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의 여름과 정치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의 여름과 정치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9.06.06 09:00
  • 수정 2019-06-05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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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축제·휴가 있는 계절
휴가에 만족한 집단일수록
“법질서에 순응적이고
높은 세금에 관대” 연구도

6월에 접어 들면서 스웨덴 사람들은 두 가지의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하나는 초입여름의 기쁨과 기대감이다. 6월 두 번째 주부터 학교는 2개월의 방학으로 들어간다. 6월 첫주에는 이미 아이들은 방학 준비에 분주하다. 방학식 때 부를 노래를 연습하고 방학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 많이 할애된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생들에게 6월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달이기도 하다. 스웨덴 고3 졸업생의 25% 정도만 대학을 진학하기 때문에 졸업 후 대개 사회로 진출한다. 고등학교 졸업식이 가족의 큰 행사로 꼽히는 이유다. 고등학교 졸업모를 쓰고 시내를 활보하는 것이 예전부터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함께 졸업한 친구들과 대형트럭에 올라 고막이 찢기는 듯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시내를 도는 풍경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웨덴만의 특징이다.

6월 세 번째 주말은 하지축제가 있어 전국은 축제분위기로 변한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가족나들이로 몸살을 앓고, 전국의 주류판매점은 가족파티 때 마실 주류를 구입하기 위한 방문객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스웨덴은 1955년부터 지금까지 시스템블라케트(systembolaget, 줄여서 시스템)이라는 국영 주류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 저녁은 6시까지만 판매하고 일요일은 휴업이라 금요일은 매장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와 크리스마스 등 스웨덴 명절의 느낌은 시스템에서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명절 풍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 느낌은 첫 번째와 대조적으로 우울함과 착잡함의 감정을 담는다. 6월 세 번째 주말의 하지축제는 낮이 가장 긴 날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날이 지나면 바로 하루씩 낮의 길이는 다시 짧아지기 때문에 6월 말은 심리적으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자명종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11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4월까지 6개월간 이어지는 스웨덴 겨울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빛의 빈곤이다. 추위는 참을 수 있어도 빛의 부족은 비타민D결핍과 우울증을 유발시킬 정도로 참기 어려워 겨울 기간 동안 남유럽이나 태국 등 햇빛이 풍부한 곳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햇볕산업은 블루오션이 된지 오래다. 이 두 가지가 서로 교차하는 심리적 느낌 때문인지 스웨덴 사람들은 6월이 선사해 주는 햇빛과 축제를 최대한 즐기고자 하는 정서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다들 들뜬 마음이라고나 할까?

7월 초부터 시작되는 4주 간의 여름휴가는 사회적으로 많은 의미를 지닌다. 맞벌이 부부가 직장일로 바쁘다가 한 달간 휴가를 즐기며 함께 지내는 동안 가장 많이 갈등을 빚는 시기이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스웨덴의 이혼율이 가장 높은 달은 11월이다. 대개 원인은 7월 여름휴가 이후 소원한 관계가 시작되어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겨울로 접어드는 11월에 결심을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갖는다. 그래서 여름은 부부갈등을 낳는 계절이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지난 주 한 일간지가 여름휴가를 갈등없이 보내는 방법이라는 내용을 신문의 특집기사로 다룰 정도니 그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웨덴 자녀들의 출생일은 통계적으로 2월과 3월에 가장 높게 집중되어 있다. 그만큼 4주 여름휴가 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많이 다투기도 하지만 사랑을 가장 많이 나누는 기간이기도 하다. 하지베이비 혹은 여름휴가 베이비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4주의 휴가기간은 스웨덴의 출산율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연구가 이를 뒤받침해 준다.

페터르 에사이아손(Peter Esaiasson) 정치학 교수는 ‘여름과 정치행태 분석’이라는 연구에서 여름날씨와 여름휴가의 만족도가 질서의 존중과 납세의무 등에 비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적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쾌적한 여름날씨가 길고 가족과 함께 하는 여름휴가에 만족한 집단일수록 법질서에 순응적이고 높은 세금에 대해 관대하다는 가설을 측정한 연구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었다는 주장이다. 여름이 짧거나 비가 많이 와 휴가에 만족하지 못할수록 사회적 불만족이 높아 그 해 가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여당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과히 여름정치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름은 다양한 정치행태와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태풍, 홍수, 가뭄, 산불, 전력부족현상, 무더위로부터 국민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부와 정당들의 중요한 역할로 간주된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여름만이 갖는 정치사회적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보면서 긍정과 희망의 정치를 위해 좀 더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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