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건립 논의 본격화
2015년 설립 관련 법 마련

부지 ‘첫 단추’ 못 꿰 수년 째 제자리
“여가부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국립여성사박물관을 가까운 시일 내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 여성신문 객원사진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국립여성사박물관을 가까운 시일 내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 여성신문 객원사진기자

“국립여성사박물관을 가까운 시일 내에 세우겠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과 달리,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는 지난 4일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 도중 국립여성사박물관에 대해 언급하며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동안 박물관 건립이 수년째 답보상태였기 때문이다.

여성계는 기존 여성사전시관이 공간적 제약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2012년부터 여성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여가부도 2014년 본격 추진해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을 통해 여성사박물관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담는 등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는 여성사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진전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8일 실무담당자는 “부지를 결정하지 못했고, 그렇다 보니 이후 과정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내에 접근성 좋은 곳을 찾다보니 어려움이 있고 국유지를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고만 밝혔으며 “부지가 한번 결정하면 돌이키기 어렵다 보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릴 듯히다.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국립여성사박물관 부지 선정 문제는 수년 째 풀지 못한 숙제다.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에 따라 박물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줄곧 ‘첫단추’인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2016년에는 국토부의 ‘용산공원 조성 계획’에 따라 여성사박물관 설립 확정됐으나 이후 전면 재검토되면서 백지화됐다. 현재 박물관 부지로 경희궁 인근 유력하다는 소문도 있지만 여가부는 검토한 여러 곳 중 한 곳일 뿐이라고 했다.

경기 고양시으로 개관한 국립여성사전시관 상설전시실.
경기 고양시으로 개관한 국립여성사전시관 상설전시실.

 

박물관 부지가 1~2개월 내에 결정되지 않으면 박물관 건립에 필요한 내년도 예산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산을 신청하려면 예산 수립의 근거인 부지가 정해져야 한다”는 게 여가부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촉구해 온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모든 사람들이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여성가족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부지와 건물 등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들어갈 콘텐츠와 계획이 있어야 부지가 확정됐을 때 빨리 진행되는데 그런 준비는 부지 전이라도 차근차근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은 “총리 발언은 여가부만의 문제 아니라 국가적 관심사임을 표명한 것이라 본다.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은 여성가족부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적인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정현주 역사·여성·미래 상임대표는 국립여성사박물관이 ‘임시정부 100주년 여성기념’ 성격 중심으로 될 재편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역사라는 게 100년 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5000년 역사가 담겨야 한다. 잘 만들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의견 수렴해야 한다.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립여성사박물관은 성평등 관점에서 역사 기록을 재구성해 균형 잡힌 역사관을 확립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성평등 교육의 장을 확장하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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