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A씨 “치한 오해받기 싫어
바닥만 보고 걸어” SNS 글 논란
학교 “수업권 침해 우려해 강의 배제”
학내 여성주의 모임 “여성 대상화 문제
펜스룰 포장은 부적절” 성명 발표

문제가 된 이씨의 인스타그램 원본 글
문제가 된 A강사 SNS 글. ⓒ독자 제보

한 남성 대학강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치한으로 오해받기 싫어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됐다. 이를 두고 해당 글이 ‘펜스룰’을 연상시켜 논란이 일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여성신문> 취재 결과, 실제로는 여성 제자를 성적 대상화 한 게시글이 부적절했고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강의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6월 9일 숙명여대 올해 1학기 영어영문학부를 출강했던 A씨는 자신의 SNS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 사진과 함께 “변태나 치한 취급을 원하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 수업을 가면 바닥을 보고 걷는 편이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여대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라며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안전하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썼다. 이어 “내가 인사 못 하면 바닥 보느라 그런거야 오해하지마 얘들아”라고 덧붙였다. 

해당 학부 학생회는 A씨의 글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 6일 A씨에게 입장문을 요구했다. A씨는 학생회 요구에 따라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제가 죄송하게 느끼고 무조건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글은 “불필요한 오해를 안 사게 더욱 주의를 하는 행동으로 바닥을 보고 다니는 다닌다는 내용”이라며 “(학생들을)예민한 여성 집단으로 생각한 적도 없으며 그러할 의도도 없음을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해당 학부는 교수회의를 열고 A씨를 2학기 강의부터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SNS 게시물이 제자들을 성적대상화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제자들과 소통을 위한 SNS에 선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게시글을 올린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A씨 또한 부적절한 행위였음을 시인했고 해당 학부에서 당사자 소명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교수회의에서 강의 배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페미-파워 프로젝트(FEMI-POWER PROJECT) 성명문
페미-파워 프로젝트(FEMI-POWER PROJECT) 성명문

그러나 해당 사건을 일부 언론이 “‘펜스룰’을 실천했다가 강의에서 배제됐다”는 보도를 쏟아내며 학부 학생회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펜스룰은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발언에서 유래된 용어로 여성 배제와 성차별을 내포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숙명여자대학교 여성주의 소모임 페미-파워 프로젝트(FEMI-POWER PROJECT)는 15일 성명을 내고 “강사는 여성대학교 학생을 학문을 배우는 학생이 아닌, 여성으로 대상화한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언론은 마치 A씨가 성욕을 주체할 수 없는 위험한 공간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글을 쓴 것처럼, 해당사건을 펜스룰로 포장해 기사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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