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말하는 ‘난민’
4년째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
74만명 둥지 튼 로힝야 난민촌
정규교육 못 받는 아이들 44만
“난민은 우리 모두의 문제…
공존·연대 방법 함께 찾아야”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우성이라는 석 자는 어느 새 난민 이슈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다. 25년 간 배우로서 쌓아올린 명성을 4년 넘게 난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일에 쓰고 있는 그를 만났다. “난민 차별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가 ‘악플’(악성 댓글)에도 시달렸지만 정씨는 여전히 난민 이슈 뿐 아니라 정치·사회 이슈에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없다. 그는 “배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이라며 “배우라서 말을 아끼고, 사회에 대한 공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린 모두 어떤 직업의 종사자이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입니다.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많은 책임을 잊고 저만 잘사는 것은 그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닌가요. 배우라서, 인기를 먹고 살아서 사회에 대한 공감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려면 차라리 사람이길 포기해야죠.”

정씨는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자격으로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2017년 8월 미얀마 리카인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 사태를 피해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족이 머무른다. 대부분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영국의 식민지화와 태평양전쟁, 미얀마 국내 정치 문제들을 겪으며 미얀마의 다른 민족들과 갈등이 깊어졌다. 74만명의 난민이 모여사는 세계 최대의 난민촌이다. 74만명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공동 인터뷰에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처참하고 불행한 난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만난 난민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모두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어요. 하지만 로힝야 난민들에게선 그런 희망이 없어 보였어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없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절박하고 처참하다고 느껴졌어요.”

지난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배우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제공
지난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배우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제공

정씨는 직접 만난 난민 가족들은 아이들 교육을 절실한 문제로 꼽았다고 말했다. 현재 쿠투팔롱에선 방글라데시 정부 정책과 난민 신분의 제약 탓에 난민 대상 정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44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로힝야 난민 아이들은 사실상 교육이라는 희망의 끈이 끊긴 상태에요. 모든 부모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잖아요. 로힝야 난민들도 이 부분을 가장 걱정해요.”

방글라데시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아님에도 인접국인 미얀마에서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에게 국경을 열어줬다. 이처럼 세계 난민의 8할이 선진국이 인접국에서 보호된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소위 저소득 국가다. 정씨는 난민 문제는 국제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시 침략의 역사를 겪으며 한때 난민으로서의 불행한 삶을 겪었던 만큼, 시민의식과 국가 의식을 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난민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공존하고 연대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씨는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프랭크 래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는 “정씨가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한국인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난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중요한 지지자가 되주고 있다”며 “다른 지역 사무소에서도 정씨가 방문해주길 바라는 등 내부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지금 같은 역할을 계속해서 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 문제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일각에서 이는 난민에 대한 우려에 대해 정씨는 “낯선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 거부감도 있을 수 있다”며 “엄마나 청년으로서 느끼는 불안감과 우려를 존중한다”고 했다. 다만 “일부는 조직적으로 혐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며 난민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이용하려는 가짜뉴스는 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오는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 문제를 다룬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한다. 그는 “난민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란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는 내 이웃의 삶을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도 없어요. 그러니 먼 타국에 있는 난민 상황에 대해 들여다볼 이유는 더더욱 없겠죠. 그래서 그들을 만나 제가 본 것을 여러분도 본다면 좀 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책 제목을 지었습니다. 난민 역시 각자의 이름이 있고, 누군가의 자식이고 엄마고 남편이고 아들이에요.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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