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상담 1564건 중 62.4%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 상담
휴가 사용 후 복귀도 문제

임신부 2명 중 1명은 임신 준비를 하지 않아 임신 전 관리 항목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성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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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가려면 사직서를 제출해놓고 가라고 했습니다. 당시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급한 마음에 1년 후에 적용될 사직서를 미리 써서 제출하고 겨우 육아휴직을 갔습니다. 결국 2019년 3월31일자 사직서를 2018년 초에 쓴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너무 억울해서 방법을 없을까 고민하다가 전화했습니다.”

이아람(가명)씨는 거리에서 우연히 홍보물을 보고 서울특별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이하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직원 300명이 넘는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에 다니던 이씨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쓰기 전 사직서부터 회사에 제출해야 했다. 이씨는 출산 바로 전날까지 출근을 하고, 심지어 불법인 연장근무까지 종용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에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돼 있지만 사측은 노동자가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처럼 ‘꼼수’를 쓰고 있다.

이씨 사례처럼 회사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부여를 조건으로 사직을 유도하는 사례는 여럿이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서울특별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상담 통계를 보면, 전체 상담 1564건 중 육아휴직·출산휴가 사용 등 모성보호 관련 상담이 976건으로 62.4%에 달했다.

헬스장에서 일하는 임신부 최희은(가명)는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6일, 하루 7시간씩 일을 해왔다. 1일 7시간 일을 하지만 휴게시간도 없었고,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야근근로를 했다. 주휴수당은커녕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출산휴가는 꿈도 꾸기 힘든 상태였다. 헬스장 대표도 “그냥 동네에서 아는 사람을 아르바이트처럼 일하라고 한 것인데 출산휴가까지 줘야 하는 거냐?”며 억울해했다. 그러나 7월 초 출산할 예정인 최씨는 센터 공인노무사와 상담을 받고 현재 출산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출산휴가는 사측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업주에 이야기하고 출산휴가에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씨는 “출산 휴가 후 육아휴직은 가능한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김지희 센터장은 “국가는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임신하면 죄지은 것처럼 눈치를 주고, 심지어 사직서를 내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직장맘들이 많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후 복귀”라며 “제도가 개선되어 출산휴가는 명시적으로 통보를 하면 갈 수 있지만 육아휴직 후 복귀는 여전히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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