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1주년 좌담회] 인천 구의회 의장 여성 3인
인천 연수구 김성해·남동구 최재현·중구 최찬용 의장
인천 10개 군·구 의회의 여성 의장 3명
주민들이 한결 편하게 대화…소통 늘면서, 일하는 의회로
“정당이 여성을 안 키운다”…인천 지역구 시의원 후보 조차 없었다
여성 정치인 경력단절 심각, 낙선 후 공항공사 청소일 하기도
의장실엔 역대 의장들 액자 떼어내고 ‘대한독립여자선언서’ 걸어

인천광역시 연수구의회 김성해(58) 의장, 중구의회 최찬용(62) 의장, 남동구의회 최재현(56) 의장(사진 왼쪽부터)이 인천 중구의회에서 만나 2018년 지방선거 1년이 지난 지금 여성 정치인이 이끄는 의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 인천 중구의회
인천광역시 연수구의회 김성해(58) 의장, 중구의회 최찬용(62) 의장, 남동구의회 최재현(56) 의장(사진 왼쪽부터)이 인천 중구의회에서 만나 2018년 지방선거 1년이 지난 지금 여성 정치인이 이끄는 의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 인천 중구의회

지난해 치러진 6.13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인천 연수구의회 김성해(58) 의장, 남동구의회 최재현(56) 의장, 중구의회 최찬용(62) 의장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인천의 10개 군·구 의회 중에서 여성 의장은 이들 세 명뿐이다.  모두 재선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세 여성 의장이 이끄는 각 의회는 여성과 남성의 수가 비슷하게 구성됐다. 남성들이 대다수인 정치 조직 속에서 작동해온 여성 리더십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대등하게 구성된 환경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여성 리더십도 기대해볼 만 하다.

김성해·최재현·최찬용 의장이 7일 모인 인천 중구의회 의장실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의장실에 들어서면 대한독립여자선언서를 필사한 2m미터 넘는 대형액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구의회 첫 여성 의장인 최찬용 의장이 원래 전원 남성인 역대 의장들의 액자를 떼어내고 대신 걸었다고 했다. 최재현 의장 역시 의장들 액자를 의회 본회의실로 옮겼다고 했다.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도 여성 의장이어서 다른 셈이다.

최찬용 인천 중구의회 의장이 최근 의장실에 건 ‘대한독립여자선언서’ 필사본. ‘대한독립여자선언서’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당시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작성한 선언서이다. / 인천 중구의회
최찬용 인천 중구의회 의장이 최근 의장실에 건 ‘대한독립여자선언서’ 필사본. 액자 크기는 2m가 넘는다. ‘대한독립여자선언서’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당시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작성한 선언서이다. / 인천 중구의회

여성 의장들이 일으킨 구의회 변화

리더십 스타일은 각자 달라도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의회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의회에 여성이 늘고, 여성이 의장을 맡자 주민들이 한결 편하게 얘기를 건넨다고 한다. 소통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일하는 의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남성 다선 의원 중에는 연배가 적은 여성 의장을 얕잡아보는 의원들도 없지 않다고도 했다. “나이가 더 많은 남성 의원이 ‘내가 여자 밑에서 부의장 합니까’라고 했는데, 당시 추미애 당대표 시절이었다”라는 말에 다들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해= 특히 초선 의원들이 많다보니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많이 배워라, 다른 지역가서 벤치마킹 하라’고 당부하지만 잘 안된다. 내가 가면 같이 간다. 지역에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이 다 있지만 지역 일꾼, 머슴은 구의원이다. 민원인이 구청에 하면 해결이 안 되니 우리에게 찾아온다. 살림은 우리가 다 하고 있다.

최재현= 일하는 의회, 소통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민선 6기 구청장이 독단적인 행정을 할 때 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막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 의장이 여야의 협치를 끌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조례특별위원회를 열어 6개월 간 223건을 검토했다. 오래 전 만들어지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조례는 행정은 물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김성해= 지역을 자주 돈다. 민원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민원인과 행정부 담당자와 함께 민원 현장에 찾아가 처리하기도 한다. 항상 앞치마 장화를 갖고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한다. 그랬더니 초선들도 그렇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정치인도 많다.

최찬용= 중구에는 국제공항, 항만 등이 있어 굵직한 사업이 많다. 주민들이 기대하는 바도 크다. 그러나 다들 초선 의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원들의 역량 강화가 우선이라 생각하고 의장으로 꼼꼼하게 돕고 있다. 의원들뿐만 아니라 저를 바라보고 희망을 가지는 여성들에게도 중요하다.

최재현= 의장이 여성이라며 술 따라주길 기대하더라. 말로써 좋게 거절한다. 똑같이 표를 받고 들어온 정치인이고, 여성 의장이든 남성 의장이든 똑같이 대우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의회 김성해(58) 의장, 중구의회 최찬용(62) 의장, 남동구의회 최재현(56) 의장(사진 왼쪽부터)이 인천 중구의회에서 만나 2018년 지방선거 1년이 지난 지금 여성 정치인이 이끄는 의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의회 김성해(58) 의장, 중구의회 최찬용(62) 의장, 남동구의회 최재현(56) 의장(사진 왼쪽부터)이 인천 중구의회에서 만나 2018년 지방선거 1년이 지난 지금 여성 정치인이 이끄는 의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여성 정치의 장애물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지만 인천도 여성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도 없고,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과 구청장 후보에도 여성은 없었다. 세 의장 중 2명은 지난 2014년 지선 당시 재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4년 만에 재도전했다. “여성이 일을 잘하기 때문에 경쟁자가 되니까 재선, 삼선을 시키려하지 않고 공천도 주지 않는다”는 얘기는 어느 지역에서나 흔하게 들린다. 그렇다 보니 여성 정치인의 경력단절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최재현= ‘여성은 비례대표다’ 이런 분위기가 있다. 지역구에서는 여성이 안 된다는 편견도 있다. 선거 때 유세를 하다보면 “사모님인가 봐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같은 남성정치인도 여성정치인과 동행하면 “사모님이냐”고 물으니 서로 편치 않다. 지역 통장, 새마을부녀회 대표 등 여성들이 많은 자리에 정치인들이 가면 남성 의원은 환대하고 여성 의원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최찬용= 당의 후보 공천에서 탈락해 재심 청구를 했다. 여성이 정치하기가 정말 힘들다. 여성 가장이면 더 힘들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낙선 후 공항공사 청소일을 1년 6개월 간 했다. 자격증도 여러 개 땄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학교폭력상담사, 베이비시터, 바리스타 등을 갖고 있다.

최재현= 여성 정치인은 남성들처럼 저녁 늦게까지 술자리를 갖기 힘들다. 가정도 돌봐야 하지만, 그런 장면을 누가 보면 난리난다. 남자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여자는 못한다.

김성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천 시의원에 민주당이 공천한 여성은 한명도 없었다. 정당 활동도 안했던 사람이 남성이 시의원이 됐다. 민주당이 기초의원만 여성 30% 공천했고 광역의원은 규정을 두지 않았다.

최찬용= 인천 지역구 시의원 중에 여성이 없어서 암담하다. 여성을 안 키운다. 다선 구의원이 된 후 시의원이 될 싹을 자른다. 의장급들은 시의원을 공천해야 한다.

최재현= 지금의 정당정치에서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정당의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공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남성과 경선시키면 이길 확률이 많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선에 나가면 무조건 떨어진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거의 여성이지만 그렇다. 여성들, 특히 다선 구의원이 되면 시의원에 나가겠다고 욕심을 강하게 해야 하는데 도전의식이 약하고, 무서워하는 면도 있다.

최찬용= 남녀 모두 특정성별이기 때문에 자질이 부족하다거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뛰어난 능력이 육아와 같은 문제로 사회에서 단절돼서는 안 된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방안은 곧 여성 사회진출 확대 방안과 동일하다. 여성이 겪는 사회적 고충을 덜어 사회 참여를 늘린다면 여성의 정치 참여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여성 정치인 증가와 지역의 변화

여성 의원의 수가 절반에 이르면서 여성 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여성안심 무인택배함은 기본이고 성별영향평가 교육, 어린이집 지원 등 안전을 위한 사업과 일·가정양립 지원, 보육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김성해= 연수구 의원 12명 중에서 남녀 성비가 같다. 여성 의원이 늘면서 그동안 남성 의원들에게 말하기 힘들었던 여성 안전문제 등 여성 민원인들의 고충을 말할 수 있는 창구가 돼 다양한 여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다. 여성 정당한 목소리 정당하게 내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최재현= SNS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나서지 않는 다양한 주민들과 소통하는데 크게 도움된다. 여성 의원들이 섬세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구도 많이 늘었다. 의장단 3명 모두 여성이어서 남동구는 여성이 일을 잘한다는 평판도 듣는다. 약속에 대한 책임감도 더 강하다. 선거 당시 약속했던 걸 하나씩 이뤄갈 때 특히 기쁘다. 행정복지센터 재건축 요구를 공약에 넣었는데 최근 추진시켜냈다.

최찬용= 특정 집단 의견이 사회에 정확히 반영되려면 해당 집단 소속의 대표들이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인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 역시 그렇다. 집단의 대표 여성이어야 하는 필요성이 절실하다. 위원회 여성 비율 높이고 있지만 37%로 높아지긴 했지만 여성이 너무 없는 자리가 보이면 꼭 지적한다.

최재현= 남동구는 여성 의원이 많아서 지역이 화합될 수 있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여성이 기초 의원만 잔뜩 있는데 광역 의원까지 배출해서 한 차원 큰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성해 인천 연수구의회 의장 최재현 인천 남동구의회 의장 최찬용 인천 중구의회 의장
김성해 인천 연수구의회 의장

김성해 인천 연수구의회 의장 (옥련1동, 동춘1·2동)

의장으로서 의원들의 대표로서 구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의원들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의원들 간 갈등을 중재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6대 의회 후반기 운영위원장을 경험했던 만큼 남은 임기 동안 구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열정의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성해 인천 연수구의회 의장 최재현 인천 남동구의회 의장 최찬용 인천 중구의회 의장
최재현 인천 남동구의회 의장 

최재현 인천 남동구의회 의장 (만수2·3·4·5동)

주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하나씩 이뤄갈 때 특히 기쁩니다. 행정복지센터를 재건축하겠다고 공약에 넣었었고, 집행부와 오랜 논의를 거쳐서 계획을 성사시켜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구멍이 없어집니다. 의회가 주민 혈세 낭비 없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김성해 인천 연수구의회 의장 최재현 인천 남동구의회 의장 최찬용 인천 중구의회 의장
최찬용 인천 중구의회 의장

최찬용 인천 중구의회 의장 (영종,운서,용유,영종1동)

의회 의원 전원이 초선이어서 걱정도 많았고 책임감도 무거웠지만 의원님들이 잘 따라주고 단합된 모습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공항공사, 항만 문제, 도시재생 문제 등 산적해 있지만 목표를 하나를 두고 의원들과 머리 맞대서 풀어나갈 때, 그 방향이 맞았을 때 보람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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