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우리집' 윤가은 감독
즉흥극으로 사실감 더해
어린이 배우 촬영 수칙 만들어
"여성 이야기 더 나와야 해요"

윤가은 감독은 동심에 대해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윤가은 감독은 동심에 대해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족이라는 건 현재 진행형이잖아요. 계속 같이 가야 하는 사람들이고요. 저도 가족의 의미와 개념을 다시 찾아가야 하는 사람이에요. 전작인 '우리들'이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힘을 합쳐서 헤쳐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고, 여기에 가족 이야기를 합쳤죠.”

2016년 여자 초등학생들 간의 우정, 질투 등 관계를 세밀하게 포착해 낸 영화 ‘우리들’로 주목받은 윤가은(37) 감독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전작과 제목이 비슷한 ‘우리집’(22일 개봉)이다. 이번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초등학생 하나(김나연)는 가족과 여행을 가는 게 소원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부모님의 불화도 풀어질 것만 같다. 하지만 부모님은 바쁘기만 하고 하나 뿐인 오빠는 짜증만 낸다. 우연히 자기보다 어린 동네 친구 유미(김시아), 유진(주예림) 자매를 만난 하나는 이들이 자주 이사를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 싸우는 부모 앞에서 흔들리는 눈동자로 불안해하는 하나와 또 다시 이사를 갈까봐 노심초사하는 유미 자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우정을 나누는 세 아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배경이 되는 골목길의 풍경까지 더해져 ‘어른’ 관객들이 잠시 동심의 세계로 건너가는 환상을 준다.

영화는 감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의 감정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제 속의 이야기에요. 어렸을 때 아이들을 보면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난생 처음 겪는 거니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고 그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표현하고 싶은 감정은 있었던 거죠. 그게 사라지지 않고 제 안에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통해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왼쪽부터) 평화로운 가정을 지키려는 하나(김나연)와 또 다시 이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놓인 유진(주예림), 유미(김시아) 자매. ⓒ롯데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평화로운 가정을 지키려는 하나(김나연)와 또 다시 이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놓인 유진(주예림), 유미(김시아) 자매.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른인 윤 감독이 아이의 시선에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한 것은 질문이다. “아역 배우들에게 계속 물어봤어요. 예를 들면 ‘엄마, 아빠가 싸울 때 어떤 기분이 들어”라고 말이에요. 그 순간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해요.” 아역 배우들에게는 대본을 주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유도하는 것도 윤 감독만의 방법이다.

윤 감독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 하는 성인분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 9가지의 촬영 수칙을 만들어 촬영 현장에 문서로 비치했다. 어린이 배우와 신체 접촉을 주의해달라거나 언어 사용과 행동을 신경 써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리들‘을 찍으면서 놓쳤던 점이 미안함으로 남았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만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영화 완성이라는 목표를 가다보면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 침해를 할 수도 있잖아요. 서로를 믿고 배려하자는 등 좋은 말은 다 썼죠.(웃음)”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를 공부한 윤 감독은 ’우리들‘로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부일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개봉 당시 첫날 74개 스크린에 그쳤지만 입소문을 거듭하며 5만221명이라는 관객을 모았다. 일상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통했다는 평가다. “사실 실제 사건 중에는 특별하지 않은 게 많아요. 너무 평범해서 나만 가진 게 아니라 이 집, 저 집 가지고 있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윤가은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윤가은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데뷔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은 만큼 여성 감독으로서의 책임감도 크다. “영화를 만들면서 무의식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남성과 더불어 같이 사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평등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윤 감독의 촬영현장에는 남녀 스태프 비율이 비슷하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았다.

윤 감독의 단편부터 이번 '우리집'까지 주연 배우가 모두 여성이었다. 주인공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여성의 이야기에 공감을 더하고 찾아보고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은 게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성들의 이야기는 더 나와야 하고 다양한 여성들이 영화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너무 많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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