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도 무대… ‘시대의 춤꾼’ 안은미의 춤판
미술관도 무대… ‘시대의 춤꾼’ 안은미의 춤판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7.30 09:15
  • 수정 2019-07-3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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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전시회 ‘안은미래’
회화·아카이브·퍼포먼스 펼쳐
전시장서 직접 춤 교습도
“춤은 생명수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서 9월29일까지
현대 무용가 안은미 씨는 ‘인간은 춤추는 동물이다’라는 기조 아래 작업을 해왔다. ⓒ곽기곤
현대 무용가 안은미 씨는 ‘인간은 춤추는 동물이다’라는 기조 아래 작업을 해왔다. ⓒ곽기곤

포스터 속 민머리의 한 여성이 하얀 한복을 입은 채 오른손에 ‘바리깡’(머리카락을 짧게 자를 때 쓰는 전동 기계)을 머리에 대고 입을 벌린 채 정면을 바라본다. 짜릿함이라는 걸 표정 그 자체로 표현하는 이 여성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절로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현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안은미(56)씨다.

과감하고 독특한 안무로 자신의 춤 세계를 구축한 안은미가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에서 연 데뷔 30주년 기념 개인전 ‘안은미래’(Known Future)다. 연대기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아카이브와 퍼포먼스를 펼치는 무대까지 합쳐 20점이 전시된다.  

관객이 전시실 내부로 들어와서 가장 놀라는 건 바닥을 가득 메운 수백 개의 투명 공이다. 설치 작품 ‘수박’으로 투명한 공 안에는 안은미가 하얀 한복을 입은 사진이 들어 잇다. 관객은 전시장 내부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공을 발로 찰 수밖에 없다. 누구나 무용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안은미의 의도가 담겼다. 전시장 벽에는 안은미가 어린 시절부터 무용을 접한 계기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연대기가 회화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타나 있다. 관객들이 안은미의 50년이 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실 내부의 조명은 쉴 새 없이 바뀐다. 천장에 설치된 24개의 조명에서는 다양한 색깔로 전시실을 물들인다. 모든 관객들이 무대에 선 느낌을 준다.

'안은미래'전 전시실 안에는 바닥에 수백개의 비치볼이 굴러 다닌다. 관객은 전시실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비치볼을 발로 찰 수밖에 없는다. 비치볼 안에는 안은미의 사진이 있다. 관객이 무용을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은미의 메시지다. ⓒ서울시립미술관
'안은미래'전 전시실 안에는 바닥에 수백개의 비치볼이 굴러 다닌다. 관객은 전시실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비치볼을 발로 찰 수밖에 없는다. 비치볼 안에는 안은미의 사진이 있다. 관객이 무용을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은미의 메시지다. ⓒ서울시립미술관

 

'안은미래'전 전시실 벽에는 무용가로 살아온 안은미의 일대기가 벽화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안은미래'전 전시실 벽에는 무용가로 살아온 안은미의 일대기가 벽화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이번 전시의 핵심은 전시실 중앙에 설치된 무대다. 미술관이지만 무대를 빼놓고 안은미를 설명할 수없다. 미술관 안에 무대가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무대 이름은 ‘이승/저승’이다. 안은미가 2007년 바리공주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심포카 바리-이승편’ 공연과 2010년 ‘심포카 바리-저승편’에 사용했던 무대장치를 활용했다.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와 공연을 준비하는 공간을 각각 이승과 저승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곳에서는 안은미와 무용가들이 춤을 가르쳐주는 ‘몸춤’, 안은미가 했던 공연의 리허설을 보여주는 ‘눈춤’, 미술과 문화, 예술에 관한 강의와 북토크가 열리는 ‘입춤’이 열린다. 관객의 참여를 위해 안은미가 기획한 ‘안은미야’라는 프로그램으로 사회디자인학교 미지행, 국악인 박범태, 현대무용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소리꾼 이희문, 탭댄서 조성호가 협업자로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ema.seoul.go.kr/ex/exDetail?exNo=316633&glolangType=KOR&searchDateType=CURR) 사전 신청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화여대 무용학과에서 현대무용을 배운 안은미는 1988년 ‘안은미컴퍼니’를 창단하고 한국 미국, 유럽 등에서 ‘인간은 춤추는 동물이다’라는 기조 하에 안무를 창작해왔다. 그에게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다. 대표작으로 바리데기 설화를 모티브로 한 ‘바리’ 시리즈와 ‘신 춘향’ 등이 있다. 바리데기 설화 속 바리는 사방지(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로 묘사하고, 춘향전 속 춘향은 노처녀로 각색하는 등 안은미식의 고전 해석도 선보였다. 최근 작품으로는 전국을 자전거로 일주하며 만난 60~90대 할머니들의 춤을 기록하고 그 몸짓을 공연에 담아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비롯해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사심없는 땐스’가 있다.

안은미는 기자간담회에서 “‘안은미래’전은 살아있는 몸을 전시하는 거다. 전시장에 들어오면 누구나 춤추기 시작할거다”라고 했다. 그는 “춤은 노동의 반대다. 춤은 생명수다. 오장육부를 움직이는 거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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