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최초의 만찬’을 펼치다
여성들, ‘최초의 만찬’을 펼치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8.14 20:49
  • 수정 2019-08-14 20: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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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정엽 작가
고암미술상 수상 기념 전시 ‘최초의 만찬’
김혜순·나혜석 시인·서지현 검사 등
작가 삶에 영향 준 인물들 한 자리에
콩·팥 등 곡식으로 여성 노동 그려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2'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던 작가가 그림 속에 여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린 작품이다. ⓒ이응노의 집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2'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 인물로 모두 여성들로 바꾸어 넣은 작품이다. ⓒ이응노의 집

태국에서 만난 트랜스젠더 여성부터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 있던 한 여성 교육자, 김혜순 시인, 태국 노점상 식당 주인, 서지현 검사, 이토 시오리 일본 프리랜서 기자, 나혜석 시인, 게릴라 걸즈(페미니스트 여성예술가 단체) 고릴라, 평화의 소녀상, 후배 여성 작가들까지. 평범한 여성들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을 화두로 던진 인물들이 여럿 보인다. 이 여성들이 그림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열두 여성들이 직사각형의 긴 식탁에 나란히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활짝 미소를 짓고 있다. 식탁에는 과일과 음료수 등의 만찬이 차려져 있다. ‘12’라는 숫자와 만찬, 그리고 긴 식탁에 있는 서 있는 사람들과 어딘가 익숙한 이 배경 구도까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린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2’이다.

이 그림은 화가 고암(顧菴) 이응노 생가 기념관인 ‘이응노의 집’에서 열리고 있는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이응노의 집’이 선정한 제4회 고암 미술상을 받은 정 작가는 현재 ‘이응노의 집’에서 기념 전시를 열고 있다. 보통 상을 받은 작가들은 자신의 기존 작품만 전시하고는 하는데, 정 작가는 신작을 포함한 68점을 준비했다. ‘최초의 만찬’은 신작 시리즈이자 이번 기념 전시 제목이다.

 

9일 정정엽 작가가 여성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정엽 작가가 9일 여성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초의 만찬’에 등장하는 열두 여성은 정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인물 혹은 조각상이다. “‘최후의 만찬’이 세계 명화인데 지난해 그림에 여자가 없다는 걸 발견했어요. 만찬이라는 게 공식석상을 의미하는데, 왜 여성은 없을까 스스로에게 따져 물어봤어요. 여성은 제자로 삼지 않았다는 거고, 여성에겐 스승이 없다는 의미더라고요. 여성의 노동과 여성의 삶이 최후의 ‘만찬’을 가능하게 했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만약 여성의 만찬 자리가 이뤄진다면 최초의 만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최후의 만찬’에는 12명의 제자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최초의 만찬’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이 없이 열두 여성들로만 채워져 있다. “공식석상이지만 평등하고 다양한 만찬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성들은 스승 없이 자기 삶을 일궈왔고, 평범한 여성들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1985년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한 정 작가는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삶과 노동에 집중해온 대표적인 여성주의 화가다. 대표작은 콩, 팥 등 곡식이나 나물 등을 가지고 한 작품이다. 곡식을 주제로 작품을 한지 20년이 넘었다. “반복적 노동 뒤에 숨은 여성의 시선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니 곡식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곡식은 다양한 색깔이 있어서 조형적으로도 아름답지만 만지는 건 주로 여자잖아요. 그걸 작품으로 드러냄으로써, 여성 노동의 힘이 드러날 수 있어요.” 한 알 한 알 그린 자그마한 콩과 팥이 모였을 때 커다란 힘이 된다는 것도 정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6'. 지난해 한국 사회의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왼쪽)와 일본 프리랜서 기자 이토 시오리다. ⓒ이응노의 집
정정엽 작가의 '최초의 만찬6'. 지난해 한국 사회의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왼쪽)와 일본 프리랜서 기자 이토 시오리다. ⓒ이응노의 집

20대부터 자연스럽게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정 작가는 1980년대 후반 미술여성연구회에서 활동했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면 살 수 없었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여성 작가가 아기를 낳고 작업을 포기하면 사회는 당연히 받아드려요. 반면 남성은 꿈을 포기했다고 표현하잖아요. 저는 아기를 키우면서 끝까지 작업을 하고 여성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작가의 힘을 키웠어요. 후배들에게도 작가로서 물러서지 말고 구조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작품을 창작하는 것처럼 삶의 방식을 창작해야 됩니다.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창작해야 돼요. 최초의 만찬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거든요. ‘왜 여기에 여자가 없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창작의 시작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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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2019-08-15 08:43:56
허허!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었네요.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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