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본가’ 대신 ‘힐링’
찾는 사람들 늘어나
가사노동도 시아버지와 함께
“사소한 차별 참지 않겠다”

추석연휴를 앞둔 서울역 승강장에 귀성객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추석연휴를 앞둔 서울역 승강장에 귀성객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여성신문

 

20~60대 남녀에게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물었다. 많은 여성들이 ‘본가’나 ‘시가’에 가는 대신 자신을 위한 ‘힐링’ 시간을 갖는다고 답했다. 결혼한 여성들은 ‘며느리’만 일하는 관행을 깨고 남성들이 음식 준비 등 다양한 집안일을 함께 하도록 앞장서겠다는 답이 많았다. 명절만 되면 다른 집 남편들과 비교당하는 ‘남성형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남성들도 ‘평등 명절’을 다짐했다.

비혼인 이소정(34)씨는 올해 초 아이를 낳은 올케의 방패막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내게 한없이 다정한 부모님이 올케에겐 그렇지 않다”며 “이번 추석에는 남동생과 아버지가 음식을 하고 올케는 쉬도록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이수지(22)씨는 지난해 추석부터 또래 사촌들과 ‘큰상에서 밥 먹기’를 실행 중이다. “여자들은 작은 상에서 남은 반찬으로 밥 먹는 걸 거부하고 여자 사촌들과 큰 상을 점령했다”는 그는 “여자들에게는 낡은 수저를 주길래 할아버지 수저랑 바꿔버렸다”며 사소한 차별도 참지 않겠다고 전했다.

시가와 처가 어느 쪽을 어떤 순서로 방문할 것인가는 해묵은 갈등. 양가 방문을 모두 거부하는 ‘힐링’ 솔루션도 등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모(39)씨는 “명절마다 본가에 들렀다 처가에 가는 일로 가족 중 누구 하나 편치 않았다”며 “지난 설에 양가 모두 안 가고 아내와 호젓하게 여행을 가서 참 좋았다”며 올 추석 연휴에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오름(28)씨의 집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63)가 제사와 명절 차례를 끊었다. “친척들이 난리가 났지만 아무도 제사를 가져가지 않았다. 명절에는 각자 편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7남매의 막내인 김모(62)는 “연로한 형님과 형수들, 또 저마다 바쁜 조카들이 그동안 명절 치레에 힘들었다”며 "시간되는 사람들만 자유롭게 모여 명절에도 문 여는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끼리끼리 영화를 보거나 커피숍에서 이야기 나누다 헤어진다. 음식 장만 비용이나 수고도 덜고 친척들 얼굴도 보니 젊은 조카들, 조카 손주들도 좋아 한다”고 외식형 가족 모임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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