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
지난해 불법촬영 편파판결을 규탄하며 열린 혜화역집회 이후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의 시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정기적이지도, 조직적이지도 않지만 미리 일정을 예고하고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 대규모 시위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27일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가 열려 클럽 버닝썬 사건과 장자연, 김학의 등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는 상황과 우리 사회의 강간카르텔 구조를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는 800여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참가자들이 작성한 사연도 소개됐다. 이중 몇 개를 소개한다.
<1>
미안해. 나는 아직 너희에게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는게 무서워. 그래서 나는 아직 짙은 화장을 하고 짧고 파인 옷을 입고 치렁거리는 귀걸이를 하고 클럽을 가는 너에게 화를 낼 수도, 막을 수도 없어. 네가 클럽남들과 하는 카톡도 막지 못하고, 네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는 말은 입에 담을 수도 없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네가 클럽을 갈 때 제발 무사히 돌아도록, 어떤 남자의 거친 행동이 네 귓가를 스쳐 그 예쁜 귀걸이가 네 귀에 피를 내지 않도록, 네 그 길고 예쁜 머리가 약점이 되지 않도록 비는 게 전부야. 네가 결혼하길 바라는 그 남자친구가 네게 손대지 않기를 바라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네가 클럽남과 연락할 땐 다시 만나지 않도록 말리는 일 외엔 내가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래서 미안해. 우리 겨우 20살이잖아. 우리 대학오면 이런거 할 수 잇다는 걸 좋은 충고랍시고 해준 어른들이 미워. 너희가 안전하게 춤과 노래를 즐길 수 없게 만든 그들이 너무 미워. 국회에 즐비하게 앉아 야동이나 보고 야한사진이나 검색하면서 시간 때우며 번 돈으로 우리 나이대의, 아니 우리보다 어린 여성들을 돈으로 취하는 그 사람들이 갈 곳이 차디찬 감옥이 아니라 그들의 기름기 흐르는 집으로 간다는 이 사실이 난 너무나 원망스러워.
이 원망이, 이 증오가, 이 짧은 문장들이 그들에게 또 너희에게 닿았으면 좋겠어. 우리 제발 다음 세대한테 이딴 구조 물려주지 말자. 원망받는 어른이 되지 말자. 기다릴게 – 동지가
<2>
강간이 친목입니까? 남자들끼리는 모이면 약물강간하고 불법촬영합니까? 그러면서 서로서로 “원래 다 그런거”라며 뒤 봐줍니까? 그럴거면 뒤는 왜 봐줍니까? 원래 다 그런거면 서울역 광장에서 한번 해보십시오. 왜 못합니까?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고 벌 달게 받으십시오.
<3>
불법촬영 범죄를 당해서 제정신이 아닌 채로 경찰서에 갔을 때 울지마라 증거가 안된다며 나를 윽박지르던 남경을 똑똑히 기억한다. 세상 그 누구도 여성의 편이 아니었지만 지금 우리가 여성의 편이다.
<4>
영화 ‘걸캅스’ 중 “나는 여자들이, 피해자가 자기 탓 하는게 화나는 거야” 이 대사를 듣고 울었다. 나도 내가 조심했어야 한다는 말을 듣지 말아야 했다. 그래서 다음 여성들이 듣지 않기를, 매일 화내기를 바라며 여기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