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IT솔루션 업계서 우뚝 선 비결

박연정 굿센 대표ⓒ굿센 제공

“아무도 저를 여성으로 안 봅니다. 하하하.”

사회학을 전공한 한 여성이 IT업계에 발을 디딘 지 24년 만에 직원 40명이 있는 IT계열사 사장이 되었다. 지난해 기준 2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한 중소형 건설 ERP(전사적 자원관리) 솔루션 1위 굿센을 이끄는 박연정(47)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LG그룹 계열사의 첫 여성 CEO(에버온)로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호탕한 웃음에 기자는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박 대표는 여성신문이 ‘여성이여, AI혁명을 주도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AI위원회 위원 중 한 사람이다. 남성이 수가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른바 남초 업계에서 여성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여성신문>은 지난 8월 14일 서울 충정로 여성신문 본사에서 박연정 대표를 만났다.

굿센은 어떤 회사인가.

“굿센은 중견 IT서비스기업인 아이티센그룹의 계열사다. 굿센은 건설 ERP(전산자원관리)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설에서 ERP라 하면 현장 관리 분양관리, 임대 관리, 회계 관리 등을 포괄한다. 국내 건설사들 대상으로 전체 자원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회사라 보시면 된다.”

LG CNS 시스템엔지니어로 업계서 박 대표는 유명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대기업들이 절반 이상 점유한 솔루션 업계에 발을 들인 이유가 있을까.

“LG CNS에서 엔지니어부터 R&D, 사업개발 등을 거쳤다. 그 중 조그만 소셜 기반인 회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그러다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을 만드는 CNS 자회사 ‘시티카’ 대표로 자리를 이동했다. 솔루션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IT서비스 분야 공공사업에 한동안 대기업 참여가 전면 제한된 적 있다. 그 당시 중견기업이 약진한 계기가 됐다. 아이티센그룹이 IT분야만 6개 계열사가 있다. 거기서 전체 IT 전략 기획을 하다가 굿센이 솔루션 기반 IT회사다 보니 과거 경험들이 참작이 됐고 그 회사를 운영하게 됐다. 예전 전기차 카쉐어링 회사와 굿센이 자체 솔루션을 갖고 있고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비즈니스 라이프 사이클은 비슷하다. 사실 조그만 회사지만 회사를 직접적으로 전체 비즈니스를 만들어 보고 사업 창출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LG그룹 계열사 첫 여성 CEO에 도전했다가 10개월 만에 그만뒀다고 들었다.

“LG CNS자회사 대표로 여성이 간 것은 처음인 것은 맞지만 큰 의미는 아니다(웃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던 사람이라 그 회사에 가게 됐다. 처음 CEO가 된 것이 아니고 3년 정도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위기가 있었지만 사업을 부활시켜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LG그룹의 전기차, 국방 등 신성장사업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런 사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이슈가 됐다. 제가 CEO로 간 지 10개월 만에 관계 자회사들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 것이다. LG지주사 지시로 미래에 대한 투자들을 정리하라는 미션이 있었고 오너가 아니라서 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정리한 후 LG CNS로 복귀했다. 개인적으로 벤처처럼 운영처럼 해볼 기회를 놓치게 돼 아쉬웠지만 굿센에 오게 돼 동기부여가 됐고 회사를 성장시켜 보겠다는 욕심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티센그룹에서 여성 대표나 임원 수는 어느 정도인가.

“아이티센그룹에서 6개 계열사가 있다. 임원인 저와 팀장 1분이 계신다. 6개 IT계열사 중 임원은 혼자다.”

박 대표의 경영철학은.

“그룹 경영철학은 창의, 열정, 봉사다. 창의적인 굿센그룹, 열정적인 임직원, 사회에 봉사하는 그룹이 되자라는 경영철학을 계열사들이 실천하고 있다. 여성 리더로서 직원들에게 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일에 대한 열정, 고객에 대한 신뢰 등을 기본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가자고 얘기한다.”

그룹에서 박 대표의 역할이 궁금하다.

“2017년도 7월 1일자로 아이티센에 조인했다. 1년 반정도 아이티센 그룹의 비전, 전략 등을 만들었다. 굿센은 직원이 약 40명으로 대표이사라고 해서 대표직만 수행하기보다는 스스로 ‘영업대표’, ‘사업대표’로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직원들이 대부분 엔지니어기 때문에 고객 세일즈, 마케팅 등 별도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 회사 팀장들과 대외적으로 고객 응대와 세일즈, 마케팅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 CEO가 아니라, 사업 대표, 영업 대표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더 보강할 점은.

“굿센은 기존 건설 시장에서 전사적 ERP를 구축하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AI시대 기술의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고 클라우드 환경, 빅데이터, AI 등 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우리가 제공하는 IT 솔루션과 서비스도 기술에 맞게 변하는 것이다. 지금 제공하는 ERP 솔루션들을 어떻게 향후 클라우드 환경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로 고객에게 싸고 품질 좋은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굿센이 변화하는 IT 환경에 맞는 건설 ERP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R&D 조직이 별도로 있어야 하지만 우린 현장에서 개발하고 솔루션, 패키지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 일하다 보니 대응이 늦은 것은 아쉽다. 굿센이 올해 비즈니스를 잘하게 되면 올해 말 제품을 고도화하고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숙제다.”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한 마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다. 대기업에서 22년간 근무하면서 엔지니어부터 강사, R&D 연구원, 사업개발, 영업,마케팅 등 직군을 다양하게 바꿨다. 기회가 남성과 같이 똑같이 주어지는데 여성들은 일을 꼼꼼히 잘하는데 그것이 단점이 되곤 한다.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남성들은 본인이 준비된 상태와 무관하게 리더를 믿고 우선 해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같은 경우에서 이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여성들은 80%를 알고 있어도 100% 알지 못해서 못한다고 고민하는데 그 와중에 기회가 없어진다.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지지 않는다. 누구나 도전하고 열정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가는데, 여성들이 본인들의 역량에 너무 겸손하고 완벽주의를 많이 추구하다 보니 도전하지 않는 것 같다.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그것이 리더로 성장할 때 단점이 된다. 경영진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할 것인가가 중요한 사항이지만 여성들은 지금 안정적인 상황에 안주하고 도전을 두려워하게 된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저 역시 맡은 일에 대한 성과를 극대화한 것이 맞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주어지고 기회를 잡고 도전했다. 힘든 시간을 지나고 성과를 내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따라서 직군을 바꾸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성과를 냈더니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그 기회를 잡다 보면 점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다양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면 기분 좋은 도전이 된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박연정 굿센 대표ⓒ굿센 제공

AI시대에서 여성의 역할은.

“여성이 중요한 이유는 딱 하나다. AI시대로 갈수록 사람의 감정, 콘텐츠, 데이터 등이 다양하고 풍부하고 정제돼야 한다.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여성이다. IT를 알고 여성이라고 하면 AI시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우리가 구글에서 데이터를 검색해보면 이미 인풋 데이터들이 성차별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그런 부분들에 편협된 성인식, 차별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는 제대로 된 데이터가 만들어져야 하고 데이터가 쌓여서 AI가 제대로 된 대답을 줄 수 있다.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여성이므로 여성들이 IT직종에 많이 근무해야 한다. IT는 더 이상 프로그래밍만 하지 않는다. 설계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관련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드는 일들을 가지고 기여하는 부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IT직종만 보면 AI시대가 기대된다.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이 안에서 기술과 인력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공대 여성이 많지 않나.

“IT직종을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공대 나왔다고 IT를 반드시 잘 하는 것은 아니다. IT서비스는 고객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IT를) 설계해야 한다. 저 역시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산업공학을 갔지만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인문학 전공자들이 많다. 인문학, 사회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IT직종에 진출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박 대표는 기혼이신데 어떻게 일과 가정을 꾸려가는지 궁금하다. 직장여성들이 참고할만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집중이다. 일과 가정에서 집중이다. 쉽지 않다. 몰입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은 멀티태스킹이 다행히 잘 된다. 회사 나오면 집 생각을 안 하고 집에 들어가면 일을 안 할 정도로 단절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짧은 만큼 더 몰입하는 것이 일과 가정을 지킬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지지다. 가족과 있을 때 가족에 몰입해야 받을 수 있다. 특히 절대로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은 빨리 큰다. 큰 아이가 21살, 둘째가 14살이다. 아이들이 엄마를 간절히 원할 때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롤모델로 삼고 엄마를 지지했다. 그래서 힘이 들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예전 출산휴가가 2~3개월이었지만 일을 지켜왔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료나 여성 선배를 찾아 멘토링을 받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해야 한다. 여성들이 완벽주의가 있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굿센의 계획은.

“작년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올해 3월 대표로 부임했다. 굿센은 중형 건설회사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대형 건설사 시장까지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미래준비로는 클라우드 환경 전환을 대비한 솔루션을 미래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고 품질 높은 솔루션을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올해가 경영 부진을 떨쳐내고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이다. 그룹 내 견실한 솔루션 회사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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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정(47) 굿센 대표 프로필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연세대 공학대학원 산업정보경영학과 석사 졸업

1995 LG CNS 엔지니어 입사

2001~2005 LG CNS 기술대학원에서 LG혁신학교 강사

2006~2008 LG CNS R&D그룹 U-SERVICE그룹 책임연구원

2009~2010 LG CNS임베디드기술그룹 그룹장 ‘전기자동차 충전솔루션’ 개발 총괄

2015~2016.10 LG CNS 자회사 에버온 대표이사

2017~2019 아이티센그룹 그룹기획실 실장

2019.3~현재 아이티센그룹 계열사 굿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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