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마님을 만나다②]
‘지금의 세상’ 김현정 대표
동네 잡지 ‘#사당10번길’ 펴내고
SNS 통해 활발한 방송 활동까지

'지금의 세상' 책방 김현정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금의 세상' 책방 김현정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우리 서점은 지나다 들릴 수 있는 동네 사랑방, 친한 친구집과 같은 곳이에요. 퇴근 길에 들러 그날 하루를 이야기 하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그런 곳이요.”

매일 출퇴근 시간이면 교통체증으로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사당역이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주택가가 나온다. 서울 동작구 사당4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은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한적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2018년 3월 문을 연 지금의 세상은 ‘고민’을 콘셉트로 매주 다녀간 손님들이 붙여둔 수많은 포스트잇 속 고민에 답하는 책 25권을 다섯가지 테마로 선별해 판매하고 있다. 커피와 와인, 뱅쇼를 마시며 잠시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도 한 켠에 마련돼 있다. 

지금의 세상을 이끄는 김현정 대표는 서점을 내기 전 교육 분야 스타트업 기업에 몸담았다.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일을 주로 했는데 하다 보니 그보다는 소통을 하고 싶었어요. 가르치는 게 아니라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서점을 그리게 됐어요.”

많은 독립서점들이 북토크를 중심으로 강연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지금의 세상은 글쓰기 클래스, 고민대화 모임, 동네 공연 프로그램 등 소통이 주를 이루는 문화 프로그램들이 활성화 돼있다. “저희 서점은 의외로 북토크가 안 되더라고요. 반면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하는 고민 대화 모임이 잘 돼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어떤 주제에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해결책도 나오고 그러면서 서로 이웃이 되기도 하고요.”

김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매주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instagram.com/the_present_world)을 하며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책에 관한 수다를 떤다. 방송을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 채널(youtube.com/channel/UCGXCTXsZvD6kztqr_NKnwEA)에도 올린다. 처음에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너무 심심하다는 사람들의 반응에 얼굴을 공개하고 편하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의 세상' 책방 김현정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금의 세상' 책방 김현정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금의 세상은 서점이자 작은 잡지 출판사다. 서점 입구에는 ‘#사당10번길’이라는 제목의 작은 잡지가 놓여있다. 누구나 오고가며 가져갈 수 있도록 입구에 놓았다. ‘#사당10번길’은 김 대표가 주변 지역 상인들과 함께 만드는 지역 잡지다. 김 대표가 처음 서점을 연 자신을 반갑게 맞아준 주변 상인들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쓴 것을 사람들이 보고 잡지로 펴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 해 잡지를 시작하게 됐다. 잡지에는 사당역 주변 작은 가게들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 이야기와 함께 동네 상점이 자세히 소개돼 있어 사당역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벌써 6호까지 펴냈다. “동네 주민인 일러스트레이터 분이 캐리커처를 그려주시고 하며 좀 더 구색을 갖추게 됐어요. 그냥 지나칠 땐 의미 없는 가게지만, 가게 사장님들에 대해 알고 나면 좀 더 친밀감이 느껴지잖아요.” 

김 대표는 서점의 역할로 “문화를 발굴하고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점 한 켠에 놓인 책 『바르셀로나』는 사당동에 위치한 1인출판사가 펴낸 책이다. “길을 건너면 대형서점이 있지만, 독립서점이 할 일 중 하나가 대형서점이 포착하지 못하는 영세한 출판사의 좋은 책을 발굴하는 아닐까 해요.” 동네 잡지 #사당10번길을 펴내는 것 역시 그런 생각의 발로다. 

김 대표는 고향을 떠나 일을 하러 서울에 왔다. 처음 서울에 정을 붙이지 못 했다는 김 대표는 비로소 서점을 오가며 안부를 묻는 손님들과 혹여나 위험한 일 있으면 소리를 지르라 말하고 챙겨주는 주변 상인들 덕에 정을 붙였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너무 외로웠어요. 그런데 이곳에 오고서 비로소 떠나지 않고 정착할 곳을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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