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염두에 두지 않고
내뱉는 정치인의 막말은
국민을 모독하는 일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12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문과대 앞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요즘 정치인들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막말부터 우리가 뽑은 우리의 대표자들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막말까지,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막말이 우리의 귀를 더럽히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막말이 횡행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정치인들이 막말을 하는 이유는 의외로 아주 간단명료하다. 막말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막말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막말을 할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막말은 일견, 빨리 그리고 쉽게 이목을 끌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막말을 통해 손쉽게 이목을 끌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막말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수단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이 막말을 통해 이목을 끄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정치인들은 막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기대되는 집단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그 기대를 어기고 막말을 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가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 막말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뉴스의 가치는 커진다. 뉴스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여러 매체에서 관련 기사를 앞 다투어 낼 것이다. 결국, 막말을 한 사람의 이름이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정치인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이다. 소위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홍보 효과를 고려한다면, 정치인의 입장에서 막말은 잘 쓰기만 하면 손쉽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퍼트릴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치인들이 막말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이유다.

그런데 ‘막말’이란 무엇인가? 어떤 말을 우리는 막말이라고 생각하는가? 왜 우리는 막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가? 정치인들의 막말은 왜 특히 더 문제가 되는가? 막말에 대해 깊이 있게 따져보기 위해 우선 막말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아보자. 막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즉, 막말이란 조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고상하지 못하고 천하고 세속적으로 하는 말을 의미한다.

막말의 풀이를 읽으니 왜 우리가 막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정치인의 막말을 특히 경계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진다. 막말이란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게 될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말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함부로 한 말이다. 막말이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듣는 사람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서로를 향해, 혹은 국민을 향해 막말을 하는 것은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하는 것이니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막말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막말을 했다고 지목받은 정치인들은 자신이 한 말이 막말이라고 생각할까? 막말을 한 정치인에게 당신이 한 말이 막말이라고 생각 하냐고 묻는다면 그 정치인은 오히려 그게 왜 막말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막말이라는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막말을 했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없을 테니 말이다.

말하는 사람이 막말을 할 의도가 없었다면 막말은 막말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왜냐하면 막말인지 아닌지는 하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듣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막말은 말하는 사람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말을 했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을 들은 사람에게 있어서 그 말이 사려 깊지 못하고 조심성 없이 함부로 한 말이라고 생각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조건 막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인의 막말은 심각하게 따져야 할 근본적인 문제를 갖는다. 자신의 말이 막말로 수용될 것임을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말이다. 알고 했다면 국민의 수준을 깔본 것이고, 모르고 했다면 경솔하고 무지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수준을 깔본 정치인도, 경솔하고 무지한 정치인도 우리의 대표자가 될 수 없다. 막말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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