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사로 수행 중인 미국 국무부 소속 이연향(62) 통역국장이 관심을 모으면서, 그가 과거 인터뷰에서 털어놨던 한국 사회의 성차별 경험도 함께 회자되고 있다.

이 국장은 2018년 5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1,2차 북미정상회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핵심 통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연향 국장은 결혼 이후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을 입학해 통역사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미국과 한국에서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일하다가 2009년 미 국무부에 채용돼 현재 한국어 통역관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OP)에서 북한지역을 관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국 정상 사이의 여성이 이연향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OP)에서 북한지역을 관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국 정상 사이의 여성이 이연향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 / 뉴시스

이 국장이 미국에서 통역사로 활약하기까지 그의 삶의 곳곳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년 전인 2010년 12월 11일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기사 원문)에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의 꿈은 통역사가 아닌 방송사 PD였지만 성차별 앞에서 가로막혔다. 대학 졸업 당시 동양방송(TBC)에 원서를 받으러 갔지만 거절당했다. 여자는 PD 못한다며 원서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고학력으로 전업주부의 삶을 살던 그는 33세가 되던 1989년 둘째를 낳은지 3년 만에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다. 졸업 후 통역사로 일하면서 전업주부에서 탈출하자 이번엔 다른 성차별이 시작됐다. 일하는 기혼여성에 대해 대한 편견이 따라다녔다 “남편은 집에서 노냐?”는 식의 질문이었다.

이후 미국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1998년 귀국을 준비하던 중 그가 겪은 한국 사회 문제는 마음을 바꿔 미국에 남은 계기가 됐다. 성차별이 문화나 인식뿐만 아니라 제도상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당시 중3 딸을 한국 고등학교에 특례입학시키려 했으나, 아빠를 따라 간 게 아니라 엄마를 따라갔기 때문에 특례입학 자격이 없다는 법의 판단을 받은 것. 그는 “여성 차별이 이렇게 심한 나라에서 딸을 키울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두 자녀와 미국에 남게 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기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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