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존 헤네시 지음, 구세희 옮김 부키
16년간 스탠퍼드대학 이끈
존 헤네시가 건넨 ‘리더의 10 덕목’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존 헤네시 지음, 구세희 옮김 부키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존 헤네시 지음, 구세희 옮김 부키

 

“가장 훌륭한 인생 사용법은 삶이 끝나도 오래도록 남아 있을 무언가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얼마 전 우연히 매우 특별한 스탠퍼드대학(Stanford University)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대학을 위해 졸업 후에도 활발하게 기금 및 봉사 활동을 하는 3000여명 동문들 가운데 학교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들에게 ‘황금 스파이크 상’(Gold Spike Award)을 수여하는 자리였다. 동문 한 명은 수상 소감에서 가난한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을 꿈꾸기도 어려웠던 자신이 스탠퍼드에 들어와서 학자금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마칠 수 있었고 현재는 스탠퍼드 이사회의 임원으로 활동하며 학교를 지원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또 다른 한 명의 수상자는 스탠퍼드에서 배운 가장 큰 유산이 스탠퍼드 정신, 즉 ‘자신만이 아닌 공동체와 인류를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라’는 가르침이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스탠퍼드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 설립과 지원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행사에는 스탠퍼드대학의 마크 테시에-라빈(Marc Tessier-Lavigne) 현 총장뿐 아니라 2015년까지 16년간 스탠퍼드를 이끌었던 존 헤네시(John L. Hennessy) 전 총장도 참석했는데 동문들이 헤네시 총장에게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환영과 지지의 뜻을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퇴임한 지 몇 년이 지난 총장에 대한 이런 관심과 반응을 이해하게 된 것은 이후 그의 저서 『Leading Matters: Lessons from My Journey』(한국어 번역판: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읽게 되면서이다.

존 헤네시는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서 교수, 창업가, 대학총장의 커리어를 통해 그가 직접 체험하고 습득한 리더의 10가지 덕목을 소개하고 있다. 즉 리더는 겸손(humility), 진정성(authenticity), 봉사(service), 공감(empathy)과 같은 리더십의 근본적인 원칙을 통해 옳은 비전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이러한 비전과 방향을 행동으로 옮겨 실행하기 위한 용기(courage)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리더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항목이 협업과 팀워크(Collaboration and Teamwork)임을 강조한다. 즉 군림하는 통치가 아닌 파트너십으로 함께 이루어 낸 일이 조직의 가치와 의미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혁신(Innovation), 호기심(Intellectual Curiosity),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유산(Legacy) 등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실행 덕목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헤네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만 보고 ‘자신감’이야말로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실력과 품성에 대한 진정한 인식’을 할 수 있는 ‘겸손’이야말로 리더십의 가장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어떤 사람들이 ‘운 좋게 타고나는 심성’이 아닌 ‘체득해 숙달된 겸손, 명확한 방향이 있는 겸손’을 의미하는 것으로 ‘용기나 결단력처럼 개발될 수 있는 습관’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헤네시는 리더가 신뢰를 쌓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진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진정성 실천을 위한 기본 지침을 아브라함 링컨이 마차에서 내리는 어느 간호사를 도와주며 했던 이야기에서 찾는다. “바른 곳에 똑바로 발을 디뎌요. 그런 다음 확신을 갖고 굳건히 서면됩니다.”

“스탠퍼드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우리는 앞으로 10년 뒤에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100년 뒤에는?” 헤네시는 이에 대한 답을 스탠퍼드의 설립정신에서 찾는다. 유명한 철도 사업가이며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지낸 릴런드 스탠퍼드 시니어(Leland Stanford Sr)와 그의 아내 제인 스탠퍼드(Jane Stanford)는 열여섯 살이 되기 직전 숨을 거둔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1891년 스탠퍼드를 설립한다. 그리고 “인류와 문명을 위하는 일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공공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를 바라던 그들의 설립 소망이 지금까지 스탠퍼드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헤네시가 리더의 덕목에 ‘봉사’와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스탠퍼드 차터 스쿨(Stanford Charter School, 자율형 공립학교)’, ‘커뮤니티 법률 클리닉(Community Law Clinic)’, ‘무료 기초 진료소 (Cardinal Free Clinics)’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주변의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대한 봉사를 확대하는 한편 재임 16년 동안 학부생 대상 장학금을 5배 이상 늘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최악의 금융위기 동안에도 학생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를 지속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공감’의 중요성을 꼽고 있다.

요즘 ‘4차산업혁명 시대와 교육개혁’, ‘창의적 교육’, ‘미래형 교육’ 등 교육의 혁신과 관련된 기사나 학술 심포지엄 주제를 많이 접하게 된다. 중학교에 이어 올해는 초등학교까지 소프트웨어(SW)교육이 의무화되었다. 디지털 혁명으로 어느 때 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요즘 존 헤네시 책에 나오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 뿐”이라는 표현을 체감하게 된다. 반면 헤네시는 “컴퓨터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대신할 수 없는 일들”, “로봇이나 앱은 할 수 없고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인간적 요소, 정서적 유대와 보살핌”과 같은 ‘공감’ 능력, ‘창의성’, ‘혁신’, ‘호기심’ 등의 교육이 미래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헤네시는 그의 책 말미에 “어떻게 하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면 당신의 행동으로부터 유산이 자연스럽게 창조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스탠퍼드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나이키 회장인 필 나이트와 함께 스탠퍼드에 나이트-헤네시 장학사업을 설립해 전 세계에서 선발된 대학원생들이 환경, 빈곤, 질병 등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제는 단기적 비전이 아닌 장기적 방향성을 갖고 “마지막에 가장 소중하게 남을”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교육을 고민할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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