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차 정기수요시위 및
세계일본군‘위안부 기림일 기념 세계연대 집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일본 정부와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겠습니다”

낮 12시 서울의 기온은 35도에 육박했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는 2만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시민들의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거웠다.

14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은 1400차 정기수요시위 및 제7차 세계일본군‘위안부 기림일 기념 세계연대 집회를 서울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었다.

이번 수요시위 국내 안양‧수원‧원주 등 13개 도시에서 함께 열렸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캐나다‧호주를 비롯한 11개국 24개 도시도 참여했다.

이날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과 수요시위가 겹쳐 의미가 컸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은 일본군‘위안부’문제를 국내외로 알리고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1991년 8월 14일 최초로 일본군성노에제피해자임을 증언한 고 김학순(1924~1997) 할머니를 기리며 2017년 8월 14일에는 제1회 기념식이 진행됐다. 수요집회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1992년 시작됐다. 그해 1월 8일 처음 열린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집회 취소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항의 집회를 추모 집회로 전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돼왔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1)가 집회에 참석해 “이렇게 더운데 많이 오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게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피해자의 Me Too에 세계가 다시 함께 외치는 With you! 가해국 일본정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주제로 각 연대들의 성명이 발표됐다.

세계연대집회는 “28년 전 오늘 ‘내가 바로 증거다’를 외치며 일본정부의 가해사실을 최초로 고발한 고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은 분단선 건너 북을 넘어 아시아 태평양 각국의 피해자들의 Me Too를 이끌어냈다”며 “세계 각지의 모인 우리들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전시성폭력 추방을 위해 가해국 일본 정부‧피해국 정부‧국제 사회에 촉구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북한의 연대 성명도 발표됐다. 북한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연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는 “일본 아베 일당은 강제징용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사죄배상요구에 대해서도 경제침략의 칼을 빼들고 도전해 나섰다”며 “일본의 죄악을 청산하고 특대형 국가범죄에 대한 대가를 천백 배로 받아내기 위한 투쟁에 온 겨레가 힘차게 떨쳐나서야 한다”고 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약속을 1400차 수요시위에서 했으면 좋겠다”며 “다시는 1500차 수요시위가 할머니들의 고통을 담보로 진행되지 않도록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문화보국 ‘BTS 둘셋’ 중학생 노래와 플롯‧바이올린 연주도 있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밝은 표정으로 집회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후 각계각층이 무대에 올라 연대 발언을 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오늘 이 자리가 고 김학순 할머니께서 일본군‘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한 날”이라며 “그 증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그토록 어려웠는지,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말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허권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은 “1400번째 수요시위와 제7차 기림일인 오늘 30여 년의 길고 험한 여정을 꿋꿋하게 이어오신 할머니께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며 “우리는 일본의 야만행위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바로 세우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없애 종국에는 평화를 실현시키려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경희 416세월호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장도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해방을 앞당긴 것도 국민이고,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룬 것도 국민이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싸우는 것도 국민”이라며 “정부는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는 국민을 믿고 더 일본에 당당하게 맞서라”고 주장했다.

김숙자 햇살사회복지회 회원은 영화 ‘김복동’ 관람 소감을 말하며 “그 연세에도 꾸신 꿈, 용기를 사랑한다. 제가 그 용기를 갖도록 살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서는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이 언급되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김지철 충남도교육정치권 인사들도 시위에 참석해 무대에 올랐다.

특히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규탄하며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에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했던 과오를 성찰하고 평화를 향해 협력할 줄 알았다”며 “그러나 아베의 도발은 일본과 국민들의 염원을 배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 어린 사과와 명예 회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발언에는 6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모았다. 부안여고 3학년 송유경양은 “일본군 위안부는 부끄러운 우리 역사라고 말하는 어른을 본 적 있다. 피해자에게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고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장본인”이라며 “아픔이 두려워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평화를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수남중학교 3학년 김태린 학생은 “진정한 용기란 무엇이고 나비와 같이 따뜻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며 “누군가 외면된 진실로 왜곡된 역사로 눈물 흘리지 않게 하자. 올바른 역사를 마음에 새겨 함께 싸우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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