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여성들
범죄 피해 공포
택배에 ‘센 이름‘ 찾아 써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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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두팔‧조덕출‧유덕창 등 택배 시킬 때 본명 대신 가명을 쓰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센 이름’(쎈이름)이라고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택배 이름’, ‘이름 모음’ 이 뜬다. 이는 여초 커뮤니티로부터 나온 정보로 택배 이름을 센 이름으로 지어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는 여성들의 움직임이다.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늘어 이같이 행동하는 여성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인 가구가 많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난 범죄가 잦았다. 지난 5월 한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을 뒤 쫒아간 뒤 여성의 집으로 들어가려 하고 문까지 두드리며 피해자를 협박했다. 이후 약 두 달 뒤인 7월 한 남성이 혼자 사는 여성의 원룸 화장실 창문으로 침입해 성폭행을 하려 했다. 

여성이 사회 안전에 대해 갖는 불안감 중 가장 큰 요인은 ‘범죄’였다. 반면 남성은 ‘교통사고’를 꼽았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은 지난 7월 1일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통해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에서도 여성은 범죄발생에 대한 불안 비율이 57%로 남성들(44.5%)에 비해 높다고 밝혔다. 또한 2017년 여성 성폭력 피해자는 2만 9272명으로 남성(1778명)에 16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누리꾼 l****은 “자취하는 여성 친구들과 모이면 늘 어떻게 안전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며 “번호 키 지문 지우기‧택배 이름 다르게 적기 등은 기본”이라고 글을 썼다. 또 다른 누리꾼 I****도 “엄마한테 택배 받을 일이 있어서 부탁했는데 꼭 남자 이름으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의 범죄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여성들의 불안감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지난 7월 23일 ‘신림동, 소름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상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이 영상은 범죄 현장을 찍은 CCTV처럼 보였으나 한 택배 대리수령업체의 광고로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늘어나는 여성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해 ‘여성안심귀갓길 서비스’, ‘여성안심택배 서비스’ 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근본적인 성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20대 중반 이씨는 처음에는 택배에 센 이름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씨는 “택배 운송장을 보면 이름 외에 내가 주문한 상품 내역도 함께 나와 있다. 딱 봐도 남자 이름인데 여성용 화장품을 사용할 리가 없다”며 “현재는 근처에 여성안심택배보관함이 없어 택배를 전부 편의점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일명 ‘신림동 피에로 도둑’ 영상에 대해서도 “택배를 통한 범죄는 내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문제다”라며 “평소에도 최소한의 피해를 위해 택배 송장에 아세톤을 붓고 찢어서 버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여성들의 두려움이 저들에겐 그저 상업적 용도일 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성들이  택배 이름을 변경하는 행동에 대해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여성들이 가명을 쓰는 것은 범죄로 인한 공포심을 드러낸 자구 조치다”라고  “그러나 이런 행동들이 보여주는 의미는 정부가 여성 안전을 위해 마련한 체계나 대안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여성 안전 기구를 만들어 실효적인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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