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국희 제5회 한국여성극작가전 집행위원장
3년 만에 재개 여성극작가전
‘내 사랑 외디푸스’ 등 6편
예산 부족…십시일반 모아
연극연출가 31년 인생
“젊은 연극인에 기회 많이 주고 싶다”

 

연극 '내 사랑 외디푸스' 김국희 연출가.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극 '내 사랑 외디푸스' 김국희 연출가.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좋은 연극 작품이 많지만 대부분 ‘히스토리’, 즉 남성 위주의 역사거든요.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의 심리를 다룬 작품은 소수예요. 인간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여성은 엄마, 딸, 아내 역할이 많아요. 그러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심리, 입장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김국희(55) 한국여성극작가전(이하 여성극작가전) 집행위원장은 2013년 1회 때부터 계속해서 직간접적으로 여성극작가전에 참여해왔다. 올해 처음으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올해 5회를 맞은 한국여성극작가전은 9월4일부터 10월13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일대 소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무대에는 여성 극작가의 작품 6편이 연극으로 오른다. ‘미스테리 맘’(9월4~8일), ‘내 사랑 외디푸스’(9월11일∼15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9월18~22일), ‘거트루드’(9월25∼29일), ‘그 집’(10월2~6일), ‘나의 강변북로’(10월9~13일)이다.

김 위원장은 ‘내 사랑 외디푸스’를 연출했다. 한 여성 연출가가 무의식에 자리잡은 콤플렉스를 마주하고 자신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여성극작가전은 3년 만에 열렸다. 예산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6년 제4회 여성극작가전 때만 하더라도 창작지원금으로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35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올해도 지원받지 못했지만 많은 연극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여성극작가전을 재개했다.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자금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31년차의 연극 연출가다. 숙명여대 산업공예학과 재학 당시 교내 연극 동아리 ‘반극회’에서 연극인으로의 꿈을 키웠다. 4학년 때 아서 밀러의 ‘시련’을 연출했다. 이후 대학로에 뛰어든 그는 1989년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습관의 힘'으로 연출 데뷔했다. ‘마네킨 작가’(1991), ‘고도를 기다리며’(1992), ‘행복코드’(2006) 등의 연극을 내놓았다.

그는 “1970~80년대 국내 희곡에 등장하는 여성들에게는 미스(Miss)를 붙인다거나 꽃이라고 불렀다”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연극들도 많이 생기기도 했지만 더 많은 여성 연극이 나와야 한다. 여성들이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8월 29일 연극 '내 사랑 외디푸스' 김국희 연출가가 서울 대학로 예술의집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8월 29일 연극 '내 사랑 외디푸스' 김국희 연출가가 서울 대학로 예술의집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연출가들이 대학로에 많이 없던 시절 김 위원장은 배우들에게 핍박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제가 20대이기도 했고 배우들이 남자가 많았어요. 대사 하나 지우는 것도 배우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거든요. 공연 끝나고 나서 혼자 술도 많이 먹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고도를 기다리며’이다. 남성 부랑자들의 이야기이지만 배역을 여성으로 바꾼 ‘젠더프리’ 캐스팅을 했다. “인간의 이야기이잖아요. 동숭아트센터 5층에 있는 극장에서 했는데 관객이 엄청 많이 와서 돌려보내기도 했어요.” 2009년 같은 작품을 ‘그녀,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연출했다. 이 당시에는 여성을 주제로 삼았다.

결혼과 출산으로 9년 가까이 경력 단절을 겪은 김 위원장은 젊은 연극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 올해 6월 배우와 스태프를 뽑는 공개오디션을 했다. 20여명을 뽑는 오디션에 200여명이 몰렸다. 김 위원장은 “그렇게 올 줄 예상을 못했다. 너무 많은 젊은 배우들이 무대를 필요로 하더라”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여성극작가전에서 공모전을 해서 젊은 극작가, 연출가 등을 뽑을 거예요. 젊은 친구들하고 손잡고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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