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캐나다대사관 성평등컨퍼런스

여혐-남혐 조장하는 언론 감시 필요
미투 이후에도
‘여성을 위한 국가는 없다’

3일 서울 중구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성평등컨퍼런스 ‘진전과 변화: 한국의 성평등 증진에 있어서 NGO와 경제계의 역할’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일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성평등컨퍼런스에서 이토 팽 토론토대학교 교수·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박선이 여성신문 부사장(왼쪽부터)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주한캐나다대사관의 성평등 컨퍼런스에는 여성단체, 언론, 캐나다 사회학자 등이 참석해 복잡하게 변화하는 사회·경제 상황에서 성평등을 어떻게 확대해나가야 하는지 논의가 이루어졌다.

정부와 민간분야가 시민사회와 성평등을 위해 과거보다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게 이날의 메시지다. 과거보다 성차별이 개선된 듯 보이지만 세계의 남녀임금격차는 23%로 정체되어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2.5배 더 많은 무급가사노동을 한다. 여성은 세계 농지의 13%만 소유하고 있고 국회의원의 24%에 불과하다. 전세계 6세~17세 여성 1억 3천만명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조혼 피해자도 많다.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일자리 지표에서 나타나는 격차를 소개하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 고용률은 52.9%, 남성은 73.7%로 20%포인트 이상, 고용율도 18%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성별임금격차도 36%로 세계 수준 21%보다 훨씬 높다. 여성 임원 비율도 3%에 불과하다.

성평등 사회 실현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이 드러낸 한계를 시민단체가 대신해왔고,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은 여성 인권과 성평등 관련 법과 제도를 정부가 먼저 주도적으로 했다기보다 여성들이 함께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화되고 전달되게 노력했다고 밝혔다.

조 센터장은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남북 대화 국면에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도 한국사회에서 감히 남북대화를 언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 여성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자 했고 1991년에 평양에서 남북 여성이 만나 남북 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논의하는 대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 간 대화 테이블에서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던 것처럼 중요한 의사결정 자리에서 배제돼 있다.”

여성들이 미투운동 이후 인권침해에 법을 집행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면서 ‘여성을 위한 국가는 없다’고 외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도 남성중심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조 센터장은 지적했다.

3일 서울 중구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성평등컨퍼런스 ‘진전과 변화: 한국의 성평등 증진에 있어서 NGO와 경제계의 역할’에서 패널로 참석한 (사진 왼쪽)이토 팽 토론토대학 사회학과 교수,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 박선이 여성신문 부사장이 토론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일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성평등컨퍼런스에서 이토 팽 토론토대학교 교수·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박선이 여성신문 부사장(왼쪽부터)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선이 여성신문 부사장은 혐오를 확산하는 언론의 젠더 관련 보도에 대해 시민단체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대림동 여경 사건’은 여성과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를 강화하는 프레이밍으로, 여성신문은 이를 ‘주취객 제압 사건’으로 달리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소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젠더 보도를 시민단체가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성평등은 진영의 구분도, 국경도 초월해 확산되고 있다. 이토 팽 토론토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왜 우리가 다 양성평등에 대해 얘기하는가를 생각할 때, 단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날 경제 분야의 핵심은 서비스분야이고, 급성장하는 돌봄서비스의 수요·공급의 주축이 여성”이라는 점과, “여성과 다양성에 투자해야 혁신과 약진을 이룰 수 있고, 남녀에게 동등한 작업환경이 만들어질 때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경제계와 경영대학에서도 얘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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