 하지만 제가 ‘찾아가는 교육’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IT분야를 공부하는 진로 교육을 추진 중이다. 초·중·고교생들에게 과학기술 분야로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성격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

“일은 일이고 집안일은 다 같이 하는 것이다. 각자의 선택으로 가족을 만들었으니, 그 가족을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일을 같이 하면 된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아이 맡기고 낮에 공부하고, 밤에는 남편과 분담하면서 해결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에서 아이 봐줄 사람을 구해. 1~2년 투자해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아이 때문에 내 일을 못 했다는 것이 변명이고 아이한테도 좋지 않다. 내 인생을 희생해서 아이들을 만드는 엄마보다는 '내가 잘사는 모습' 보여주는 것이 제일 좋은 교육이다."

학교보다 현장이 좋은 이유

-박사학위를 하고 교수가 되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박사학위 받고 귀국하니 친정 엄마가 교수하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게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활기와 치열함, 앞서가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등 회사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산업이 성향에 맞기도 했지만 여성들이 일하기에 산업이 좋다고 생각했다. 훨씬 공정(FAIR)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이 사람이 필요하면 쳐 낼 수 없고 일을 잘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평생 외부 미팅을 할 때 여성은 항상 나 혼자였지만 불편하거나 싫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여성은 가장 잘 기억될 수 있다는 점은 혜택 아닌가? 생각하기 나름이다(웃음).”

-여성들이 AI 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AI가 트렌드에 맞춰 여성들이 남의 나라 얘기로 보지 않고 관심을 가져 변하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세상의 플랫폼이 바뀔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석박사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들 수준에 맞춰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AI 프로그램 제안을 하고 있지만 할 일을 찾는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이화여대 수학과 졸업, 미국 매사추세츠대 컴퓨터공학 박사 △삼성SDS 1994~1999년 근무

△시큐어소프트 부사장, 파수닷컴 부사장 역임 △사이버보안경영연구소전문위원, 이화여대 사이버보안전공 겸임교수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