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 출간 간담회
메갈리아·탈코르셋 운동 인상적
남성도 페미니즘에 적극 동참해야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나이지리아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2)는 나이지리아에서 ‘악마’로 불린다.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리에 대해 말하면 바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그러나 나는 내 발언을 멈출 생각이 없다. 악마라 불러도 괜찮다. 나는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19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와 『아메리카나』 국내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아디치에는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수식어를 듣고 있다. 아디치에가 낸 첫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수상했고 『아메리카나』는 2013년 뉴욕타임즈 선정 ‘올해 최고의 책’으로 뽑혔고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가 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스웨덴 고등학교의 성평등 교육교재로 쓰이고 있다. 

아디치에의 소설들은 주위 환경에 억압받지만 굴복하지 않는 여성들을 보여준다.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나이지리아 상류층 가톨릭 집안에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억압받는 소녀 캄빌리가 굴복하지 않고 벗어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메리카나』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복하게 살던 나이지리아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지만 인종차별 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여성 이페멜루의 삶을 그렸다. 『아메리카나』는 브래드 피트 제작, 루피타 뇽오 주연의 영화로 제작을 앞두고 있다. 아디치에는 “아프리카라는 맥락 속에서 사랑이 그려지고 세계 무대에서 선보이게 돼 기대가 크다”며 “아프리카 많은 국가의 이민자들은 가난과 전쟁 내전만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이라는 인간적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이민을 선택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들이 영화에서 잘 드러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즈를 취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포즈를 취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아디치에는 페미니즘의 정의를 “정의구현 운동”이라고 말했다. “너무나 오랫동안 여성은 억압받고 소외받아왔다. 이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페미니즘이다.” 

그는 전날 세 명의 젊은 한국 페미니스트들을 만났다. 아디치에는 출판사 측에 한국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인상 깊은 만남이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반항하는 모습을 보았다. 특히 대가를 치러가며 저항하는 것이 감명깊었다”며 “메갈리아 사이트에 대해서도 들었다. 사회에 여성혐오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김치녀’를 ‘김치남’으로 되받아치는 미러링 현상 또한 여성혐오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러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남성들이 성평등을 위한 노력과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아디치에는 최근 한국에서 화두로 떠오른 ‘탈코르셋 운동’ 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탈코르셋 운동은 너무 훌륭한 운동이다. 여성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선택권을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외모와 여성성에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엄격한 기준을 거부하고 선택하는 것이 훌륭하다. 사회적으로 여성에 요구되는 기준은 매우 복잡하다. 내가 나이지리아에 살고 있던 어린 시절, 사회는 여성이 외모 가꾸는 것에 관심가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때 내가 지성인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외모 가꾸는 데 관심을 보여서는 안됐다. 여성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이 허락돼야 한다.”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분 미투(MeToo)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미투 운동은 처음으로 여성들의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믿어지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도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까봐 드러내길 꺼려하고 두려워했다. 직장에서도 성폭력 피해를 공론화 하면 결국 피해자인 여성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 최근 미투 운동에서는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믿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어떠한 정의를 구현하는 운동도 완벽하진 않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페미니즘의 행보에서 바라는 점으로 그는 남성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페미니스트 자격 부여하지 않기를 꼽았다.

“페미니즘에 더 많은 남성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페미니즘은 남성혐오도 아니고, 남성을 때리려는 것도 아니다. 남성들 또한 페미니스트가 되면 행복해질 수 있다. 페미니즘은 자신의 성별 때문에 강요되는 엄격한 기준이나 기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또 ‘페미니스트는 이래야 해’ ‘이러한 행동을 하면 페미니스트가 아니야’라고 설교를 하거나 교훈적인 말을 하는 경우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나는 페미니즘을 하면 안되나’ ‘나는 페미니스트 자격이 안되나’라고 의심 하게 된다. 내부적으로 그런 것이 불필요하다. 진정한 이슈에서 시선을 빼앗는 일에 불과하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비밀로 부쳤다. “내가 미신이 있어서 완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활동에 대해서는 10년째 창작워크숍을 진행 중인데 아프리카의 작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12월 중 열 계획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