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문화’ 용어 반대 서명운동 나선
홍미영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장

이주 배경 자녀들 학업 어려움·따돌림에
고등학생 20% 학업 중단 추정
성인이 돼서 사회에 정착 못해

“양반이 상놈 취급하는 느낌”

홍미영 더 민주 다문화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홍미영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일본에서 한국인을 ‘조센징’이라 부르면 좋겠습니까, 한국사회에서 ‘다문화’라는 표현도 그런 처지입니다.”

홍미영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장은 국내 체류 이주민에게 들었던 이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똑같은 한국 국적인데도 ‘다문화’라고 호명되는 순간 혐오의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조선인’이라 부르는 것이 차별의 언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11월 다문화 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과 정책 수립에 나선 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을 만나 ‘다문화’ 용어 사용 반대 릴레이 서명운동 등 인식개선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를 들었다.

홍 위원장은 올해 초 서울사회서비스원 초대이사장을 맡았고, 국내 최초로 의회학 박사과정이 개설된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에 입학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방 끈 길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여성 정치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이다 보니 여성 정치인으로서 수업을 들으며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많겠다고 생각했다”고. ‘사회 정책과 젠더’, ‘저출산과 젠더’ 과목 등을 공부하며 논문 읽고 레포트 쓰느라 밤을 꼬박 샐 때는 힘들지만 재밌고 보람되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 구성원인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앞으로 사회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체류 이주민은 약 200만명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국민의 3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했다. 다문화 정책 중에서도 시급한 것이 아동·청소년 정책이라고 꼽았다. 영화 ‘가버나움’의 소재인 무등록 아동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며, 인권감수성을 기르기 위해 꼭 한번 보기를 추천했다.

-청소년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언어 문제, 차별, 따돌림 등으로 인해 이주배경 중학생의 학업중단율은 2%가 넘는다, 일반 학생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심각해서 고등학생의 경우는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또한 이 아이들의 유형도 국내출생, 중도입국, 미등록 아동·청소년 등 배경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으로 전체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은 가파르게 늘면서 전체 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에 이르고 있다.”

2018년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19세 미만 이주배경 아동은 22만2455명에 이른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이주배경 학생은 2019년 12만2000여명으로 2012년에 비해 2.6배로 급증했다.

-이주배경 학생들은 주로 어떻게 차별을 겪나.

“다문화 아이들이 학급마다 있는 학교는 방송으로 ‘다문화 학생들은 수업 끝나면 모이세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다문화로 불리는 순간 그 학생은 시선이 두려워 화장실도 못 간다. 몇 달 전 인천에서 러시아 엄마를 둔 학생이 같은 학년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비극이 벌어졌다. 사실상 타살당한 거다. 엄마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 상태였고 그 아이는 한국인 아이들 그룹에 끼어들려다가 당했다. 그만큼 어울리기 어렵다. 부모가 유럽 사람이면 글로벌이고, 동남아면 다문화다. 상처 많이 받는다.”

-그동안 여러 정부가 다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오지 않았나?

“다문화정책은 지금도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김치를 어떻게 담글 것인가, 시부모를 어떻게 모실 것인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동·청소년 정책도 10년 전에 머물러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데 대처가 잘 안 된다는 거다. 청소년기 계속 적응 못하고 있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은 높은 편이다. 지난 5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가족 수용도 여부에 대해선 외국인과 결혼하는 다문화가족 수용도가 89.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혼이나 재혼가정의 수용도는 86.7%, 1인가구 79.3%, 비혼동거가구 67% 등이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국민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글쎄… 한 네팔 출신의 이주민이 20년 가까이 한국 생활을 했는데 지금도 양반이 상놈 취급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울분을 터뜨린다. 또 이주민 정책 행사장에 반대 단체들이 와서 위협을 느낀다고 한 딱히 혜택을 누린 것도 없는데 ‘다 받아가면서 또 달라고 하는 거냐’고 비난하면서 세금도둑 취급해 억울하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불쌍하다, 못났다고 보는 시혜적인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

-당장 개선해야 할 다문화 정책이 있다면?

“7월부터 6개월 이상 체류하면 건강보험 지역가입 대상이 된다. 보험료가 11만원인데 일률적으로 내게 하는 게 문제다. 소득을 차등해야 하는데 외국인 소득을 추계할 수 없다며 평균 건강보험료보다 더 높게 책정한 거다. 체납할 겨우 체류자격을 박탈한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보니 불법체류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혼 후에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나, 손주를 돌봐주기 위해 친정 가족이 왔다가 보험료를 못내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한국인보다 더 인색하고 엄격하게 대하는 거다. 교육부가 유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에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했지만 안 해줬다. 건강보험 재정에 어느 정도 이익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더 큰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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